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속에 과열되는 대권 경쟁
  • 한동윤
‘촛불’ 속에 과열되는 대권 경쟁
  • 한동윤
  • 승인 2016.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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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은 ‘촛불’과 함께 활활 타오르고 있다. 촛불보다 더 뜨거운 것은 촛불 속에 벌어지는 차기 대권후보들의 경쟁이다. 촛불 숫자가 늘어나고 열기가 뜨거울수록 그 경쟁은 치열하고, 때로는 과열(過熱)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막말’까지 튀어나오고 있다. 그러나 촛불의 반응은 싸늘하다. 박 대통령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넘치지만 기성 정치권에 대한 거부감도 만만찮다는 얘기다.
사상 최대 촛불집회였다는 지난 3일 서울과 광주, 대구에 야권 대선주자들이 총출동했다. 광주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대구에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서울에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참여했다. 이들은 주최측이 자신들을 소개하고 발언기회를 줄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냉랭했다. 3명 가운데 이재명 시장만 마이크를 잡았다. 서울 집회에 참석한 이 시장은 연설할 계획도 없었는데 시민들의 요구를 받고 30분 동안 대중연설을 할 기회를 가졌다.
반면 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는 각각 광주와 대전 촛불집회에 참석해 자유발언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해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각각 지지층이 확고하다는 지역에서 외면당한 것이다. 대구에 간 안 전 대표는 집회장 곳곳에서 “안철수 빠져라”라는 호통을 들어야 했다. 안 전 대표는 자주 고개를 숙였다.
탄핵 정국에서 가장 이득을 본 사람은 이재명 시장이다. 지난해 초만 해도 2%에 불과하던 이 시장의 지지도는 최근 KBS 조사 결과 15.7%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17.3%), 문 전 대표(17.1%)에 이어 3위를 기록하며 몸통을 흔들고 있다. 서울에서는 이 시장(20%)이 문 전 대표(14.9%)보다 앞섰다. 그는 막말 릴레이로 한국판 트럼프, 두테르테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 시장이 안철수 전 대표를 누르고 자신을 추격해오자 문 전 대표는 한 방송에서 이 시장을 ‘사이다’로 부르면서 “사이다로는 배가 부르지 않다”고 깎아 내렸다. 그는 자신을 ‘고구마’에 비유하며 “탄산음료는 금방 목이 마르다. 반면 고구마는 배가 든든하다”고 이 시장을 견제했다. 그러자 이 시장은 “사이다하고 고구마는 같이 먹어야 맛있다”고 한 방 날렸다. ‘탄핵’ 와중의 대권주자 간 견제가 마땅찮아 보인다.
이 시장의 지지세가 만만찮자 경쟁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이 시장이 종횡무진 촛불 현장에 출몰하자 다른 주자들도 이에 가세했다. 문 전 대표는 더민주당과 별동대를 구성해 독자 행보다. 5일 더민주당이 국회 본관 앞에서 촛불집회를 개최했지만 문 전 대표는 국회 정문 앞 별도 집회에 참석했다. “국회가 다른 선택을 못 하도록 국회를 압박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문 전 대표가 느닷없이 “박 대통령은 탄핵 당하면 즉각 퇴진해야 한다”는 초헌법적 발언을 한 것은 대권주자 간 경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시장은 “여러분의 손으로 무덤을 파자. 우리의 손으로 그를 잡아 역사 속으로, 박정희의 유해 옆으로 보내주자” “수갑 차고 구치소로 직행해야 할 사람” 등 가장 격렬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문 전 대표를 따라 박원순·이재명 시장도 국회 앞 촛불 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탄핵 촛불에 올라탄 야당과 대권주자들의 지지율은 어떤가. 촛불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지지율이 상승하기는커녕 하락했다. ‘리얼미터’의 11월 5주차 주간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민주당 32.5%, 국민의당 15.3%로 각각 0.5%p, 1.9%p 떨어졌다. 반면 새누리당은 17.8%로 1.6%p 반등했다. 국민의당을 제치고 한 주 만에 2위를 회복했다.
이같은 경향은 대선 지지도에서도 나타났다. 문재인 대표는 차기 대통령 지지율에서 20.8%로, 0.2%p 하락했다. 반면 반기문 UN사무총장은 18.9%로 1.2%p 상승했다. 결국 탄핵 정국을 누가 책임있게, 그리고 안정적으로 이끄느냐에 따라 지지율에 부침이 온 것이다. 거리를 두고 한국 국내 정국을 걱정하는 반 총장 지지율이 상승한 것이 그 증거다. 탄핵 정국이 끝나면 과연 누가 나라를 이끄는 데 적임자냐는 본질적인 질문이 쏟아질 것이다. 탄핵 정국은 대권주자들에게는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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