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노무현이 옳았다
  • 한동윤
2007년 11월, 노무현이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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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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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한 2003~2007년까지 정부는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에 일관된 입장을 취하지 않았다. 집권 첫해인 2003년엔 표결에 불참했고, 2004·2005년에는 기권했다. 그러다 2006년 처음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2007년 다시 기권으로 입장을 바꿨다. ‘인권’(人權)은 모든 가치를 뛰어 넘는 천부의 권리라는 점에서 노무현 정부의 북한인권에 대한 자세는 낙제점이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적어도 북한인권결의안 문제에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청와대 참모와 국정원, 통일부 등에서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을 강력히 주장했지만 ‘찬성’을 요구한 외교부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고, 한때 ‘찬성’ 쪽으로 기운 듯한 태도를 보였다는 증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외교장관 출신 송민순(북한대학원대 총장) 전 의원은 최근 발간한 회고록에서 2007년 11월 북한인권결의안 문제가 청와대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정식 논의됐지만 ‘찬성’을 주장하는 송 전 장관과 달리 이재정 통일부 장관, 김만복 국정원장, 백종천 대통령 안보실장이 기권을 주장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노 전 대통령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송 전 장관은 그날 저녁(11월 16일) A4 용지 4장에 만년필로 직접 편지를 썼고 밤 10시 대통령 관저로 보냈다. 편지는 “지난해 우리는 처음 결의안에 찬성했고 그때도 북한이 소리만 냈지, 자신들이 필요하면 수시로 우리에게 접근해 왔습니다. 우리 주도로 결의안 내용을 많이 완화시킨 것도 북한이 알고 있습니다. 기권할 경우 앞으로 비핵화를 진전시키고 평화체제 협상을 출범시키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막막합니다”가 요지다.

송 전 장관 판단은 노무현 정부가 1년 전 유엔결의안에 “찬성”한 뒤에도 북한이 절박한 처지에 빠지면 우리에게 손을 내밀었기 때문에 인권결의안에 찬성해도 남북관계에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 핵개발과 평화정착을 위해서도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입장이 필수라는 판단이다.
송 전 장관 편지를 받은 노 전 대통령은 이틀 후인 11월 18일 일요일 저녁 장관들을 다시 소집했다. 송 전 장관 회고록은 회의에서 ‘김만복 국정원장이 남북 채널을 통해 북한 의견을 직접 확인하자고 제안했고 이재정 장관, 문재인 비서실장, 백종천 안보실장이 찬성했다’고 증언했다.
북한은 20일 우리의 문의에 대답을 보내왔고, 백 전 실장에 의해 메모로 북한 반응을 노 전 대통령에 전달했다. “역사적 북남 수뇌(정상)회담을 한 후 반(反)공화국 세력의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북남 관계에 위태로운 사태를 초래할 테니 표결에 책임 있는 입장을 취하기 바란다. 남측 태도를 주시할 것이다.” 완전히  공갈 협박이다. 북한인권을 규탄하는 유엔 결의안에 대한민국이 어떻게 해야 옳은지 당사자인 북한에 직접 확인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진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북한 주장대로 “기권”했다.
노 전 대통령은 송 전 장관 편지를 받고 “외교부가 여러 나라를 설득해 결의안 문안까지 완화시켰는데 기권하자면 민망할 것이다. 그런데 찬성을 해 남북관계에 영향을 줄 위험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은 또 “북한한테 물어볼 것도 없이 찬성 투표하고 송 장관한테는 바로 사표를 받을까 하는 생각도 얼핏 들었는데…”라고 했다. 곧 이어 “그런데 이렇게까지 (북한에) 물어봤으니 그냥 기권으로 갑시다. (북한에) 묻지는 말았어야 했는데…”라고 했다고 송 전 장관이 회고록에서 증언했다. 송 전 장관은 유엔결의안에 대한 정부 입장을 논의한 회의에서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이 “북한에 물어 보자”고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송 전 장관은 “그런 걸 대놓고 (북한에) 물어보면 어떡하나. 나올 대답은 뻔한데. 좀 멀리 보고 찬성하자”고 반박했다고 했다.
북한인권결의안에 우리가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물어본 2007년 11월은 북한이 1차 핵실험을 강행한지 꼭 1년 되는 시점이다. 따라서 북한은 우리 정부의 인권결의안 ‘기권’을 핵실험에 대한 면죄부로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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