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권으로 짐 떠넘긴 ‘맹탕’ 구조조정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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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권으로 짐 떠넘긴 ‘맹탕’ 구조조정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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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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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인 조선·해운산업의 구조조정 방안이 진통 끝에 확정됐으나 별달리 새로운 내용도 없고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도 엿보이지 않아 ‘맹탕’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조선·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과 조선밀집지역 경제활성화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조선업의 경우 기존의 ‘빅 3’ 체제를 유지하되 조선업 수주절벽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선박 조기 발주, 선박펀드 활용 등을 통해 2020년까지 11조 원 규모의 발주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조선업 침체로 위기에 빠진 경남, 울산 등 5개 권역에 2020년까지 3조7000억원 규모의 투·융자를 시행한다는 방안도 포함됐다.
한진해운의 기업회생절차 신청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해운산업을 위해서는 ‘선박 신조지원 프로그램’(선박펀드) 규모를 당초 12억 달러에서 24억 달러로 늘리는 등 모두 6조5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해 주기로 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런 대책들은 공공자금 지원 등을 통해 어려움을 겪는 업종과 지역의 숨통을 터 주면 향후 경기가 되살아나 자생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을 깔고 있으나 그 근거가 분명하지 않다. 특히 문제의 핵심인 조선산업의 공급과잉 대처 방안이나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방안에 관해서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원론적인 대책을 나열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해 10월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범정부 협의체가 설립된 이후 1년여를 허송세월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부 방안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유휴 도크 가동을 중단하고 태양광, 풍력 등 비조선 해양사업부문 분사를 추진하며 삼성중공업도 호텔, 선주 숙소 등 비생산 자산을 매각하고 1조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기로 했다.

대우조선은 해양플랜트사업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14개 자회사와 조선소 사업장 외의 모든 부동산을 매각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방안들은 기존에 조선 3사가 추진해오던 자구안을 요약한 수준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대우조선의 생존 가능성에 대해 지나치게 안이한 판단을 한 것 같아 우려를 자아낸다. 미국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대우조선이 2020년까지 3조3000억원의자금 부족이 발생해 자력 생존하기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대우조선 측은 “맥킨지의 가정 자체가 잘못됐다”고 반발했으나 실제의 지표들은 대우조선의 자력 생존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우조선의 올해 수주액은 당초 목표 108억 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30억 달러 안팎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에 생존을 위해 스스로 확보해야 하는 자금은 1조8500억원에서 7조3000억원으로 1년 사이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2018년께로 예상되는 조선업의 업황 회복이 현실화하면 대우조선의 경영이 정상화돼 새 주인을 찾아줄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 2000년 옛 대우중공업 정상화 방안의 일부로 대우조선에 1조원을 투입했던 정부는 이후 조선업의 호황기를 맞아 이 업체를 제값에 매각할 수 있었으나 미적대다 실기한 전력이 있다. 그러는 동안 대우조선의 ‘낙하산’ 경영진이 무리한 수주와 방만한 경영으로 초래한 수조원대의 손실은 더는 숨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실체가 드러났다. 이랬던 정부가 또다시 대우조선을 ‘일단 살리고 보자’고 한다면 의구심을 살 만하다.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적당히 현상만 유지하다 책임을 차기정부에 떠넘기려는 의도는 아닌가. 그러는 사이에 멀쩡한 업체까지 함께 어려움에 빠지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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