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덜난 새누리당 ‘친박’ 그리고 김무성
  • 한동윤
거덜난 새누리당 ‘친박’ 그리고 김무성
  • 한동윤
  • 승인 2016.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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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새누리당이 아수라장이다. 김무성 전 대표가 상징하는 ‘비박’ 세력이 이정현 대표가 주도하는 ‘친박’의 당권 행사 포기와 이 대표 사퇴를 요구하며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시작된 여권의 위기가 새누리당이 두 쪽 날 상황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최순실 사태와 관련한 ‘비박’의 “이 대표 사퇴” 공세는 애초 순수성이 부족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실패에 새누리당 전체가 책임져야 할 상황에서 ‘친박’에게만 책임을 전가한 ‘비박’의 행태가 순수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새누리당을 이끌었던 김 전 대표가  앞장서는 것은 더더구나 그렇다. 특히 김 전 대표는 문재인, 안철수 두 사람을 만난 뒤 느닷없이 “박 대통령 새누리당 탈당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탄핵”까지 입에 올렸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을 떠나지 않으면 ‘탄핵’도 불사하겠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등에 ‘칼’을 맞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은 정국수습 과정에서 행사할 카드의 하나다. 야당이 요구하는 ‘2선 후퇴’를 행동으로 보여 줄 카드가 ‘새누리당 탈당’이다. 정치로부터 거리를 두고 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그런데 김 전 대표가 박 대통령의 결심에 앞서 그 카드를 빼앗아 버렸다. 김 전 대표로서는 박 대통령과 각(角)을 세움으로써 정치적 선명성을 찾았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박 대통령을 더 난처하게 만든 게 사실이다.
지금은 야권이 요구한 ‘거국내각’ 구성과 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위한 특검을 협상해야 할 시점이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에 협상 책임자가 존재해야 한다. 이정현 체제가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아도 여야 협상까지는 매듭지어야 한다. 이 대표와 지도부를 구성한 정진석 원내대표도 여야 협상만 끝나면 물러나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 대표 역시 정 원내대표와 같은 절차를 밟아야 한다.

문제는 이 대표를 비롯한 일부 ‘친박’이 당권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버티기’ 모드로 들어갔다는 데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8일 국회 방문을 계기로 “민심에 역류하지 않겠다”던 태도를 바꿔 친박 지도부 사퇴와  대통령 탈당 요구에 ‘불가’를 고수한 것이다. “지금의 위기가 지나면 대선을 앞두고 보수층이 차차 결집할 것이고, 그때까지는 당을 거점으로 ‘진지전(陣地戰)’을 펼치는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소리까지 친박 안에서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가관이다.
이정현 대표는 박 대통령이 다녀간 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고 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달아나고, 숨고 싶지만 정부만 책임 총리가 필요한 게 아니고 당도 (사태를 수습할) ‘책임 대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얘기다. 그는 “내각제에서도 수상이 다 당적(黨籍)을 가지고 (집무) 한다”며 “(대통령 탈당은) 마이너한 문제”라는 말까지 했다. 민심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철 없는 소리로 들린다.
이 대표와 달리 정진석 원내대표는 “난파선 선장이 ‘이 배는 내 배’라고 고집하면 풍랑을 헤쳐나갈 수 없다”며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비박계는 친박계의 당권 수호 의지에 대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보겠다는 속셈”이라고 하고 있다. 한심한 발상이다. 난파선에 불과한 친박의 새누리당에 반 총장이 올라 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김무성 전 대표 등 ‘비박’의 ‘친박 지도부’ 흔들기도 옳지 않지만 ‘친박’의 ‘불통’은 더 문제다. 혹시 ‘친박’만으로 당을 지켜 “야당이라도 하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는 게 아닌지 모를 일이다. 박 대통령 탈당을 반대하는 친박 강경파들에게서 그런 기미가 감지된다.
새누리당의 ‘친박’과 ‘비박’은 어느 쪽 책임이 더 하고 덜 하고가 없다. 국정실패에는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 그 책임에 대한 사죄 없이 당권다툼으로 비쳐진다면 새누리당은 정당으로서 소멸될지 모른다. 박 대통령도 새누리당의 ‘친박’을 친박의 ‘굴레’에서 풀어줘야 한다. 임기가 끝나면 전직 대통령은 한낱 ‘야인’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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