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등등 ‘비박’ 왜 ‘친박’에 졌을까?
  • 한동윤
기세등등 ‘비박’ 왜 ‘친박’에 졌을까?
  • 한동윤
  • 승인 2016.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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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에 내몰리자 새누리당 ‘친박’은 처지가 궁핍해졌다. ‘비박’은 이정현 대표 등 ‘박 대통령의 남자들’을 최순실의 동업자로 싸잡아 매몰차게 비난했다. ‘친박’이 ‘비박’으로 이탈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당초 새누리당 내 ‘비박’은 40명 선이었다. 박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이른바 ‘비상시국회의’ 멤버가 40명 선이었지만 실제 국회 탄핵에서는 55명이 찬성함으로써 ‘친박’ 가운데 15명 이상이 ‘비박’으로 ‘전향’한 사실이 확인됐다. ‘친박’은 그야말로 온몸에 ‘주홍글씨’가 새겨진 기피대상으로 전락했다.
 그런데 16일 실시된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 정우택 의원이 승리했다. 박 대통령 탄핵을 밀어붙이며 기세등등했던 ‘비박’의 나경원 의원을 62 대 55로 누른 것이다. ‘친박’이 부활한 반면 ‘비박’은 나락으로 떨어진 셈이다. 나경원 후보 당선을 위해 앞장섰던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 등이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비박’은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에게 질래야 질 수 없었다. ‘친박’에게 ‘최순실’이라는 낙인만 찍으면 정치권에서 파문당하는 분위기 속에서, 그리고 박 대통령 탄핵에 성공한 마당에 원내대표 경선에서 그까짓 ‘친박’에게 패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간주해왔다. 그래서 탄핵 후에도 당장 탈당하지 않고 원내대표 경선 승리를 통해 ‘친박’을 제압하고 새누리당을 확실히 ‘접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상황은 확 달라졌다. 당을 장악하기는커녕 ‘친박’의 당권만 더 공고하게 만들어 주고 만 것이다.

 원내대표 경선 3일 전 이정현 대표는 당 윤리위에 ‘진박’을 대거 밀어 넣어 윤리위 장악을 시도했다. 윤리위가 박 대통령 ‘징계’를 시도하자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자 사무처가 들고 일어나 이 대표 사무실을 점거했다. 이 대표의 역 쿠데타에 ‘친박’도 반발했다. 이 대표가 “사고쳤다”는 분위기였다. 이 때문에 원내대표 경선을 ‘하나마나’라는 여론이 팽배했다. 그러나 결과는 ‘친박’ 승리 ‘비박’의 패배다. 이유가 무엇일까?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매우 흥미로운 논쟁이 있었다. ‘친박’ 정우택 의원이 상호토론에서 이 “친박계 정당과 비박계 정당이 생기면, 친박계 정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배 이상으로 나왔고, 비박계 정당 지지는 절반 이하”라며 “(경선에서) 패배하면 정말 탈당할 것인지 밝혀달라”고 압박했다. 그런가하면 나경원 의원은 “내가 본 여론조사는 다르다”면서 “여론조사가 친박·비박(계 정당) 똑같이 나왔다”고 반박했다.
 두 사람의 말은 다 옳다. CBS라디오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대상 조사에서 친박계 정당과 비박계 정당 지지율은 12.6%로 동일하다. 그러나 새누리당 지지층만 대상으로 하면 친박계 정당 지지율은 54.0%인 반면 비박계 정당 지지율은 25.4%다. 절반도 되지 않는다. 정우택 의원이 바로 이 부분을 부각시켜 ‘비박’을 찌른 것이다.
 ‘친박당’과 ‘비박당‘이 12.6%로 동일하게 지지를 받은 건 야당 지지층까지 포함한 조사에서다. 반면 ‘친박당’이 ‘비박당’의 곱절 이상 얻은 조사 결과는 오직 새누리당 지지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비박’으로서는 어차피 새누리당 지지층으로부터 표를 얻어야 한다. ‘비박당’을 창당해본들 새누리당 전통 지지층이 고개를 돌린다면 다음 선거에서 금배지를 다시 달 기회가 희박해지는 셈이다. 정우택 의원은 이 부분을 파고 들었다. 박 대통령 탄핵에 앞장선 ‘비박’에 대한 새누리당 전통 지지층의 반발을 엿볼 수 있다.
 남은 건 김무성·유승민 의원 등의 ‘탈당’이다. 김 전 대표는 “(탈당에 대한) 고민은 무슨, 홀가분해졌다”고 했다. 그러나 전통 새누리당 지지층으로부터 지지를 못 받는 ‘비박당’에 대한 의원들의 고민이 적지 않다. 유승민 의원이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해볼 것”이라고 한 게 그 증거다. ‘친박’을 ‘최순실 부역자’라는 식으로 모욕한 ‘비박’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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