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인심’에 이웃들 따뜻한 겨울 기대한다
  • 정재모
‘경북인심’에 이웃들 따뜻한 겨울 기대한다
  • 정재모
  • 승인 2016.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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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는 날씨 속담을 뒷받침이라도 하는 걸까. 소설(小雪) 절기인 어젯밤부터 기온이 뚝 떨어졌다. 봉화를 비롯하여 도내 내륙지방은 올가을 들어 벌써 몇 차례 기온이 영하로 내려갔지만 이번 추위도 만만찮다. 이제 본격 겨울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리라. 첫눈이 내린다는 절기를 보내고 어느덧 연말을 향해 치닫는 달력의 숫자에서 새삼 한기를 느낀다.
추위는 내륙지방의 수은주한테보다 경북도내의 ‘연탄은행’에 먼저 찾아왔다. 연탄은행은 뜻 있는 사람들로부터 후원을 받아 소외계층 등 어려운 이웃에 겨울철 연탄을 무료로 지원해주는 민간단체다.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여섯 달 동안 운영된다. 도내에는 포항시 상주시 예천군 등 3개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포항연탄은행은 700여 세대에 후원받은 연탄을 공급한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과 달리 연탄을 맡겨오는 후원자 발길이 현저하게 뜸하다. 모인 연탄 개수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상주·예천도 비슷한 상황이다.
사실 어려운 이웃의 겨울나기를 돕겠다는 열기가 넉넉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후원 열기가 전과 같지 못하다는 탄식과 우려는 거의 매년 되풀이되다시피 한다. 전하는 보도가 상투적인 것인지, 더 많은 후원을 독려하는 전략인지는 몰라도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늘 후원열기가 약하고 부족하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는 정말 어려움이 크긴 큰 모양이다.
지난달 14일부터 활동에 들어간 포항연탄은행은 내년 3월까지 모두 15만장 이상의 연탄을 후원받아 어려운 이웃에 배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목표 달성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 올 들어 지난 한 달 동안의 활동기간에 3만장을 후원받아 지원하는 데 그쳤다. 하루 1000원 안팎이 드는 연탄 값 조달조차 힘든 이웃을 돕겠다는 후원 발길이 뚝 끊겼단다. 왜 그럴까.

‘김영란법’ 시행이 몰고 온 차가운 사회적 분위기가 후원 및 기부문화를 위축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한 장에 500원이던 연탄 값이 올해 600원으로 오른 것도 기부 연탄의 개수를 줄이는 큰 이유 중의 하나다. 연탄 값은 지난달 초 14.6% 올랐다. 가뜩이나 후원되는 금액은 줄어드는 판에 연탄 값은 올라버렸으니 개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거다. 연탄은행이 춥다는 소식은 듣는 이의 마음을 더 춥게 만든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양극화 현상’이란 용어가 입과 귀에서 멀어질 날이 없다. 그걸 완화시키자는 주장도 끊임없이 외친다. 그런 중에 호화 난방시설 속에 한겨울에도 짧은 소매 상의를 입고 생활하는 사람들의 윤택한 공간이 넘쳐난다.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냉기 서늘한 골방에서 연탄 한 장도 때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경북에는 연탄을 사용하는 집이 4만8000여 가구에 이른다.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많은 숫자다. 이들 중 상당부분이 연탄마저 자력으로 확보할 수 없는 처지다. 양극화란 용어조차 이들에겐 사치일는지도 모른다.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약 두 달 동안 희망2017 나눔캠페인을 벌이기로 하고 지난 21일 활동에 들어갔다. 올해 모금목표액은 134억7000만원이라고 한다. 작년보다 3억2000여만원이 많다. 올해 목표액은 도민 1인당 5000원씩 기부하면 달성할 수 있는 금액이란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나 연탄은행 모두가 우리 이웃과 함께 따뜻한 겨울을 나자는 호소에 다름 아니다.
경북은 자랑스러운 전통의 고장이다. 선조들이 누린 높은 벼슬, 양반가문에 전해오는 귀중 문화재 같은 것도 자랑이지만 그에 앞서 정녕 자랑할 일은 따뜻한 인심이다. 사방 백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는 가르침으로 유명한 ‘경주 최부자 정신’의 전통 말이다. 경북도가 얼마 전 실시한 사회조사에서 도민들은 ‘경북, 하면 떠오르는 지역 대표 이미지’로 경북사람들의 인심을 첫번째로 꼽았다고 한다. 훌쩍 다가온 추위, 어려운 계층들의 겨울나기가 경북 으뜸의 이미지인 인심에 힘입어 따뜻한 겨울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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