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박근혜 대통령이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북한 주민들이 인간의 존엄을 존중받고 행복을 추구하며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 바랍니다”라고 탈북을 종용하는 듯한 발언에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은 거의 발광 수준이다. 입에 거품을 물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국군의 날 기념식이라는데 우거지상을 하고 나타나 골수에 꽉 들어찬 동족대결과 적대의 독기를 그대로 쏟아냈다”면서 “‘탈북’을 선동하는 미친 나발질”이라고 극렬하게 비난했다. 박 대통령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반공을 국시로 했다”며 “그 딸은 한 수 더 떠 우리 사상과 제도, 정권을 미친 듯이 헐뜯고 왜곡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주영 북한대사관 2인자 태영호 공사가 망명하고, 세계 각국에 파견된 ‘달러벌이 일꾼’들이 줄지어 탈북해 서울로 들어오는가 하면 세계 수학올림피아드에 출전한 수학 영재, 김정은 건강을 책임진 핵심간부까지 탈북하는 마당에 박 대통령이 직접 “언제든 대한민국으로 오라”고 했으니 단말마의 비명을 지를 만하다. 더구나 함경북도 일대 최악의 홍수로 주민과 인민군 수백명이 깔려 죽고 빠져 죽은 ‘지옥’ 속에서 탈북자가 줄을 이을까 끙끙 앓는 마당에 박 대통령이 탈북을 종용했으니 경기(驚氣)를 일으킬 만도 하다.
북한은 그렇다 치자. 문제는 박 대통령 발언에 남한 정치인들이 아우성치고 나온 것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선전포고”라고 하자 기다렸다는 듯 박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섰다. 뿐만 아니라 탈북자들이 집단으로 몰려 오면 “서울이 마비된다”고 비명을 질렀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 직후 치른 지방선거에서 야당 서울시장 후보가 “전쟁이냐 평화냐” 구호를 들고 나왔던 것과 유사한 반응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관 출신 최경환 국민의당 의원은 4일 ‘박 대통령이 내년 상반기 남북 군사적 충돌을 계획하고 있다’는 한 예비역 장성의 주장을 공개했다. 내용은 “대통령이 북한이 도발해오도록 자극할 것”이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 계획대로라면 내년 상반기까지 남북간 전쟁에 준하는 군사적 충돌이 있을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최 의원이 이런 극단적인 내용을 원내대책회의에서 공개했다.
정계를 떠난 이부영 전 의원은 아예 ‘북풍’ 의혹을 제기했다. “국내 정치 실정을 안보 불안으로 덮어버리려는 정략”이라는 것이다. 그 역시 “한꺼번에 탈북민이 15만명이 넘으면 감당할 능력이 없다는 게 해당부처의 평가”라며 대규모 탈북이 한국경제에 대재앙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북문제만 나오면 쌍심지를 돋우는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박 대통령 발언을 ‘내부 국면전환용’으로 폄하했다.
북한에서 10만~15만명의 탈북자가 발생하면 그건 김정은 정권 붕괴를 의미한다. 2000만명 남짓한 북한 인구 중 10만명이 넘는 주민이 김정은에게 등을 돌리면 정권이 입을 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으로 탈북할 수도 있지만 중국이 탈북을 막을 것이 뻔해 북한 주민들은 바다나 육지를 통해 남으로 내려와야 한다. 육지를 택하는 주민들은 휴전선을 넘어야 하는 데 그 과정에서 북한 군인들의 대규모 동조탈북도 예상된다.
동독 주민 몇 천명이 베를린 장벽을 넘자 그 장벽이 무너지고 통독이 이뤄졌듯 집단 탈북은 남북통일로 이어질 것이다. 통일만 이뤄진다면 북한 주민 10만명이 서울로 들어와 잠시 혼란을 겪는 것은 감수해야 하고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 1·4 후퇴 때 무려 123만명의 북한 주민이 자유를 찾아 남한으로 왔다. 그들은 ‘국제시장’에서 내공을 쌓아 조국근대화에 앞장섰다. 도대체 “10만 명이 탈북하면 서울이 마비된다”는 황당한 주장의 근거가 무엇인가? 10만명이 아니라 100만명이 탈북하도록 도와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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