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570돌 한글날(9일)을 맞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훈민정음 상주본은 어떻게 되어 가는가?’이다. 우리나라 사람 손에 있다는 걸 번연히 알고 있으면서 실체를 볼 수 없으니 새삼 궁금해지는 거다. 손에 쥔 사람은 여전히 꿈쩍도 않고 있는가. 도대체 그는 민족의 보물을 우연히 입수한 대가로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 그 환수노력은 현재 어떻게 돼 가고 있는가.
조선 세종 28년(1446) 훈민정음 반포와 동시에 출간된 한문 해설서가 훈민정음 해례본이다. 우리는 이 책 원본을 딱 한 권 갖고 있다. 경북 안동지방의 한 민가에 전해오던 중 1940년 이용준이란 사람에 의해 발견됐다. 그리고 이 가치를 알아본 간송 전형필 선생이 사들여 현재 간송미술관에 보관돼 있다. 전권 33장(66쪽) 1책의 목판본으로 세종대왕이 직접 쓴 서문에 해설이 붙어 있어 ‘훈민정음 해례본’ 또는 ‘훈민정음 원본’이라고 부른다. ‘간송본’이라고 통칭한다. 값을 따질 수 없는 보물이다.
500년 세월을 민가 벽장 속에 묻혀 있다가 발견된 책인지라 온전하질 못했다. 발견 당시 세종대왕의 서문을 포함하여 첫째 장과 둘째 장 등 모두 두 장(4쪽)이 찢어져 나간 상태였다. 표지도 없었다.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국보 70호 훈민정음은 발견 무렵 누군가에 의해 표지와 처음 두 장이 복원된 것이다. 글자의 크기 서체 등 모든 면에서 상당히 잘 복원된 듯하다. 내용 역시 1450년대 또는 1460년대 간행된 것으로 보이는 훈민정음 언해본과 세종실록에 오롯이 전하는 것과 일치하고 있다. 하지만 몇 가지 안타까운 오류가 있다.
이런 터에 지난 2008년에 상주에서 동일 판본이 발견되었다. 간송본에 비해 보존상태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표지와 앞의 두 장도 온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책은 소유권 문제 등 온갖 곡절을 겪으면서 한 민간인이 꼭꼭 숨겨 내놓을 생각을 않고 있다. 답답한 노릇이다.
일설에는 현재 이 책을 보관하고 있는 사람이 1000억원의 보상금을 내놓으라고 하는 통에 당국이 환수를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의 가치가 1조원에 이를 것이라느니 어쩌느니 하는 말을 듣고 ‘그 십분의 일은 받아야 되지 않겠느냐’는 소릴 하고 있다는 보도도 들린다. 사실이라면 원본 발견소식에 흥분한 ‘전문가’들의 무책임한 언동이 이 책 환수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사정이야 어떻든 국가가 우리 국민 손에 있는 이런 귀중한 나라의 보물을 수년째 환수하지 못한대서야 말이 되느냐 싶다. 더구나 대법원은 이 책의 소유권 분쟁에서 현재 보관자를 소유권자가 아니라는 법적 결론을 낸 상태다. 옥살이를 하면서까지 내놓지 않는 데 있어서야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는 걸까. 돈을 주든지,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이 책만은 시급히 환수해야 한다. 책은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 속에 조금씩 삭아가고 있을 것이다. 훈민정음 상주본은 지금 어디에 어떻게 보관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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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사사로이 쓰게 하느니, 안보사업에 쓰게 하는 조건이다. 훈민정음 인수하고, 안보사업에 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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