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살려 달라” 는 호소 들리나?
  • 한동윤
“경제 살려 달라” 는 호소 들리나?
  • 한동윤
  • 승인 2016.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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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19년 전인 1997년 11월 21일. 김영삼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요청’을 결정했다. 당시 임창열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이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전 세계를 향한 대한민국의 ‘파산’(破産)신고다.
IMF 구제금융 요청은 우리나라 경제가 IMF의 식민상태로 전락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IMF가 구제금융을 결정하자 잔혹한 기업 도태가 시작됐다. 대형 은행이 자빠졌고, 대우 같은 재벌도 맥없이 쓰러졌다. 중소기업은 아예 쑥대밭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170만 명의 실업자가 쏟아져 나왔고, 길거리에는 신용불량자, 노숙자가 넘쳐났다. 언론에는 일가족 동반자살이 쉴새 없이 보도됐다. 19년이 지난 지금도 그 때의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임기를 3개월 앞둔 상태였다. 레임덕에 빠진데다 아들 현철 씨가 국정농단으로 구속되면서 사실상 식물상태로 빠져 들었다. 국정이 제대로 돌아갈리 만무했다. 나라 경제가 파산 일보 직전인데 경제총수인 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을 경질하는 무모한 짓까지 저질렀다. 그로부터 19년이 지난 지금 나라는 더 어지럽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에 엮여 ‘퇴진’ 공세에 직면해 있다. 정계 원로들이 ‘질서 있는 퇴진’을 촉구했고, 새누리당 ‘친박’ 중진들까지 하야 일정을 제시해달라고 나섰다. 국가의 콘트롤 타워가 사라진 것이다.
‘중립총리’가 논의되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경제부총리에 내정했지만 야당은 인준해주지 않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있다지만 그 역시 시한부 다. 각종 경제 관련 중요 현안은 제자리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금리인상 등 급변하는 환경에 대처해야 하지만 사령탑이 없다. 국회로 넘어간 400조원의 새해예산안도 국회의원들이 마음대로 주무르는 상황이다.

이 같은 한국의 위태로운 행보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28일 강력한 경고장을 보냈다.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4%포인트 낮춘 2.6%로 제시한 것이다. OECD는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제에 미칠 단기 위험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까지 거론될 정도로 나빠진 정치 상황이 한국 경제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칠지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0.3%였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69.8%) 이후 10월 기준으로 가장 낮은 수치다.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4% 줄며 지난해 10, 11월 이후 1년 만에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1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91.7로 기준선 100을 밑돌았다. 11월 실적치는 91.0으로 지난해 5월부터 19개월 연속 기준선 이하다. 외환위기 이후 최장 기간 기준선을 밑돌고 있다. 기업이 움츠러들면서 내년도 실업률(3.9%)은 올해보다 0.2%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외환위기를 지난 2001년(4.0%)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내수경제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11월 소비자심리지수(95.8)는 7년 7개월 만에 최저치다. 외식업계 매출은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된 9월 말 이후 21% 넘게 줄어들었다. 제조업 가동률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고 백화점과 외식업종의 매출이 급감하는 등 한국 경제가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체감하는 실물경기는 이미 외환위기 수준이다.
박 대통령과 친박은 권력을 내놓기 싫어하고, 야당은 경제야 어찌됐건 정권만 잡으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19년 전 김영삼 정부가 외환위기 경고 속에 우왕좌왕할 때 야당이 금융-노동 개혁을 거부하며 위기를 가중시킨 과거가 떠오른다. 만약 이번에 다시 외환위기 같은 재앙이 닥친다면 박근혜 정부는 물론 야당까지 한꺼번에 물매를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제발 경제 좀 살려 달라”고 무릎 꿇고 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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