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에 옮겨붙은 ‘박연차 유령’
  • 한동윤
반기문에 옮겨붙은 ‘박연차 유령’
  • 한동윤
  • 승인 2016.12.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박연차’. 그 이름은 우리 최근 정치사에 매우 불온한 고유명사다. 태광실업 회장이던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아무도 노 전 대통령을 주목하지 않았을 때부터 ‘후원자’로 나서 음으로 양으로 노 전 대통령을 도왔다. 그러나 결국 그의 진술에 의해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검찰 수사를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것은 퇴임 1년 후인 2009년이다. 정권이 바뀌고 박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그는 노 전 대통령 일가에 전달한 돈을 줄줄이 털었놨다.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씨에게 건넨 100만달러, 정상문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건넨 3억원, 노 전 대통령 사위 연철호에게 건넨 500만달러 등이다. 수사가 시작되자 노 전 대통령 임기 중 권 씨가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100만달러와 3억원을 시인했다. 권 씨는 이 돈을 개인 빚 청산과 자녀 유학비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연차-권양숙 간 돈 거래를 노 전 대통령 본인은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박연차가 노 전 대통령 사위 연철호에게 건넨 500만달러는 노 전 대통령이 인지하고 있었으나 개인 간 투자 성격으로 보아 막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640만달러의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의 공범으로 형사처벌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바위에서 뛰어 내림으로써 이 사건은 종료되고 말았다.
그 ‘박연차’가 다시 등장했다. 박 회장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 23만달러를 줬다는 의혹을 시사저널이 보도한 것이다. 시사저널은 24일 “반 총장이 2005년 외교 장관 시절 20만달러, 유엔 사무총장 취임 후 2007년 3만달러 정도를 박 회장에게서 받았다”며 “반 총장이 총 23만달러(약 2억8000만원)를 수수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 총장이 외교장관이던 2005년 5월 베트남 외교장관을 환영하는 한남동 공관 만찬 자리에서 주한 베트남 명예총영사로 참석한 박 전 회장이 20만달러를 줬고, 2007년 초에는 반 총장의 유엔 사무총장 취임 축하 선물로 3만달러를 줬다는 것이다. 시사저널은 “박 전 회장이 반 총장과 사돈을 맺고자 했는데, 사돈을 맺지 못해 불만을 갖고 있었다”고도 전했다. 뿐만 아니라 “박 전 회장 조사 중 ‘반 총장에게 돈을 줬다’고 털어놨으나 검찰이 ‘국익 차원에서 반 총장 금품 제공 사실은 덮어두자’고 한 뒤 조서에서 내용을 삭제했다”고도 했다. ‘박연차 유령’이 노 전 대통령에서 반 총장으로 옮겨간 형국이다.

반 총장이 박 회장으로부터 금전 지원을 받았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나온 얘기다. 노 전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친노’ 진영에서 입에 올린지 오래다. 특히 반 총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차기 ‘대권후보’로 물망에 오를 때면 어김없이 ‘박연차 의혹’을 흘리곤 했다. ‘반기문 대망론’에 찬물을 끼얹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박연차 회장의 반 총장 ‘후원’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왔다. 노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반 총장을 유엔사무총장으로 추천하고 당선을 위해 노력하면서 물심 양면으로 지원했다는 것은 다 아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 측이 유엔 로비에 들어가는 자금 지원을 박연차 회장에게 요구했다는 설이 유력했다.
반 총장으로서도 유엔 사무총장 선출에 이런 저런 비용이 들어갔을 것이고, 사비를 들일 수 없는 형편이었다면 노무현 정부 지원을 받았을 수도 있다. 그돈이 박연차로부터 나왔는지 아닌지 반 총장으로서는 알 수 없었을지 모른다. 참여정부 출신들이 반 총장 자금지원설을 끊임없이 흘린 것으로 미뤄볼 때 참여정부 출신들은 그 자금의 출처를 알고 있었을까?
어찌됐건 대한민국 출신 첫 유엔사무총장에게 박연차라는 부패한 기업인의 ‘딱지’를 붙이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그 것도 반 총장이 차기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사실상 출사표를 던진 시점에 그 같은 보도가 나온 것을 의심하는 분위기다. 내년 대통령선거에도 온갖 괴담과 유언비어가 난무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부터 든다. 반 총장은 시사저널 보도를 냉정하게 부정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