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허탈하고 절망스럽다
  • 한동윤
국민은 허탈하고 절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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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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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 일대에 ‘100만 촛불’이 타올랐다고 일부 언론이 호들갑 떨었다. 연 2주째다. 경찰 추산은 그에 훨씬 못미친다. 그 편차가 어마어마하다. ‘100만’이든 아니든 일단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실망이 촛불로 나타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촛불’의 요구는 “박 대통령 내려오라”다.
문제는 박 대통령을 끌어 내린 뒤다. 누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며, 대신할 사람이 과연 대통령감이 되느냐, 그를 뒷받침할 정당은 과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지킬 것이냐에 대한 의문이다. 박 대통령을 끌어 내리는 혁명적 상황에서 또다른 ‘실패한 대통령’이 고개를 디미는 게 아니냐는 깊은 걱정이다.
데일리안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실시한 11월 셋째 주 정례조사는 국민의 그같은 불안과 걱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딱히 지지하는 정당도, 대권주자도 없다는 반응들이다. 기존 정당에 대한 지지율도 형편없다. 아예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무려 30%를 넘었다. 기존 정당 지지율은 하나 같이 하락했다.
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1.1%p 하락한 18.8%다. 민주당과 국민의당도 전주보다 각각 2.4%p, 1.2%p 떨어진 29.9%와 12.5%를 기록했다. 아울러 정의당(4.8%)도 전주 동일조사 대비 1.4%p 떨어졌다. 반면 ‘무당층’은 33.9%로 급등했다. 11월 첫째 주 조사 당시 28.5%에서 둘째 주 27.9%를 거쳐 “이 당 저 당 다 싫다”는 여론이 폭발한 셈이다.

지난달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새누리당 31.3%, 민주당 26.8%, 무당층 25.0%로 나타났던 것과 비교하면 새누리당 지지자 대다수가 무당층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당 등 야당 지지율이 역시 동반 하락한 것을 보면 야당도 최순실 게이트에서 얻은 반사이익이 없다. 오히려 오락가락 대응으로 점수를 잃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새누리당 지지층이 박 대통령에게 크게 실망했지만 아직도 지지자 중 다수가 지지를 철회한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은 “10월 평균치와 비교해 보면,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무당층으로 대거 빠졌지만 그 수치가 야당으로 간 것도 아니다”라며 “따라서 새누리당이 현재 난국을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따라 무당층으로 빠진 지지층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이어 “물론 야당이 대응을 더 잘하면 무당층 일부가 야당으로 갈 수도 있다. 다만 최순실 사태가 한 달이 지났음에도 이들이 아직 야권을 지지하지는 않고 있다”며 “ 새누리당이 혼란을 수습하고 쇄신 노력을 보여줘야 무당층으로 갔던 지지자들이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대권주자 지지율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전 더민주당 대표가 최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제치고 선두에 올라 섰지만 그 격차가 빠른 속도로 좁혀지고 있다. 데일리안 조사에서 반 총장은 전 주 대비 1.4%p 상승한 18.1%로 조사됐으며 문 전 대표는 전 주 대비 1.2%p 하락한 22.1%로 나타났다. 문 전 대표가 4주 연속 반 총장을 리드하고 있으나 그 격차는 이번 주 4%(전 주 6.6%)로 줄어들었다.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여권의 붕괴 상황에서 문 전 대표가 이득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에 반 총장은 위기의식을 느낀 보수층이 결집하며 지지율이 높아졌다. 최순실 게이트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탄핵’하고 싶을 정도로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하야’나 ‘퇴진’같은 혁명적 방법을 동원해야 하느냐에는 국민의 생각이 복잡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국회의장을 방문해 “국회에서 국무총리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위기의 해법이 모색될 수도 있었을 지 모른다. 그러나 야당은 단박에 걷어찼다. 박 대통령은 “헌법대로”로 맞섰다. 야당 일각에서 “박 대통령 요청대로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할 걸 그랬다”는 후회도 나온다. 33%가 넘는 ‘무당층’은 박 대통령도 야당도 다 밉고 싫다는 국민이 그만큼 많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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