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총장 ‘최악’인가 ‘최선’인가
  • 한동윤
반기문 총장 ‘최악’인가 ‘최선’인가
  • 한동윤
  • 승인 2016.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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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영국의 유력 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권력에 빌붙는 자, 아니면 무능력자?”라는 제목으로 매도한 것은 지난 6월이다. 이 신문은 반 총장을 ‘최악의 사무총장’이라고 깎아내리기까지 했다. 무례하기 짝이 없는 내용이다.
그러자 국내 정치권이 그 보란 듯이 이코노미스트를 인용해 반 총장을 헐뜯는 데 앞장섰다. 반 총장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자 마음이 상한 야당은 이 신문 내용을 앞세워 “반 총장은 실패한 외교관”이라며 대선에 출마할 자격이 없다고 몰아 세웠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까지 반 총장에 대해 ‘외국 언론’을 빗대어 비판하고 나섰다.
정치권뿐만 아니다. 반 총장의 여권 후보 가능성을 주시해온 언론들도 반 총장을 공격했다. 이코노미스트 기사가 그 근거로 활용됐다. 어떤 인터넷 신문은 “대한민국의 자랑’이 한순간 ‘민족의 수치요 창피함’이 되어버렸다”고 반 총장에게 지독하게 모욕적인 글을 실었다. “온 국민의 기대와 박수 속에 사무총장에 자랑스럽게 취임했던 반기문 총장이 임기말 이처럼 혹평을 받는 것에 대해 혹시 반기문 총장이 유엔총장을 발판으로 대통령에 오르려는 잿밥에 눈이 멀어 유엔사무총장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반면 유엔 사무총장에서 무능력의 극치를 보여준 반기문이 언감생심 대통령자리를 넘보는 것은 나라를 말아먹을 일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는 거의 저주에 가까운 악평이다.
그러나 반 총장을 ‘역대 최악’이라고 했던 바로 그 이코노미스트지가 최근 이번엔 ‘반기문 총장의 대선 승리 가능성’을 언급하는 기사를 실어 눈길을 끌었다. 이코노미스트지가 매년 11월 다음해의 여러 이슈들을 예측하는 ‘The World in 2017’ 판에서 스테파니 스투더(Stephanie Studer) 서울지국장이 “그, 반기문… 각성과 분열이 반기문을 대통령으로 만들 것이다(Ban’s the man / Disenchantment and division will produce a President Ban Ki-moon)”라는 제목으로 반기문 총장의 대선 승리 가능성을 분석했다. 극과 극을 달리는 보도다.

그는 “일각에서 반기문이 사무총장으로서 부진했다고 하지만 한국에서는 반기문을 대통령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치 기득권과 거리가 멀고 당파적이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설명한 뒤 “유엔에서 반 총장 임기는 많은 사람에게 그가 훌륭한 중재자이자 해결사 임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불과 5개월 사이에 냉온탕을 오가는 평가다.
그러면서 반 총장의 대선 승리 가능성 근거를 조목 조목 제시했다. 스투더 지국장은 ‘반기문 대선승리’의  근거로 “새누리당은 2017년 대선을 위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영입하려 노력할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반기문이 사무총장으로서 부진했다고 하지만, 한국에선 정치 기득권과 거리가 멀고 당파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반기문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밝혔다.
또한 “반기문은 노무현 정권 시절 외교부 장관으로 노 전 대통령을 보좌했기 때문에 진보세력의 표심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고, 지역주의가 표심에 그대로 반영되는 한국에서 충청권 표심이 ‘캐스팅 보트’의 역할을 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반기문이 충청권 출신이라는 점도 한층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름대로 국내 정치상황에 대한 분석을 깔고 쓴 기사다.
스투더 지국장은 “새누리당의 정권 유지는 야권의 분열에 달려있다”면서 “미래의 대통령이 갖춰야 할 자질은 소득하위계층 중심의 경기 부양과 청년 취업난을 해소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반 총장은 (정치적으로)전문성이 다소 떨어진다고   판단된다”며 “청년들의 표심을 확보하기 위해 반기문은 강력하고 설득력 있는 방안을 내세울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코노미스트가 왜 5개월 전에 반 총장을 ‘최악’으로 매도했다가 “유엔의 훌륭한 중재자이자 해결사”라고 극찬했는지 알 수 없다. 이코노미스트를 소유한 일본의 니혼게이자이가 뒤에서 무슨 작용을 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반 총장이 ‘최악’인지 ‘훌륭한’ 사무총장인지 우리는 모른다.  다만 외국 신문 기사 한 꼭지가 무슨 절대성을 갖기라도 하다는 듯 우리끼리 찧고 까분 짓거리가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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