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갯가 덕장의 겨울바람에 비웃(청어)이나 꽁치를 얼렸다 녹였다 하며 말린 것이 포항과메기다. 과메기란 말 앞에 도시 이름 포항이 붙는 건 동해안의 어항도시인 이곳에 예로부터 청어와 꽁치가 많이 올라오고, 따라서 과메기를 집중 생산해온 곳이기 때문이다. 내장을 꺼내고 몸통을 쪼개어 빨랫줄 같은 데 걸쳐둔 채 겨울밤낮을 몇 번 반복하는 동안 청어와 꽁치는 몸속에 지닌 그 많은 기름기가 빠지면서 꾸드러진다.
과메기 이름은 말리기 위해 꼬챙이로 눈을 꿰었다는 데서 왔다는, 다소 쟁그라운 풀이를 갖고 있다. 실제로 과거 싸릿대 같은 걸로 눈을 꿰어 말렸다고 한다. 꿸 관(貫)에다 눈 목(目), 고기 어(魚)를 써서 ‘관목어’였던 게 자음탈락, 연철(連綴)화, ‘l 모음 역행동화’ 같은 복합적 음운변화 과정을 거쳐 과메기가 됐다는 설명이 지역에 내려오고 있다. 관목어→관목이→과목이→과모기→과뫼기→과메기가 됐다는 거다. 그럴 듯하지만 꼭 그렇다고 단정 지을 일도 아니다. 생선 중에는 그냥 메기도 있고 물메기도 있으며 ‘까지메기’란 놈도 있지 않은가. 한자를 갖다 붙여야 직성이 풀리는 글쟁이들이 어줍게 갖다 붙인 건지도 모를 과메기 풀이다.
과메기철이 돌아왔다. 동해안에 바닷바람이 매서워지면서 과메기 생산도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올해 현재까지의 매출은 영 부진하다는 보도다. 주요 산지인 구룡포읍 시장에 즐비한 과메기 가게엔 예년에 비해 찾아오는 발길이 30%나 줄었단다. 각지로 실려 가는 택배물량도 예년보다 30~40%가 빠졌다고 아우성이다. 이러저러한 사회 분위기 탓이라고들 분석하며 시름겨워 하는 얼굴빛이다. 목하 나라 안 사정이 이래저래 여러 사람 힘들게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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