훈민정음 상주본 어서 보고 싶다
  • 정재모
훈민정음 상주본 어서 보고 싶다
  • 정재모
  • 승인 201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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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570돌 한글날(9일)을 맞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훈민정음 상주본은 어떻게 되어 가는가?’이다. 우리나라 사람 손에 있다는 걸 번연히 알고 있으면서 실체를 볼 수 없으니 새삼 궁금해지는 거다. 손에 쥔 사람은 여전히 꿈쩍도 않고 있는가. 도대체 그는 민족의 보물을 우연히 입수한 대가로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 그 환수노력은 현재 어떻게 돼 가고 있는가.
조선 세종 28년(1446) 훈민정음 반포와 동시에 출간된 한문 해설서가 훈민정음 해례본이다. 우리는 이 책 원본을 딱 한 권 갖고 있다. 경북 안동지방의 한 민가에 전해오던 중 1940년 이용준이란 사람에 의해 발견됐다. 그리고 이 가치를 알아본 간송 전형필 선생이 사들여 현재 간송미술관에 보관돼 있다. 전권 33장(66쪽) 1책의 목판본으로 세종대왕이 직접 쓴 서문에 해설이 붙어 있어 ‘훈민정음 해례본’ 또는 ‘훈민정음 원본’이라고 부른다. ‘간송본’이라고 통칭한다. 값을 따질 수 없는 보물이다.
500년 세월을 민가 벽장 속에 묻혀 있다가 발견된 책인지라 온전하질 못했다. 발견 당시 세종대왕의 서문을 포함하여 첫째 장과 둘째 장 등 모두 두 장(4쪽)이 찢어져 나간 상태였다. 표지도 없었다.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국보 70호 훈민정음은 발견 무렵 누군가에 의해 표지와 처음 두 장이 복원된 것이다. 글자의 크기 서체 등 모든 면에서 상당히 잘 복원된 듯하다. 내용 역시 1450년대 또는 1460년대 간행된 것으로 보이는 훈민정음 언해본과 세종실록에 오롯이 전하는 것과 일치하고 있다. 하지만 몇 가지 안타까운 오류가 있다.

우선 세종대왕 서문의 마지막 문장 ‘편어일용의(便於日用矣;날로 씀에 편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의 종결사 ‘의(矣)’는 ‘이(耳)’의 잘못이다. 복원한 사람의 실수로 보인다. 이는 언해본과 조선왕조실록(1443년 음력 12월 30일의 기록)에서 확인된다. 또 다른 오류는 세종대왕 서문에 나타난 문장 부호다. 서문의 창제 동기부분 54자에는 오늘날의 종지부인 우권점(右圈點 ; 글자의 오른쪽 아래에 찍는 동그라미 부호)이 9개 찍혀 있다. 그러나 문장 구조상 이 중 최소 4~5개는 쉼표격인 중권점(中圈點; 아래 위 글자 사이 가운데 찍은 동그라미)이어야 할 것을 복원자가 놓쳐 모두 우권점으로 처리한 것이란 견해가 있다. 뿐만 아니라 원본의 서문 다른 부분에 나타나는 사성(四聲) 표시점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것도 복원자의 오류가 아닐까 싶다. 책의 내용을 파악하는 데 결정적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온전하지 못한 것만은 사실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온전한 훈민정음 원본은 간절하다.
이런 터에 지난 2008년에 상주에서 동일 판본이 발견되었다. 간송본에 비해 보존상태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표지와 앞의 두 장도 온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책은 소유권 문제 등 온갖 곡절을 겪으면서 한 민간인이 꼭꼭 숨겨 내놓을 생각을 않고 있다. 답답한 노릇이다.
일설에는 현재 이 책을 보관하고 있는 사람이 1000억원의 보상금을 내놓으라고 하는 통에 당국이 환수를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의 가치가 1조원에 이를 것이라느니 어쩌느니 하는 말을 듣고 ‘그 십분의 일은 받아야 되지 않겠느냐’는 소릴 하고 있다는 보도도 들린다. 사실이라면 원본 발견소식에 흥분한 ‘전문가’들의 무책임한 언동이 이 책 환수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사정이야 어떻든 국가가 우리 국민 손에 있는 이런 귀중한 나라의 보물을 수년째 환수하지 못한대서야 말이 되느냐 싶다. 더구나 대법원은 이 책의 소유권 분쟁에서 현재 보관자를 소유권자가 아니라는 법적 결론을 낸 상태다. 옥살이를 하면서까지 내놓지 않는 데 있어서야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는 걸까. 돈을 주든지,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이 책만은 시급히 환수해야 한다. 책은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 속에 조금씩 삭아가고 있을 것이다. 훈민정음 상주본은 지금 어디에 어떻게 보관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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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urilegend 2016-10-05 15:50:33
문화재청은 명분과 실리를, 소유자는 1천억을 받고도 헌납하는 방법이 있다.
돈을 사사로이 쓰게 하느니, 안보사업에 쓰게 하는 조건이다. 훈민정음 인수하고, 안보사업에 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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