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탈을 고향으로…
  • 정재모
하회탈을 고향으로…
  • 정재모
  • 승인 201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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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지난 9일 막을 내린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에 즈음하여 펼쳐진 하회탈의 안동박물관 기획전시는 각별한 의미를 남겼다. 이를 계기로 ‘하회탈과 병산탈이 이제는 고향에 돌아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역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하회탈 11점과 병산탈 2점은 한 묶음으로 국보121호다. 이 국보는 안동시 풍천면 하회마을과 병산마을에 전해오던 전통 탈이다. 이것이 지난 1964년 국보지정과 동시에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갔다. 그 후 52년 만에 이번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의 한 콘텐츠로 ‘친정’에 나들이를 온 거다. 안동박물관 하회탈(이하 병산탈 포함) 기획전시는 12월 11일까지 계속된다. 지역으로서는 감개무량한 일이다.
지역민들은 하회탈을 관람하면서, 문화재는 원래 있던 곳에 있을 때 온전히 제 가치를 발한다는 데에 눈을 뜨게 됐다. 탈춤 전통이 지금껏 이어져오는 이곳에 탈이 있어야 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인식이다. 하회탈의 귀환을 바라는 지역의 바람은 급기야 지역문화재 되찾기 움직임으로 번질 분위기다. 이 글 초점 밖의 언급이지만, 하회탈뿐 아니라 훈민정음해례본, 상원사 동종(銅鐘)의 안동 귀환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거다. 훈민정음해례본은 1940년 안동에서 발견돼 지금 서울의 간송미술관에 있다. 국보 36호 상원사 동종은 애초 안동대도호부 관아 문루에 걸려 있던 것을 조선 예종 때 강원도 오대산으로 가져갔다고 한다. 그래서 하회탈 귀환과 패키지로 들먹이고들 있는 거다.
11~12세기 고려 중엽에 제작되어 마을에 전해 내려온 하회탈은 지역의 문화적 긍지이자 자랑이다. 그것을 오랜 세월 동안 보존해온 문화역량에 대한 자부심이다. 그런 만고의 보물이 제고장을 떠나게 된 것은 국보의 지위를 얻게 되면서였다. 안전한 보관을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긴 것이다. 하회탈을 잘 보존하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에 일시적으로 보낸 것인 만큼 나무랄 일은 아니었다. 고마운 일이었다. 그 덕분에 하회탈의 문화적 명성과 가치를 크게 높였고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하회탈은 본고장으로 돌아와야 할 때가 되었다. 지역의 능력으로도 훌륭한 보존시설을 갖출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현재 우리의 값진 문화재 다수가 일본, 프랑스 등 외국의 손아귀에 넘어가 있다. 일제강점기와 구한말 저들이 우리의 강토를 마구 유린할 때 훔쳐간 것들이다. 우리는 근년 들어 그런 나라들로부터 우리의 문화재를 돌려받으려는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릇 인류 문화유산은 원래 있었던 제자리에 있는 게 마땅하다.’ 이게 바로 우리나라가 우리 문화재를 돌려줄 것을 요구하면서 저들에게 주장하는 주요 논리다. 여기에 프랑스 등 협의 당사국들도 상당히 성의를 보여주었다.
지역을 좁혀 국내에서도 이 요구 논리는 적용될 수 있다. 적절한 문화재 보존 차원에서 지방의 문화재를 서울의 중앙박물관에 가져다 놓은 일이 외국이 강탈해간 것과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있어야 할 곳에 있지 못하는 아쉬움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
이제 하회탈은 고향 안동으로 돌아와야 한다. 21세기 문화의 시대에 이것은 다툴 수 없는 당위다. 경북사람들은 이 점을 정부 측에 당당하고 정중하게 주장해야 한다. 이번 하회탈 안동 전시를 계기로 이 같은 요구는 이미 지역 시민들 사이에서 시작됐다.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이런 요구와 함께 지역이 해야 할 일이 있다. 천년의 보물을 되찾으려면 그걸 잘 보관하고 관리할 완벽한 능력부터 갖춰야 한다는 거다. 국보를 손색없이 관리 보존할 박물관부터 확보해야겠다는 얘기다. 다행히 경북도는 오는 2021년까지 하회마을 가까운 데다가 도립박물관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한다. 응당 그래야 할 일이지만, 욕심 같아선 계획을 좀 앞당겼으면 한다.
정부 측에서도 하회탈 안동반환을 바라는 지역의 요구를 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와 경북도는 지금부터 진지하고 세심하게 적극 대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일본 프랑스 등을 향해 과거에 강탈해 간 우리의 문화재를 돌려달라는 요구가 떳떳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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