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어사출두
  • 김용언
구미 어사출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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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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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춘향전은 뭐니뭐니해도 암행 어사 출두 (御史 出頭)  대목이 가장 신난다. “좌수, 별감 넋을 잃고, 이방,호장도 실혼하고, 삼색 나졸 분주하네. 모든 수령 도망할 제, 거동 보소. 인궤 잃고 과줄 들고, 병부 잃고 송편 들고, 탕건 잃고 용수 쓰고 , 갓 잃고 소반 쓰고, 칼집 쥐고 오줌누기, 부서지니 거문고요,깨지나니 북과 장고라. 본관이 똥을 싸고 , 멍석 구멍 새양쥐 눈뜨 듯하고 내아로 들어가서, “어 추워라! 문 들어온다 바람 닫아라. 물 마른다 목 들여라!”
“어사 출두” 호령 한 마디에 한 고을의 관아가 이렇게 볼썽 사납게 무너지니 그 기본구조가 얼마나 썩었겠는가를 알만하다. 청렴은 공직사회를 떠받치는 대들보 가운데 하나로 일컬어진다. 벼슬아치들이 올곧았다면 탕건 잃어버린 채 소반 뒤집어쓰고 바지에 오물 지려가며 내아(內衙)로 달아나 “바람 닫으라”고 호통칠 리도 없는 일이다.

어사출두는 오늘날도 계속된다. 비록 시대의 변화에 걸맞게 그 형식은 달라졌지만 오늘날에도 그 정신은 살아서 전해 내려오고 있다. 경북도가 청렴도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본 일이 있는지 기억이 아슴푸레하다. 구미시만 하더라도 최근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전국 최하등급을 받았다. 2013년엔 7.57점으로 3등급이라도 받았지만 올해는 6.54점이다. 그래서 남유진 구미시장에게 부패도시를 만든 책임이 있다고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다나 보다.
실제로 구미에선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시청공무원들의 근무성적 평점 점수와 순위가 뒤죽박죽 돼버린 일이 벌어졌다. 시청 공무원 37명의 근무성적을 멋대로 조작한 관계 공무원들이 구속되기까지 했다. 세 사람의 승진순위를 앞당겨 주기 위한 조작이라고 한다. 담당 관리들은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이러려고 어깨띠 두른 채 주먹으로 하늘을 쳐가며 청렴을 다짐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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