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의 대기업 팔 비틀기 의혹이 끝없이 제기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의 발단이 된 미르·K스포츠재단은 53개 대기업으로부터 774억원을 출연받았다. 모금은 거의 강제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것만 해도 어처구니없는데, 재벌을 상대로 한 추가 모금은 계속됐다.
결국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롯데·SK·부영등 약점이 있거나 큰 사업 인허가, 세무조사를 앞둔 재벌들이 대상이었다.
그뿐 아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최 씨 사업을 도우라는 청와대 지시를 거부한 탓에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경질됐다는 의혹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진의 불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국내 1위, 세계 7위 선사인 한진해운은 구조조정 초기만 해도 회생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결국 퇴출 결정이 내려졌는데, 이것도 미르재단에 출연금을 적게 내 미운털이 박혔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출범 첫해여서 정권의 기세가 등등했던 2013년에는 청와대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정황이 포착됐다.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CJ 고위 관계자에게 대통령의 뜻이라며 7분 동안 전화로 이 부회장의 퇴진을 종용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기업에 대한 권력의 강압이 상상 이상으로 노골적이다.
이 와중에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은 정권과 비선 실세에 기대 이익을 도모한 정황이 공개됐다. 삼성은 두 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했다. 돈을 낸 53개 기업 중 출연금이 가장 많다. 그런데 이것이 모자랐는지 최 씨가 설립한 비덱스포츠에 별도로 35억원을 송금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의 박 모 대외협력 담당 사장은 독일을 직접 방문했다고 한다.
승마협회는 삼성이 지원하는 형식으로 최 씨 딸의 경기 종목인 마장마술에 2020년까지 186억원을 지원하는 로드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계획이 실행됐더라면 삼성의 지원금은 500억원을 넘었을 것이라고 한다.
삼성이 비선 실세에 줄을 댔다면 이유는 뻔하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등 그룹이 안고 있는 난제를 풀기 위해서일 것이다.
요즘 국민은 과거 정경유착 망령의 부활을 보는 듯한 기분이다. 권력이 기업을 상대로 갈취에 가까운 행위를 일삼고, 기업들은 정권에 기대 이익을 보려 한 정황이 적지 않다.
그동안 정부와 재계는 정경유착의 악습을 끊겠다고 수없이 다짐했고, 국민은 정·재계의 자정을 어느 정도 신뢰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 믿음이 또 무너졌다. 철저한 조사와 처벌 없이 신뢰 회복은 난망이다.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의 비공개 면담을 검찰이 조사한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모금을 직접 독려했는지 규명해야 할 것이다. 조 전 수석이 CJ 경영권에 개입했는지도 밝혀야 한다. 지금은 21세기 글로벌 경쟁시대다. 기업과 경제의 발전은 시대착오적인 정경유착이 아닌, 정도·투명 경영에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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