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회고록이 ‘반기문 띄우기’?
  • 한동윤
송민순 회고록이 ‘반기문 띄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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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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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송민순 회고록’이 일으킨 파문이 일파만파(一波萬波)다. 2007년 11월 문재인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앞서 “북한에 물어보자”고 했다는 기록으로 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곤경에 빠졌다. 게다가 문 전 대표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회고록 관련 질문에 답변을 기피함으로써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문 전 대표와 ‘친노·친문’ 진영으로서는 ‘송민순 회고록’이 아플 수밖에 없다. 송 전 장관이 참여정부 외교장관 출신인데다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이 그를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달아준 우군(友軍)이기 때문에 아군(송 전 장관)에 의한 변란(變亂)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2012년 대선 때 노무현-김정일 대화록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의 ‘NLL 발언록’은 새누리당 의원이 폭로했기 때문에 ‘정쟁’으로 몰고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송 전 장관 회고록은 2007년 북한인권결의안 ‘포기’ 당시 청와대 안보회의 등에 핵심인물로 참여한 외교장관 진술이라는 점에서 대응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하기로 최종 결정한 시점이 ‘11월 16일이냐’, ‘11월 20일이냐’를 놓고 친노 측 발언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이 때문으로 보인다.
그래서 나온 게 ‘송민순-반기문’ 관계다. 송 전 장관이 문 전 대표의 대권 경쟁상대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띄우고 문 전 대표를 깎아 내리기 위해 결정적인 시기에 회고록을 냈다는 것이다. 회고록이 나오자마자 문 전 대표 대변인 격인 김경수 더민주당 의원이 라디오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송민순 회고록에서 “반 총장보다 문 전 대표가 부정적으로 언급돼 있다”고 한 게 대표적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박범계 더민주 의원도 “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일부 발췌해서 여러 군데를 좀 봤다”며 “군데군데 반기문 사무총장에 관한 여러 기술들이 나온다. 매우 칭송을 하는 그런 대목들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행법에 위반될 혐의가 농후함에도 장관과 국회의원을 지내신 분이 격렬한 사실, 진실논쟁이 예견되는 것들을 썼다는 것은 의도가 있다고 본다”고 거듭 의혹을 제기하고 “송 전 장관은 이 책을 쓴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렇다면 송 전 장관이 반 총장을 띄우고, 문 전 대표를 깎아 내리기 위해 회고록을 썼을까? 송 전 장관과 반 총장은 노무현 참여정부에서 함께 일한 사이다. 반 총장이 외교장관이었을 때 송 전 장관은 기획관리실장이었다. 회고록에 반 총장 이름이 35차례 등장한다. 6자 회담과 9·19 공동성명 협의 과정 등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설명하는 대목이다. 특별히 반 총장을 띄우거나 칭송한 내용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다만 반 총장을 비판하는 내용이 없을 뿐이다.
반면 문재인 전 대표는 여러 차례 언급된다.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을 “북한에 물어보자”고 한 것이 핵심이지만 일부분에 불과하다. 2007년 분당샘물교회 자원봉사선교단 23명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블에서 탈레반 테러리스트들에게 납치됐을 때 문 전 대표가 이재정 당시 통일부장관 등과 함께 인질석방 대가로 탈레반에게 우리 정부의 ‘신임장’을 보내자고 주장했다는 놀라운 내용도 들어 있다. 송 전 장관은 “어떤 국가도 테러단체에 그들을 협상 대상으로 인정하는 신임장을 써준 사례가 없다”고 강력 반대해 이를 저지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07년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을 언급하면서도 문 전 대표의 역할을 부정적으로 표현했다. 모두 대통령을 노리는 문 전 대표에게는 매우 아픈 대목들이다. 특히 북한이 핵을 휘두르며 전쟁미치광이처럼 행동하는 이 때 북한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던 과거의 언행이 부각된 것은 난처한 일이다.
송 전 장관은 기본적으로 DJ의 ‘햇볕정책’을 지지한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을 비판해왔다. 대북 압박-제재로 일관한 대북정책에도 비판적이다. 따라서 송 전 장관 회고록은 우리나라 외교를 걱정하는 노(老) 외교관의 ‘회고’로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과거’의 잘못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는 것이야 말로 비극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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