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難의 시대-박태준 명예회장이 더욱 그립다
  • 김호수국장
國難의 시대-박태준 명예회장이 더욱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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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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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은 인생 영원한 조국에’ 좌우명을 다시 생각하며”

[경북도민일보 = 김호수국장]  난세(亂世)다. 현직 대통령은 탄핵당해 청와대에 유폐되어 있고, 집권당은 정파로 갈려 싸움질이다. 그렇다고 국회를 지배하는 야당이 해법(解法)을 내놓는 것도 아니다. 기적의 나라 대한민국의 운(運)이 이걸로 끝나는 것은 아닌가하는 공포가 몰려온다. 아무리 둘러봐도 이 시대의 거인(巨人)은 보이지 않는다.
 청암(靑巖)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가신지 벌써 5년이다. 어제 고인을 기리는 추모식이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렸지만 고인 앞에 그 누구도 고개를 쳐들 수 없었던 것은, 고인이 반듯하게 세워놓은 대한민국 공동체가 병들고 썩어 무너져 내리는 데 “나는 책임이 없다”고 누구도 자신있게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청암 선생의 좌우명은 “짧은 인생 영원한 조국에”다. 군인으로, 그리고 정치인, 기업가, 더 나아가 철학자로서 청암의 삶은 조국에 헌신한 도정(道程)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짧은 인생’을 ‘조국’에 바치는 대신 당리당략과 개인의 영달에 쏟아 붓는 바람에 나라가 두 쪽 난 현실에서 고인의 영전에 고개를 숙이기조차 민망할 뿐이다.
 6·25 동란 이후 최대의 난국(亂局)에 처한 조국의 현실을 안타까워 하면서 너무나 절실한 것은 고인의 리더십이다. ‘위’가 아닌 ‘아래’를 바라보는 지극한 배려, 철저하고 엄격한 자기관리, 몇 십 년 앞을 내다보는 혜안(慧眼), 그리고 결단력과  실천력은 우리 사회와 지도자들에게 요구되는 덕목(德目)이다. 청암에겐 넘쳐 흐른 그 덕목을 지금 누구에게서도 찾기 힘들다. 안타깝고 비통하다.
 청암은 사단장으로 부임해 가장 먼저 ‘가짜 고춧가루’를 없앴다. 군수부정은 가짜 고춧가루 척결로 추상같이 진행됐다. ‘아래’를 향한 사랑과 배려다. 포항제철소를 지으면서 가장 먼저 직원 주택단지를 지은 것도 마찬가지다. 그 주택단지가 발전해 1991년 주택단지를 둘러 본 모스크바대 총장으로부터 “마르크스와 레닌 동지가 꿈꾸고 추구한 이상향을 저는 여기서 보았습니다. 우리의 꿈이 이런 것이었습니다”라는 극찬을 들었다. 리더십이란 이런 것이다.

 ‘철의 사나이’의 눈에는 강렬한 의지가 있었지만 절대 ‘강압’(强壓)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우향우 정신’이다. 포항제철소 건설이 지체되자 “이 제철소는 식민지배에 대한 보상금으로 받은 조상의 혈세로 짓는 것이다. 실패하면 바로 우향우해서 영일만 앞바다에 빠져 죽어야 한다”고 했다. 본인이 직원들을 이끌고 바다로 뛰어 들겠다는 각오다. 포철의 기적은 우연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과정에 대통령에게 돌을 던지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돌을 던지는 그들도 탄핵 사태에 일말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는 처지다. 특히 “탄핵”에 앞장선 여당 출신들이 이에 해당된다. 청암 선생의 “나부터” 정신은 애초 있지도 않았다. 하늘나라에 계신 청암 선생의 부릅뜬 눈, 꿈틀거리는 눈썹도 무섭다.
 고인을 상징하는 또 다른 단어는 ‘청빈’(淸貧)이다. 고인은 2000년 국무총리에서 물러난 뒤 40년간 거주해온 서울 아현동 자택을 처분해 사회로 환원했다. 이 집은 1961년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비서실장이던 고인에게 준 ‘특별하사금’으로 구입한 집이다. 유일한 재산을 미련 없이 정리한 것이다.
 여러 말이 필요없다. 박태준 명예회장의 일생과 정신에서 ‘애국심’을 빼고 설명할 수 없다. 붉디 붉은 피가 철철 흐르는 ‘애국심’이 그의 상징이다. 우리가 지금 겪는 혼란과 고통은 ‘애국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제철보국’과 ‘교육보국’으로 구현된 청암 선생의 애국심이 몸이 떨리도록 그립고 또 절실하다.
 시대의 거인은 가셨다. 주위를 아무리 돌아봐도 거인은 안 보인다. 나타날 기미조차 없다. 청암 선생의 5주기를 맞아 후생(後生)들의 맹성과 각오가 요구된다.
 ‘결단’과 ‘배려’‘포용’ ‘통합’의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는 정녕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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