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중죄인”이라던 김무성의 변신
  • 한동윤
“나도 중죄인”이라던 김무성의 변신
  • 한동윤
  • 승인 2016.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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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15일 경북대학교를 찾았다가 ‘봉변’을 당했다. 경북대 인재개발원이 주최한 ‘4차 산업혁명과 지역 경제 활성화’ 세미나 기조연설과 청년 간담회를 위해 간 것이지만 그를 기다린 건 학생들의 거센 항의와 싸늘한 비난 뿐이었다. 대학 강연을 통해 최순실 게이트로 곤경에 빠진 박근혜 대통령과 ‘선긋기’를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만 것이다.
김 전 대표의 세미나가 예정된 정보전산원에는 30분 전부터 김 전 대표에게 항의하려는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학생들은 ‘느그 아부지 머하시노’, ‘당신도 박근혜씨랑 친했잖아요’, ‘내 머릿속엔 비행기 상납, 친일, 로맨틱, 성공적’, ‘껍데기는 가라’, ‘탄핵이라는 큰 그림 그리지 말고 노후를 그리세요’ 등 김 전 대표를 비판하는 문구와 김 전 대표가 민심투어 중 빨래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 등을 인쇄한 A4용지를 벽에 다닥 다닥 붙였다. 일부 교직원, 교수와 학생 간에 마찰도 벌어졌다. 한 시민이 “학생들 자세가 틀렸어”라고 소리치자 학생들은 “김무성도 원흉이다”, “비박들도 원흉이다”, “새누리당 해체하라”,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김 대표의 강연에는 학생 20명만 참석했다.
김 전 대표는 학생들에게 “저도 최순실 사태가 이렇게까지 오게 된 걸 막지 못한 공범 중 한 사람이다. 깊이 자성하며 죄인 된 심정으로 매일 국민에게 사죄의 마음을 드리고 있다”고 머리를 숙였다. 이어 “최순실 사태는 사태고 대한민국 국정은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런 김 전 대표가 어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박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겠다”고 선언했다. 새누리당 해체를 통한 정계개편과 개헌도 함께 선언했다. 경북대에서 당한 봉변이 그의 진로에 상당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친일’ 시비는 제쳐놓더라도 경북대 학생들의 주장은  대체로 과격하지만 부분적으로 일리 있다. “김무성도 원흉이다”, “비박들도 원흉이다”라는 부분이다. 학생들 눈에는 박 대통령이나 ‘친박’은 말할 것도 없지만 그들을 비난하며 등을 돌리는 김 전 대표나 ‘비박’ 또한 ‘원흉’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최순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을 보면 학생들의 주장이 딱히 틀렸다고 하기 어렵다. 김 전 대표가 “저도 공범 중 한 사람이다. 깊이 자성하며 죄인 된 심정으로 매일 국민에게 사죄의 마음을 드리고 있다”고 한 것이 그 것을 증명한다.
문제는 학생들의 눈에 ‘원흉’으로 비친 김 전 대표가 ‘공범 중의 한 사람’이라고 자복해놓고도 ‘박 대통령 탄핵’을 선언했다는 점이다. 더구나 그는 경북대에서 “최순실 사태는 사태고 대한민국 국정은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고 한 장본인이다.
물론 최순실 게이트로 박 대통령은 물론 새누리당까지 붕괴 일보직전으로 내몰린 데 따른 분노는 이해할 수 있다. 김 전 대표로서는 자기 손으로 일으킨 박근혜 정부가 ‘촛불’에 흔들리는 사태를 참아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탄핵 당하기 전까지 국가원수다. 검찰이 기소했다지만 혐의가 확정된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새누리당과 그 당의 대표를 지낸 위치에서 할 수 있는 행동에는 절제와 금도(襟度)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김 전 대표는 최순실 사태가 터지자 마자 이정현 대표 사퇴를 요구했다. 박 대통령이 ‘노무현 사람’인 김병준 전 부총리를 국무총리로 내정하자 새누리당에서 처음으로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나도 공범 중의 한 사람’이라고 자백한 것과 너무나 동떨어진 자세다.
김 전 대표를 포함해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박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 발의되면 ‘찬’ 또는 ‘반’을 투표로 표시하면 된다. 그렇지 않고 탄핵안을 야당과 공동 발의하거나, 김 전 대표처럼 “탄핵에 앞장서겠다”고 하는 것은 시류와 타협한 얄팍한 처신으로 보일지 모른다. ‘탄핵’에 반대하라는 게 아니다. 새누리당의 상징인 박 대통령을 밟고  활로를 찾겠다는 정치인들이 앞으로 유권자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불문가지다. 우리나라 국민은 냄비같지만 ‘신의’(信義)와 ‘의리’(義利)를 중시한다는 사실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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