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뒤흔든 두 천재의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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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뒤흔든 두 천재의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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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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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 슈타인과 히틀러
킴벌리 코너시 저·남경태 옮김 l 그린비 l 1만8000원
 
 
 
 
 
 
 
 
 
동창이었던 두 사람
상반된 집안배경 인해
갈등의 골 깊어져가

 
 
비트겐슈타인의 부와 특권
히틀러의 `박탈감’ 자극
반유대주의로 이어지게 돼

 
 
  20세기 철학계 이단아 비트겐슈타인과 독재자 히틀러는 1889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동갑내기다.
 두 사람은 린츠에 위치한 레알슐레(국립 실업학교) 동창이기도 하다. 훗날 세상을 뒤흔들게 된 두 천재는 같은 학교에 다녔지만 그리 친하지 않았다.
 마음을 섞기 어려웠던 근본 이유는 상반된 집안 배경 탓이다. 당시 비트겐슈타인은 막강한 부를 거머쥔 철강재벌의 아들이었다. 반면 히틀러는 13세에 아버지를 잃고 궁핍하게 살았다.
 히틀러는 부유한 비트겐슈타인을 미워했다. 이는 그의 저서 `나의 투쟁’에도 언급된다.
 “레알슐레에서 나는 유대인 소년 한 명을 만났다. 우리는 모두 그를 조심스럽게 대했는데 그 이유는 단지 우리가 여러 차례 경험으로 그가 경솔하다고 의심하게 돼 그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책의 저자 킴벌리 코니시는 이 유대인 소년이 바로 비트겐슈타인이라고 주장했다.
 저자에 따르면 비트겐슈타인은 가문이 이룬 부와 권세, 문화적 영향력을 과시했고 친구를 사귀려 하지도 않았다. 당연히 `왕따’였다. 히틀러가 그를 증오했다는 증거는 프란츠 예칭거의 `히틀러의 소년기’에도 나와 있다.
 “언제가 아돌프는 한 소년에게 `이 더러운 유대놈아’라고 소리쳤어요. 그 소년은 깜짝 놀랐죠. 그때까지 그는 자신이 유대 혈통인 줄 모르다가 몇 년 뒤에야 알게 됐거든요.”
 히틀러가 그를 미워한 결정적인 이유는 문화적 특권 때문이라고 작가는 설명했다. 히틀러는 음악과 미술에 관심이 많았지만 누릴 만한 여건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비트겐슈타인 가문은 클림프가 창설한 예술가단체(분리파) 전시회를 후원하고, 브람스가 집에서 사적인 음악회를 열었다. 예술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던 셈이다.
 비트겐슈타인은 이런 가문 배경과 예술작품에 대해 자랑스럽게 떠들고 다녔다.
 이는 그림과 음악에 갈증을 느끼던 히틀러를 자극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비트겐슈타인에게 느낀 상대적 박탈감과 질투가 반유대주의로 연결됐다고 저자는 강조했다.
 히틀러는 훗날 유대인이 주식시장을 조작하고 예술을 상업화해 타락시켰다고 비난했는데 정작 그 화살은 비트겐슈타인 가문을 향해 있었다.
 히틀러는 린츠에 헤르만 괴링 제철소를 세운 뒤 비트겐슈타인 가문이 소유했던 제철소를 흡수해 복수를 감행했다. 또한 유럽 전역에서 약탈한 예술품을 린츠의 `아돌프 히틀러 박물관’에 보내 어린 시절 누리지 못한 예술 향유의 한을 풀었다.
 한편 히틀러의 우상은 바그너였다. 오페라 `디 마이스터징거’를 정확하게 외울 정도로 빠져 있었다. 바그너의 악상과 대위법, 음악적 전개가 히틀러 연설에도 영향을 줬다. 웅변 어조가 교향악 구성을 지녔고, 바그너 음악에서 트롬본이 울려 퍼지는 것처럼 극적인 클라이맥스로 끝났다.
 히틀러는 바그너의 반유대주의에도 큰 영향을 받았다. 바그너는 저서 `음악의 유대주의’에서 예술 정신이 쇠퇴하는 과정을 개괄하면서 그 원인이 유대인이 예술계에 침투해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나의 투쟁’에서 히틀러가 끊임없이 유대인을 비난하는 말은 이런 반유대주의 발언과도 닮아 있다.
 바그너는 이 책을 발표한 후 절친한 동료이자 당대 최고 바이올리니스트인 요제프 요하임과 결별하고 원수지간이 됐다.
 공교롭게도 요하임은 비트겐슈타인의 삼촌이었다. 히틀러와 비트겐슈타인의 악연은 상당히 질겼다.   /여정엽기자 bit@
 
 
 
>>눈에 띄는 새책
 

 △소녀의 인디아(비소설/정윤 지음)
 지리산 골짜기에서 태어나 자연과 더불어 자란 산골소녀 윤의 눈으로 바라보고 느낀 인도이야기. M&K. 256쪽. 9000원.
 
 △킹메이커(한국소설/김진명 지음)
 우리 사회가 지금부터라도 강대국에게 약점을 잡히는 위험하고 불합리한 선거와 절연해야 선진국으로의 진입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쓴 책. `허구인가, 진실인가!’의 논쟁을 낳은 실명 정치소설. for book. 266쪽. 9800원.
 
 △논개 1, 2(한국소설/김별아 지음)
 1권은 논개의 성장과정과 17세 이전에 논개의 눈을 통해 바라본 세상, 그 세월을 견디는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2권에서는 최경회를 기다리며 인고의 세월을 감내하며 내면의 고뇌를 드러내는 논개의 모습 등을 통해 역사와 인생에 대해 성찰하는 구도 소설의 징후도 발견할 수 있다. 문이당. 1권 330쪽, 2권 342쪽. 각권 1만원.
 
 △민중이 사라진 시대의 문학(한국문학/조정환 외 지음)
 문학이 다중의 생성 및 진화의 흐름에 합류해 그것의 정신적 힘을 표현하려는 노력을 그치지 않는 한 근대문학의 종언은 문학 진화의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갈무리. 344쪽. 1만5000원.
 
 △서양사(서양사/안병직 외 지음)
 국내 역사학 분야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들 가운데 주목할 만한 논문 18편을 선정해 수록했다. 지도와 국가 상징물, 대기업, 광고, 판례, 한국전쟁과 열강 각국의 국제 정치 간의 역동성 등 흥미로운 소재와 사건을 통해 이제까지 접하지 못했던 역사를 보여준다. 책세상. 656쪽. 2만9000원.
 
 △비 上, 下(중국소설/차오원쉬엔 지음·김지연 옮김)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이 변해버린 시대의 폭풍에 휩쓸린 한 여자와 그녀를 사랑하지만 말조차 제대로 건네지 못하는 남자.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우정과 질투의 감정을 공유하는 또 한 명의 남자. 세 사람의 복잡한 감정과 함께 비를 소재로 혁명의 시대를 그린 러브스토리. 은행나무. 1권 312쪽, 2권 320쪽. 각권 9800원.
 
 △NGO를 알면 세상이 보인다(사회학/박상필 지음)
 NGO는 무엇인가? 무엇을 하는가? 또 한국 NGO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등 NGO와 관련한 지식들을 다양한 사진과 데이터를 통해 보여준다. 사회를 이루는 한 축으로서 NGO를 이해하는 것은 세상을 보는 창을 하나 갖는 것과 같다고 주장한다. 한울. 336쪽. 1만5000원.
 
 △살인의 창세기 1, 2(중동소설/훌리아 나바로 지음·김수진 옮김)
 제2차 세계대전과 이라크전을 배경으로 성서 속 인물인 아브라함이 역사에 실존했음을 입증해 줄 인류 역사상 최고의 유물인 `진흙 성서’ 발굴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랜덤하우스. 1권 416쪽, 2권 528쪽. 각권 1만1000원.
 
 △미국 길들이기(정치/스티븐M.월트 지음·김성훈 옮김)
 `미국이 자신의 힘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다른 국가가 미국의 힘에 대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미국의 힘에 대한 전 세계의 대응을 분석한다. 한울아카데미. 400쪽. 2만5000원.
 
 
 
 
>>함께 읽는 어린이책
 
 △허생·거지 광문이(초등 고학년/박상률 글·김태헌 그림) = 박지원 단편을 모아 다듬었다. 본문 안에 해설을 자연스레 녹여 내어 대의와 속뜻을 분명히 이해하도록 했다. 또한 배경 설명과 더불어 시대상을 드러내는 실존 인물의 의미를 쉽게 읽힐 수 있도록 풀었다. 중간 중간에 나오는 회화적인 그림은 독특한 느낌을 자아내 책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알마. 112쪽. 8500원.
 
 △프린세스 아카데미(초등 고학년/섀넌 헤일 글·공경희 옮김) = 여기 등장하는 프린세스들은 의존적이지 않고, 꿈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하며 발전해 나간다. 또한 외적인 조건을 떠나 내면의 풍요로움을 쌓아올리면서 주변에 행복과 도움을 나눠주는 참된 아름다움과 고귀함을 갖추게 되는 소녀들의 이야기. 물질만능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에 현혹되기보다 어떤 가치가 더 소중한지 깨우치게 한다. 책그릇. 304쪽. 9800원.
 
 △주먹곰을 지켜라(초등 고학년/김남중·김중석 그림) = 인간의 자연 파괴로 반달곰이 주먹만한 곰으로 변한 이야기. 동물들의 유전자를 조작해 판매하는 애완동물 회사 `자연의 친구’가 `주먹곰’을 대량 복제 생산해 큰 돈을 벌려는 음모에 맞서 본래 반달곰의 모습을 지켜주려는 강수와 우림이의 모험 속으로 초대한다. 인간의 자연 파괴에 대해 반성하는 마음과 자연의 생명력 회복을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할 지 스스로 환경 문제를 고민하게끔 한다. 우리교육. 188쪽.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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