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맞고 다른 사람들 틀렸다”
  • 한동윤
“송민순 맞고 다른 사람들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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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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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유엔이 북한의 인권 상황을 규탄하고 시정을 촉구하는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하기 전 북한의 입장을 ‘문의’했느냐 안 했느냐로 연일 시끄럽다. 특히 “북한에 물어보자”고 했다는 송민순 전 외교장관의 회고록으로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난처한 처지로 몰렸다.
정작 당사자인 문 전 실장은 ”북한에 물어보자“고 했는지 여부에 대해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얼버무렸다. 대신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재정 통일부장관과 김만복 국정원장 등은 “북한에 물어보지 않았다”고 송 전 장관 회고록 내용을 부정하고 있다. 문 전 실장을 대변하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포기냐 찬성이냐를) 북한에 물어본 게 아니라 정부의 ‘기권’ 입장을 북한에 통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전 장관 회고록 내용을 특별히 수사하지 않는 한 진위가 밝혀지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북한인권결의안에 포기할지, 찬성할지 ‘북한에 물어봤는지’를 가려낼 중요한 단서가 있다. 그건 노무현 정부가 과연 ‘언제’ 북한결의안에 ‘기권’하기로 최종 결정했느냐다. 왜냐하면 송 전 장관은 11월 18일 안보장관회의 뒤 북한 의견을 듣고 ‘20일’ 최종적으로 기권이 결정됐다는 취지로 회고록을 정리한 반면, 송 전 장관을 비난하는 노무현 정부 인사들은 ‘11월 16일’ 회의에서 이미 ‘기권’을 결정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인사들이 ‘11월 16일’을 고집하는 이유는 “11월 16일 노 대통령 참석한 회의에서 결론을 못 내, 18일 다시 회의를 했고 이 자리에서 김만복 국정원장이 ‘북한 의견을 확인해보자’고 제안해 문재인 비서실장이 ‘그렇게 하자’고 정리했다”는 송 전 장관 회고록을 ‘엉터리’라고 몰아 붙이기 위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일 밤 싱가포르에서 나(송민순)와 노 대통령, 백종천 실장 셋이 모인 자리에서 백 실장이 북한 측 반응이 적힌 쪽지를 보여줬고, 노 대통령이 ‘그냥 기권으로 가자’고 결정했다”고 했다는 송 전 장관 진술을 인정할 경우 “북남관계를 파괴하자는 것이냐”는 북한 협박에 굴복해 “기권”을 결정한 것처럼 굳어지는 상황을 막자는 것이기도 하다. ‘16일’과 ‘20일’사이에는 그만큼 엄청난 차이가 있다.당시 회의 멤버였던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김만복 전 국정원장 등이 “16일에 이미 결정 났기 때문에 18일 북한에 물어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재인 대변인 격인 김경수 의원이 “16일 내부 회의에서 (기권으로) 결정했고 그럼에도 외교부가 (찬성) 입장을 굽히지 않으니까 송 장관을 설득해 최종적으로 20일에 결정했다고 발표한 것으로 안다”고 한 것도 마찬가지다. ‘20일’을 부정하는데 결사적이다.
그러나 진실은 송 전 장관 편이다. 당시 싱가포르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노 전 대통령을 수행한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11월 21일’ 우리나라가 유엔에서 ‘기권’ 표결한 직후 기자들에게 “어제(20일) 저녁 늦게 대통령께서 송 장관과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으로부터 종합적인 상황과 기권 방안에 대한 검토 의견을 보고받고, 이를 수용했다. 남북 관계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16일’이 아니라 ‘20일’ 최종 결정했다는 것이다. 천 대변인은 어제(20일) 오후 최종 결정이 나지 않았지만 그 뒤 장관과 실장이 협의해 기권안으로 정리해 대통령께 보고드렸다”는 내용까지 발표했다. 따라서 “16일 이미 결정 났기 때문에 18일 북한에 물어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이재정·김만복 주장은 사실이 아니게 된다.
노무현 정부 인사들이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포기’ 결정이 ‘16일 아닌 20일’ 확정됐다는 사실을 부인하면 할수록 “북한에 물어봤다”는 의혹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그 부담은 문재인 전 실장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포기’ 결정 날짜로 ‘북한에 물어봤다’는 본질을 얼버무리려다 더 큰 덫에 빠지는 격이다. 김병준 노무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본인(문재인)이 문제를 자꾸 피하기만 하면 오히려 궁지에 몰릴 수 있다”며 “당시 일에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6일’을 아무리 우겨봐야 소용없다는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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