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공식환영행사’ 왜 문제되나?
  • 한동윤
‘반기문 공식환영행사’ 왜 문제되나?
  • 한동윤
  • 승인 2017.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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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마침내 내일 (12일) 귀국한다. 유엔사무총장으로 무려 ‘10년간’ 국제외교무대의 주인공으로 활약하고 ‘금의환향’(錦衣還鄕)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귀국을 앞두고 국내가 조용하지 않다. 반 전 총장의 대선출마 가능성을 놓고, 그의 출마가 마뜩찮은 세력이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부의 반기문 귀환 환영 행사조차 반대하고 있다.
외교부는 반 전 총장의 귀국환영행사 및 공식일정을 일부 지원키로 했다. 조준형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 5일 정례브리핑에서 “반 전 총장을 환영하는 적정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반 전 총장 귀국 직후 3부 요인, 즉 대통령 권한대행, 국회의장, 대법원장 면담 주선 등 사무총장 자격의 공식일정을 지원할 예정이다”라고 밝힌 것이다.
외교부는 그동안 반 전 총장 환영행사가 정치권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신중한 자세를 보여왔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지난 2일 “반 전 총장에 대해 어떤 식으로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도 “행여나 잘못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외교 차원에 국한해서 (행사를) 하더라도 해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접근한 것은 이 때문이다. 국제 관례상 현직 유엔 사무총장 의전상 예우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사이 수준이다. 국내에는 국제기구 대표 지원에 관한 특정 규정이 없다.
외교부가 반 전 총장을 위한 ‘최소한의 예우’에 의한 환영행사 계획을 밝히자 더불어민주당이 발끈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최대 라이벌인 반 전 총장을 외교부가 띄우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외교부의 불법적 대선개입 시도”라는 공격까지 나왔다.

추미애 더민주당 대표는 9일 “법적 근거가 없는 전관예우 행사를 하겠다는 건 박근혜 정부의 반기문 띄우기에 다름아니다”라고 비난했다. “반 전 총장도 문제될만한 소지가 있는 부적절한 정부지원은 사양하는 게 마땅한 도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외교당국의 무능한 외교로 국민 경제도 보복조치를 당하고 있는데 외교부 출신에 대한 전관예우 행사를 기어이 하겠다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진우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매국적 한·일 위안부 합의를 칭찬하지를 않나, 자위대의 재무장화를 옹호하질 않나, 퇴임 후 정부직 취임 금지라는 오랜 전통의 유엔결의안을 위배해도 아무런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는 그 선배 반기문에 그 후배들, 그야말로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반 전 총장과 외교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영국의 유력 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반 사무총장을 “권력에 빌붙는 자, 아니면 무능력자?”라는 제목으로 매도한 것은 지난 6월이다. 이 신문은 반 총장을 ‘최악의 사무총장’이라고 깎아내리기까지 했다. 그러자 국내 정치권이 이코노미스트를 인용해 반 총장을 헐뜯었다. 더민주당이 가장 앞장섰다. “반 총장은 실패한 외교관”이라고 했다.
그러나 반 총장을 ‘역대 최악‘이라고 했던 바로 그 이코노미스트지가 최근 ‘반기문 총장의 한국 대통령선거 승리 가능성’을 언급한 보도를 내보냈다. 스테파니 스투더(Stephanie Studer) 서울지국장이 쓴 “그, 반기문. 각성과 분열이 반기문을 대통령으로 만들 것이다(Ban’s the man/Disenchantment and division will produce a President Ban Ki-moon)”라는 제목의 기사다. 그는 “반기문이 사무총장으로서 부진했다고 하지만 한국에서는 반기문을 대통령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치 기득권과 거리가 멀고 당파적이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설명한 뒤 “유엔에서 반 총장 임기는 많은 사람에게 그가 훌륭한 중재자이자 해결사 임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의 반 총장 대선승리 가능성에 대한 보도에는 국내 정치권이 입을 다물었다.
반 전 총장은 노무현 정부의 작품이다. 노무현 정부는 ‘한국인 최초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했다는 데 자부심을 가졌고, 업적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반 전 총장이 문재인 대항마로 떠오르자 헐뜯는 것도 모자라 공식 환영행사까지 비난하고 나섰다. 만약 반 전 총장이 대선에 출마하지 않는다면 더민주당은 그 때 뭐라고 변명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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