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파일이 폭로된 이후 20여일째 국정이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던 노동 개혁, 창조 경제 등의 핵심 정책이 동력을 상실했다. 공직 사회는 업무 의욕을 잃고 복지부동에 빠져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촛불 민심의 하야 압박을 헌정 질서의 훼손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버티기에 들어간 박 대통령과 민심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야권도 국민 요구를 따르지 않을 수 없다며 박 대통령 퇴진 요구 대열에 동참했다. 박 대통령이 거취를 결단하지 않는 한 지금과 같은 대치 국면의 장기화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의 대권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에 이어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도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들은 대통령이 물러서지 않고 자리를 지킬 경우의 해법은 내놓지 못했다.
안 대표는 대통령의 정치적 퇴진 선언과 여야 합의에 따른 대통령 권한 대행 총리 선출, 이후 대통령의 완전한 권한 이양과 사퇴로 이어지는 3단계 수습방안을 재차 강조했다. 내년 상반기 조기 대선을 전제로 한 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론’으로 유력한 수습방안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끝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별 의미가 없다.
결국 마지막 해법인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 국정의 혼란은 가중될 것이다. 국회와 헌법재판소를 거쳐야 하는 탄핵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고 해도 내년 상반기 안으로 절차가 마무리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대통령의 입장에 변화가 없다면 꼬인 정국의 개선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의 기약 없는 ‘결단’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야권이라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검찰의 수사를 받아야 하는 대통령은 권위와 신뢰 추락으로 무력화됐고, 여당인 새누리당은 내분으로 지리멸렬이다. 내각은 박 대통령의 일방적 개각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정책 추진의 리더십이 무너졌다. 이렇게 나라가 흘러가다간 국정 전반이 거덜 날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회 다수 세력인 야권은 박 대통령에 대한 퇴진 운동과 별개로 국정의 파탄을 막기 위한 방안 마련에도 나서야 한다. 임시방편이긴 하지만 야당이 애초 주장했던 국회 추천의 거국중립내각, 과도내각 등의 수습책을 검토해볼 만하다.
향후 박 대통령이 중도 퇴진을 하든 2선으로 물러나든 탄핵으로 가든 국정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을 수는 있을 것이다.
정치 주체들이 누구도 국정에 신경을 쓰지 않는 이때 야당이 설득력 있는 시국 안정책을 제시한다면 여론의 호응도 예상된다. 장외투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들 경우 오히려 대치 국면이 악화하면서 역풍을 부를 수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헌법기관이자 선출권력인 국회의 장이 이런 때손을 놓고 있어선 안 된다. 국가가 처한 위기 타개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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