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최근 한국의 세계적인 휴대폰 회사가 야심작으로 내 놓은 신제품에서 큰 문제가 발생했다. 제품을 발매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배터리 발화현상이 여러차례 발생해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된 것이다. 언론에 보도된 뒤에도 사후 처리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드러냈다.
제조메이커 기술진은 발화 문제가 배터리에서 기인한 것인지, 운영체제(OS)나 앱 사용에 따른 충돌문제인지도 파악하지 못해 허둥댔고, 임시적인 대응으로 문제를 더욱 키우고 말았다. 결국 오랜 시간 많은 비용을 들여 개발한 신제품은 70억 달러 정도의 손실을 입히고 조기에 단종 되고 말았다. 금액도 컸지만 세계적인 대 기업의 신뢰도에 흠이 간 것은 금전적으로 환산하지 못할 큰 피해였다.
이 문제에 대해 이차전지 분야의 한 전문가는 사건 초기부터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문제가 배터리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결국 그의 진단이 맞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과거 산업개발시대에 우리나라는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직계열화를 적극 장려했다. 그 결과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울 만큼 빠른 속도로 산업이 성장했다. 그러나,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한 우리 대기업은 ‘경쟁력’을 이유로 그동안 협력해 온 중소기업과 기술자들을 수시로 잘라내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수십년 시간과 많은 비용을 들여 습득했던 기술이 너무 손쉽게 후발 경쟁국가로 유출되어 버렸다. 정리 해고된 기술자들은 기존 연봉의 몇 배나 되는 금액을 제시하는 경쟁국가로 빠져나갔고, 또 처우에 불만을 품은 엔지니어들이 기술을 빼돌려 해외로 달아나는 일까지 발생했다.
엔지니어에 대한 처우 역시 IMF 이후 급변했다. 최근에는 입사한 지 얼마 안되는 직원까지 정리해고 해야 하는 대기업도 생겼고 이런 현상은 우수한 이공계 인재들이 의과대학으로 몰리는 기현상과 무관치 않다. R&D 분야도 단기성과에 매몰되어 3~5년 또는 10년 이상 걸리는 핵심과학을 연구하는 기반 자체를 망가뜨리고 있다. 연구보다는 소위 ‘정치’에 기웃거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관행들이 쌓이면 어떤 기술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의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데 심각한 장애 현상이 발생한다. 이번의 휴대폰 발화문제는 이런 현상이 집적된 예 가운데 하나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꾸준히 지적해 왔고, 대기업이 무리한 CR을 하지 않겠다고 언론에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우리가 경제 강국의 위치를 지키려면 자기 분야를 천직으로 알고 묵묵히 노력하는 사람이 전문가로 대접받는 그런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 실질적인 성과는 없이 유명세만 쫓아 다니는 그런 문화를 청산해야 할 것이다.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