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 그 다음엔 뭘, 어쩔 것인가
  • 한동윤
‘퇴진’? 그 다음엔 뭘, 어쩔 것인가
  • 한동윤
  • 승인 2016.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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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마침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들고 나왔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박 대통령 퇴진을 위한 전국적인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박 대통령에 ‘국정 2선 후퇴’를 요구했을 뿐 ‘하야’를 언급하지 않았던 문 전 대표가 최후 카드를 뽑아 든 셈이다.
문 전 대표가 ‘하야’ 카드를 휘두른 배경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추미애 더민주당 대표가 전날 박 대통령과의 청와대 단독회담을 제의했다가 긴급 의총에서 뒤집힘으로써 더민주당의 전략이 흐트러진 데 따른 역풍을 차단하기 위해 급하게 최후 카드를 빼들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실제로 문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회담에 관한) 사전 논의는 없었다”면서도 야권·시민사회와의 공조를 촉진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추 대표를 두둔했다. 그러나 하루 전 추 대표가 청와대 ‘ 단독회담’을 제안했는데 문 전 대표가 그 다음날 ‘퇴진’을 들고 나온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문 전 대표가 ‘퇴진’을 주장하자 다른 야당도 찬성했다. 이미 박 대통령 퇴진을 주장해온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등은 문 전 대표의 주장을 환영하면서 오히려 때 늦은 느낌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문 전 대표의 ‘퇴진’ 주장으로 일단 야권은 박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끌어내자는 데에는 합의한 셈이다. 따라서 야권은 시민사회단체 등과 함께 박 대통령 퇴진 투쟁을 강화할 것이 확실하다. 당장 19일 촛불집회가 그 시험대다. 그러나 과연 박 대통령이 이들 요구대로 ‘퇴진’할 것인가? 박 대통령이 끝까지 버티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박 대통령의 사촌형부인 김종필 전 총리는 “5000만이 나가라 해도 (박 대통령은) 안 물러날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국민들 요구에 의해 박 대통령을 하야시키는 것은 아주 길고 긴 어려운 투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스로도 박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별 방법이 없음을 실토한 것이다. 이어 “국민이 아무리 하야를 요구해도 박 대통령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강제적으로 하야시킬 방법이 없기 때문에 마지막 법적인 수단으로 남는 게 탄핵 절차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탄핵은 그런 단계에 가서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어쩐지 자신있는 목소리가 아니다.
박 대통령이 실제로 퇴진한다 해도 “(박 대통령의) 조건 없는 퇴진 선언이 이뤄지면 이어 ‘질서 있는 퇴진’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거국중립내각과 같은 과도내각으로 다음 정부가 꾸려질 때까지 국정을 도맡는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건 없는 퇴진’은 무조건 퇴진을 의미하는데 거기에 ‘질서 있는 퇴진’을 덧붙였다. 그런데 ‘질서 있는 퇴진’은 박 대통령의 무조건-전격 퇴진과 맞지 않는다. 박 대통령이 모든 법적 절차를 밟아 줘야 ‘질서 있는 퇴진’이 가능한 것이다. 문 전 대표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문 전 대표 주장을 “늦었지만 환영한다”고 하면서도 “조건 없는 퇴진을 이야기했지만 그 실현 방안이 모호하다”고 비판한 게 문 전 대표로서는 아픈 대목이다. 박 위원장은 “저는 거듭 1. 대통령의 탈당 2. 4자 영수회담을 통한 총리 추천 3. 최순실 우병우 사단을 제거한 인적 청산 및 조각을 통한 거국중립내각 구성 4.대통령의 검찰 수사, 국정조사, 별도 특검 수사를 통한 질서 있는 퇴진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문 전 대표보다 짜임새 있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논리상 박 위원장 주장이 더 현실적이다.
촛불이 아무리 붉게 타올라도 대통령 퇴진은 합법 절차와 순리를 따라야 한다. 거국내각을 구성해도 박 대통령이 물러나기 앞서 거국내각의 총리를 임명해야 한다. 그리고 거국내각의 각료도 총리에 추천하고 대통령이 재가해야 가능하다. 결국 박 대통령과의 합리적 절충이라야만 가능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문 전 대표 주장대로 덜컥 하야하면 그 다음 누가 어떻게 그 상황을 감당할 것인가? 국회와 야당이 그럴 능력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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