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주주의에서 인민은 분노한 신(神)
  • 한동윤
한국 민주주의에서 인민은 분노한 신(神)
  • 한동윤
  • 승인 2017.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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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저널리스트 마이클 브린은 국제적인 한반도 전문가다. 그는 최근 미국의 포린폴리시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태를 지켜보고 ‘한국 민주주의에서는 인민이 분노한 신(神)이다’라는 칼럼을 실었다. 한국에서는 대중의 감정이 강력한 야수로 돌변하여, 확립된 법치(法治)를 붕괴시킨다는 게 요지다. 칼같은 지적이 소름끼친다. 언제 ‘야수’(野獸)로 돌변할지 모르는 ‘이웃’ 속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한·미 관계를 천착하며 한국 국민의 기질을 분석했다. 우선 2007년 한국계 미국인 대학생 조승희가 버지니아공대에서 32명을 쏴죽인 사건을 예로 들었다. 그는 “당시 한국에서는 미국 민심이 분노하여, 부시 대통령으로 하여금 한국인에 대한 비자면제를 철회하고, 미 의회에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부결시키도록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일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미국 여론은 ‘조승희=한국’이라는 편견에 물들지 않았다. 한국인에 대한 비자 면제나, 한·미 FTA 부결도 일어나지 않았다. 조승희 사건에도 한국인들의 미국 여행은 자유롭고 갈수록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 한·미 FTA도 무난히 체결됐다.
브린은 또 “2002년 미군 장갑차에 한국 여중생 2명이 치어 죽은 교통사고 직후 거의 매일 수만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운전병을 살인혐의로 수감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고, 미군에 의한 의도된 살인이라고 믿었다”고 회고했다.

뿐만 아니라 ‘2008년 미국 소고기 수입제한 조치를 철폐하자 비슷한 시위가 일어났다. 초등학생들도 수천 명이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미국이 부적합한 소고기를 학교매점에 보낸다고 믿었다’고 돌아봤다. 그러자 미국 신문에 ‘한국인들이 미국을 원하지 않으면 미국이 떠나야 한다’는 제안이 실렸다. 그러나 주한미군 철수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한국의 시위자들은 ‘미국이 머물기를 희망’했기 때문이다.
마이클 브린은 이 글을 통해 스스로를 ‘신’(神)으로 여기는 한국 시위 군중들의 심리를 파헤치고자 했다. 그는 “한국의 인민을 분노하게 만든 것은 대통령이 한 여성의 말을 듣고 조종당했다는 한 TV 기사였다. 몇 주 지나 대통령은 탄핵당했다. 한국 민주주의가 미국처럼 법치에 기반한다면, 그러한 과정은 워터게이트 때처럼 2년이라는 기간이 걸렸을 것이다. 박 대통령도 2018년 2월 자신의 임기를 마칠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인민의 힘’에 법치가 무너진 현실을 지적했다. “서울 주재 외국 특파원들은 지난 몇 주 수십만의 시위자들이 청와대 부근 도심 한복판에 몰려나온 사태를 이해하기가 어려웠다”는 게 브린의 설명이다.
“한국에서는 인민이 분노한 신(神)”이라 정의한 마이클 브린은 박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에 대해 “중요한 점은 현 단계에서 그녀가 탄핵소추 당했지만, 범죄증거는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점, 그리고 자신을 변호할 기회가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대중은 그녀에게 유죄를 선언했다”고 법치가 무너진 현실을 꼬집었다.
그의 결론은 이렇다. “일단 불붙은 민심은 구체적인 내용( 범죄증거는 불분명하다는 점, 자신을 변호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는 관심이 없다. 기사가 나오면 당국이 맡아 할 일은 대통령이 유죄임을 밝히고 쫓아내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야수의 주장이 각하되지는 않을 것”으로 확신했다. 헌법재판소의 심리를 지켜보나마나라는 결론이다. “민심이라는 야수는 잠시라도 생각하는 법이 없다”가 그의 또다른 결론이다.
‘민심’이라는 ‘야수’는 ‘민심’을 내세워 언제든 다시 뛰쳐나올 것이다. 박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그 야수는 잠들지 못할 것이다. 박 대통령 후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민심이라는 파도 위에 언제든지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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