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호 태풍 ‘차바’가 5일 제주와 남부 지역을 강타했다. ‘역대급’ 강풍에다 폭우가 쏟아지면서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한라산은 최대 600㎜의 물 폭탄 세례를 받았다. 제주와 부산·울산 지역에 걸쳐 사망·실종자가 6일 오전 8시 현재 10명으로 집계됐다.
경부고속철도와 경부선 일부 구간에서 전기공급 중단 또는 침수로 열차 운행이 한때 중단돼 비상이 걸렸다. 고속철도는 신경주~울산역 단전으로 신경주역~부산 간 KTX 상·하행 열차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육상 교통은 물론 하늘길과 바닷길도 막혀 시민 불편은 가중됐다. 울산 지역은 홍수 경보까지 발령됐고 하천이 범람해 많은 시민이 고립되거나 집을 떠나야 했다.
경남 저지대 해안가는 만조가 겹쳐 도로가 어른 허리 높이의 물에 잠겼다. 경주 토함산에 270㎜ 이상의 비가 내린 것을 비롯해 경주와 포항 지역에도 폭우가 집중됐다. 경남북 일대는 9·12 지진의 공포가 아직 가시지도 않았는데 재해가 잇따라 덮친 형국이다.
차바의 이동 경로에 위치한 제주와 여수, 부산, 포항, 울산 지역 등을 중심으로철저하고 면밀한 피해 실태 조사가 시급하다. 전남과 경남, 경북 지역은 농경지 2000㏊ 이상이 침수돼 농민들의 땀이 밴 1년 농사가 헛수고가 될 판이다. 총체적인 복구지원 대책이 즉각 시행돼야 할 것이다.
‘차바’는 10년에 한 번꼴로 찾아온다는 이례적인 10월 태풍이다. 위력 면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태풍으로 꼽히는 1959년 사라와 2003년 매미에 육박한다는 평가다. 가을 태풍이 한반도 내륙에 직접 영향을 미친 것은 2013년 다나스 이후 거의 3년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가 상당 기간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당국이 파악한 바로는 전국적으로 21만 가구에서 정전 사고가 났다. 파업 사태를겪고 있는 현대자동차 일부 공장은 가동이 중단됐고 거제 조선소는 강풍 탓에 작업에 차질을 빚었다. 일반 가정뿐 아니라 산업체와 건설 공사장, 공공시설, 농경지 등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특히 경남북 동해안 지역은 잇단 강진으로 인해 지반이 크게 약화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수차례 제기돼 온 터다. 경주 지역은 지진 복구 작업이 채 마무리되지도 않았다. 2차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지금 미국 동남부 4개주는 초강력 허리케인의 북상에 따라 비상 상태에 있다는 소식이다. 6일(현지시간) 현지에 상륙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주민 100만명이 대피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 사흘 치의 물과 식량, 약 등을 구비하라는 권고까지 나와 상점에는 생필품이 동날 지경이라는데 먼 나라 얘기로 흘려선 안 된다.
온난화와 기상 이변에 따른 자연재해 현상이 지구촌의 난제로 부상한 지 오래다. 관련 학계의 통설로는 더욱 빈발할 가능성이 크다. 무더위와 혹한, 가뭄과 홍수, 태풍 등이 유발하는 재난에 얼마나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느냐가 국가적 과제로 부상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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