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진영도 박 대통령에 분노한다
  • 한동윤
보수 진영도 박 대통령에 분노한다
  • 한동윤
  • 승인 2016.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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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원로 언론인 유근일씨가 지난 주말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소회를 뉴데일리에 게재했다. 전 조선일보 주필인 유씨는 10월 30일 오후, 11명의 다른 분들과 함께 박 대통령을 만난 인상을 ‘처연한 표정’이었다고 전했다. 눈을 정면으로 마주치는 것조차 어딘가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워하는 듯한 기색이었다는 것이다.
그렇다. 박 대통령은 지금 고립무원이다.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새누리당까지 “당을 떠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일반 시민들 역시 “하야” 요구에 상당히 동조하고 있다. ‘노무현 사람’인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했지만 야당이 결사 반대다.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2선 후퇴’말고는 퇴로가 없어 보인다. 유씨는 그런 박 대통령이 “일생일대의 수치심과 명예실추와 소외감과 슬픔을 느끼고 있을 것 같다”면서 박 대통령을 “외롭고 슬픈 한 인간”으로 진단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 시민사회는 ‘진보’나 야권이나 운동권 못지않게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분노하고 있으며, 최태민-최순실 집단이 박근혜 영애와 박근혜 대통령의 정신세계에 깊숙이 침투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탄식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보수 진영 역시 박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대국민 사과와 성역 없는 수사, 그리고 책임총리제 실시를 촉구해 왔음을 상기시켰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실망과 분노에 보수-진보가 따로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유씨는 자유민주주의 시민사회는 박 대통령의 하야와 헌정중단을 물리적으로 ‘강제’ 하려는 기도엔 찬성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야하라” “중대결심 할 터” “물러나라” “대한민국 대통령 아니다” “국민과 더불어 정의의 투쟁을” 어쩌고 하며 난리를 치는 건, 어쩐지 과잉 행동이자 정략적 행동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나아가 최순실이 문제가 아니라, 박 대통령과 보수진영의 곤경을 대선 때까지 계속 끌고 가는 게 중요하다는 식이라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의 하야와 헌정중단을 물리적으로 ‘강제’ 하려는 기도에 찬성할 수 없다”는 점을 유근일씨는 다음과 같이 강력하게 피력했다. “국제사회는 지금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맞서 강력한 대북 제재를 실행하고 있다. 우리 외교 국방 대북정책도 이 국제행동에 발을 맞춰야만 한다. 그러지 않고 우리 정정(政情)이 국제공조에서 이탈하는 듯한 기미를 보일 경우 국제사회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한반도의 급박한 위기를 앞에 두고 우리의 국제적인 위상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론은 “외교 국방 대북 정책에서만은 박 대통령이 대표해 온 국제 공조와 한-미 공조의 일관성과 계속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명쾌하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국민의 당도 반대할 것으로 분석했다. 반대는 그들의 자유이지만 그  반대를 ‘대통령 하야’로 달성하려는 방식엔 자유민주주의 시민사회도 마찬가지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문명국이라면 시대적 변화를 연착륙(soft landing) 방식으로 해야지, 경착륙(crash landing) 방식으로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유근일 씨의 판단이다. 그러면 그의 시국 해법은 무엇인가. 그는 거국내각이란 것을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로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경제도 진보, 안보도 진보’는 너무 이른 발상이고, 꼭 그걸 원하면 내년 대선에서 그들이 이길 경우 하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최선의 타협점은 ‘거국’을 위해,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란 선에서 피차 양보하고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경황이 없는 와중에 총리 후보로 내정한 김병준 후보자에 대해서는 그가 “국사교과서 국정화와 사드 배치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해왔다”고 지적하고 그가 이끄는 내각은 ‘거국내각’이 아니라 ‘좌파 내각’을 하겠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노(no)라고 말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근일씨의 글은 보수진영 역시 최순실 게이트에 실망하고 분노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박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야권도 합리적 해법을 들고 나와야 한다. 무작정 ‘탄핵’ ‘하야’ 주장은 아무 것도 하지 말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하야하면 야당과 국회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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