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내륙철, 야당텃밭이 되면 되려나
  • 정재모
남부내륙철, 야당텃밭이 되면 되려나
  • 정재모
  • 승인 2017.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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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지난해 12월 26일, 남부내륙철도 시군행정협의회 출범식이 있은 날이었다. 그 보도를 지방방송으로 본 한 지인이 사석에서 다소 냉소적으로 말했다. “경남북 여러 시군지역에 걸친 이 철도는 아마 지금 여당이 야당이 되면 성사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 전에는 정치권도 정부도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거다.”
기초지자체 공무원인 그의 말은 비 영남권에서 정권을 잡게 되고 TK PK 지역에 야당 국회의원이 다수 포진하게 될 때 비로소 남부내륙철도가 건설될 수 있으리라는 주장이었다. 그는 결코 야당 지지자가 아니다. 그런데 무슨 근거를 댄 건 아니지만 장담(壯談) 같은 어투였다. 처음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잇따른 대통령 탄핵, 여당인 새누리당의 분당과 지리멸렬 같은 일과 관련이 있는 얘긴가 했다, 하지만 부연된 몇 마디 설명을 듣고 보니 딴 얘기였다.
우리나라 정부는 야당에 약하다는 말이었다. 그러니까 국회의원 선거철만 되면 보수여당 쪽 후보들이 외쳐 온 ‘힘 있는 여당’이란 말은 적어도 TK PK지역에선 틀린 구호였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정부를 움직이는 진짜 힘은 야당 의원에게서 나온다고 그는 말했다. 정부의 잘못을 놓치지 않고 오히려 침소봉대 기법까지 동원하여 까발리는 야당 의원의 입이 정부 관료들을 휘어잡는 힘이라는 주장이었다. 여당의원들은 정부 잘못을 감싸기만 해주니 겁을 내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의 특정부처 이야기가 아니라 ‘일반론’이었다. 정권마다 논란이 되는 역차별 현상의 배경분석이기도 했다.

남부내륙철도는 경북 김천에서부터 성주 고령과 경남 합천 의령 진주 고성 통영을 거쳐 거제에 닿는 170여㎞ 철도를 말한다. 이 철도를 건설하겠다는 의지는 진즉부터 정부에서 나왔다. 하지만 그 사업에 착수하기 전에 거치게 돼 있는 예비타당성조사를 벌써 3년째 끌고 있는 걸로 보도됐다. 보통 6개월이면 결판이 나는 예비타당성조사를 한국개발연구원은 이렇게 끌고 있다는 거다. 영남사람들은 남부내륙철도가 영남지역에 놓이는 철도라서 국회에도 신경을 쓰는 그룹이 두텁지 않고 그러므로 정부도 애써 달라붙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 이런 사업을 들고 나왔다면 그곳 국회의원들이나 여론이 정부로 하여금 미적거리게 놔두지 않았을 거란 얘기도 했다.
지역국회의원들로서는 무슨 소리냐며 펄쩍 뛸지도 모르겠다. 작년 초에도 철도가 지나게 될 경남북 지역 국회의원들이 모여 이 철도 조기건설을 위한 간담회도 개최하지 않았느냐고도 할 것이다. 그리고 실제 정부쪽에 나름대로 채근을 했을 것이란 개연성까지 부정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달 말 현재까지 연 3년째 예타(豫妥·예비타당성조사)에 매달려 있는 건 사실이다.
철도가 지나게 될 경남북 기초지자체장들이 정부의 이런 미적거림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이들 시장 군수 9명이 김천에서 자리를 함께 해 ‘남부내륙철도 시군행정협의회’를 출범시켰다. 이날 이들은 예타를 조속히 마무리할 것을 촉구했다. 또 예비타당성 조사가 통과되는 대로 착수하기 위해 이미 기본설계비 30억 원이 확보돼 있는데도 왜 예타를 미적거리느냐고 성토했다. 이들은 정부가 예타에 시간을 끄는 것은 B/C를 좋게 나오지 않게 하려는 의도일 거라고 했다. B/C란 투자비용 대비 편익의 환가가치를 이른다. 정부사업의 타당성 조사에서 이 비율이 낮게 나오면 사업은 당해 시점에서 통상 보류하거나 계획을 폐기한다.
시장 군수들은 해당기관이 ‘예비타당성조사 중’임을 내세워 시간을 끄는 건 대통령 공약이기도 한 이 사업을 무산시키려는 뜻일 걸로 의심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이 그 바쁜 각자의 지역업무 제쳐놓고 행정협의회를 만들고 정부요로에 대한 항의방문을 계획하는 등 움직이기 시작한 거다. 국토교통부가 이 문제에서 국회의원들보다 시장군수들의 말을 더 무겁게 받아들일지 여부는 두고 볼 일이다. 분명한 것은 남부철도 건설을 바라는 지역민들은 국회의원들보다 시장 군수들이 합심해서 내는 한목소리에 더 큰 기대를 갖고 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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