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내려놓으라’는 말은 무엇인가에 아등바등 집착하는 경우의 사람을 보고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라는 충고로 흔히 쓰는 말이다. 원래 ‘방하착(放下着)’이란 한자말인데 손아귀에 쥐고 있지 말고 ‘내버려라’는 뜻이다. 중국 당나라 때 선승 조주선사(趙州禪師)가 처음 쓴 말이라고 하는데 확실한 출처를 확인해보지는 못했다. 조락의 계절에 잎을 아낌없이 버리는 나무처럼 훌훌 털어버린다는 것, 멋있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비슷한 말로 ‘방일착 퇴일보 당하심안(放一着 退一步 當下心安)’이란 구절도 있다. ‘한 집착 내려놓고 한걸음 물러서라. 그 즉시 마음이 편안하리라’는 뜻이다. 중국 사람들이 처세훈으로 선호한다는 난득호도(難得糊塗;바보 되기가 어렵다는 뜻)란 성어를 탄생시킨 유명 문장의 한 구절로, 청나라 서예가 정섭(鄭燮)이란 사람이 했다는 말이다. 사람이 어느 시점에서 모든 번뇌와 집착을 떨치고 한걸음 뒤로 빠질 수만 있다면 그게 곧 도인의 경지일는지도 모른다.
제1야당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단 1분 1초도 더 청와대에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다수 언론과 정치분석가들도 대통령의 이날 3차 담화 내용에 대체로 수긍하지 않는 것 같다. 일각에서 말하는 ‘질서 있는 퇴진’이란 말은 처음부터 한시가 급하게 당장 내려와야 한다는 것이었을까. 어느 말이 옳고 그른지는 알지 못하지만 궁금한 건 있다. 모든 걸 국회에 맡기고 그 결정에 따라 하야든 조기퇴진이든 하겠다는데 그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어찌해야 할까. 다시 하야 일자를 밝히면 되는 걸까. 대통령은 3차 담화로 모든 걸 내려놨다고 생각하겠지만 마음은 여전히 편할 것 같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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