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유년기에 마을 앞 냇가에서 멱을 감거나 할 때 볏짚으로 휘우둠하게 움켜 싼 물건이 강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걸 종종 보았다. 그럴 때면 개구쟁이들은 못 볼 거라도 본 양 퉤퉤하고 침을 뱉었다. 짚에 싸인 게 아기가 태어난 뒤 끊어낸 탯줄과 태반이란 걸 모두들 알고 있었다. ‘문둥이들이 그걸 건져다 끓여먹는다더라’는 요상스런 말을 들으며 자란 아이들이었다. 결코 눈으로는 봤을 리 없는 광경을 머릿속에 상상하면서 마을 아이들은 몸서리를 쳤던 거다.
임신 중인 소나 돼지가 분만 전에 어찌 되기라도 할라치면 마을에는 반드시 그 속에 있는 새끼를 자궁째로 가져다가 해먹는 이가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덥썩 가져다 해먹진 못하면서, 그게 영양가가 그리도 높은 거라고 한마디씩 던졌다. 사람이나 짐숭의 태반(胎盤)이 사람에게 이롭다는 말을 나이 들어서도 어렴풋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 와서 그것에 대한 지식을 얕게나마 새삼 얻게 될 줄이야.
최순실 사태 이후 ‘세월호 7시간’ 때 대통령이 성형수술을 받았을 거라느니 어쩌니 새삼 말이 많더니 급기야 청와대 의무실 약제 구입 기록에서 태반주사가 등장해 호기심을 끌었다. 그런데 엊그제 국회에서 청와대 의무실장이 대통령에게 태반주사를 처방한 사실을 시인했다. 지금까지 뜬구름처럼 떠돌던 게 사실로 확인된 거다. 의원들의 거듭된 집중 질문에 손을 든 모양이다. 앞으로도 ‘7시간’ 중에 90분 동안은 머리를 손질했다는 둥 시시콜콜한 정보들이 경쟁적으로 잇달아 들춰질 성싶다. 지금 나라 안 분위기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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