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벼룩은 높이뛰기 선수다. 날개는 퇴화했으나 뒷다리가 잘 발달된 덕분이다. 이에 따라 벼룩 서커스란 것도 있는 모양이다. 김재원의 ‘벼룩 서커스’를 간추려 본다. 왕궁에 초대받아 특별공연을 마친 벼룩 무용단 가운데 한 마리가 무용복을 벗어버리고 달아났다. 그것도 하필이면 왕비의 치마 속으로 뛰어 들어가서 곡마사는 울상이 되고 말았다. 이튿날 시종무관이 벼룩을 한 마리 잡아왔으나 곡마사는 받지 않았다. “우리 발레리나가 아닌 보통 벼룩”이라는 이유였다던가.
미국에서는 벼룩의 서커스 옷을 만들어 생계를 잇는 부인도 있었다고 한다. 참으로 미세한 솜씨가 아니면 흉내낼 엄두조차 못낼 재주인 것 같다. 이렇듯 벼룩에 기대어 삶을 이어가는 사람도 있고 보면 공생구조가 특이하다 싶기도 하다.
곤충식량 시대라지만 벼룩 요리가 있다는 소리는 들어본 일이 없다. 그런데도 ‘벼룩의 간을 내어 먹는다’는 속담은 널리 알려져 있다. 푼돈을 뜯어먹는 악성 부류를 빗대어 쓰는 말이다. 이 말이 속담에 그치는 게 아닌 모양이다. 아르바이트생들을 등쳐 품삯을 제대로 주지 않은 대기업체가 있다. 그 알량한 품삯을 깎으려고 ‘조퇴처리’를 하고 ‘임금꺾기’를 일삼았다고 한다. 그렇게 빼어먹은 ‘등골’값이 84억원이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이랜드파크 감독결과 내용이다. 이랜드파크는 이랜드 그룹의 계열사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아 주는 기업체에서 ‘벼룩의 간’을 실천한 꼴이다. 어안이 벙벙해질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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