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의 망신-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
  • 경북도민일보
특검의 망신-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17.01.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도민일보] 미국 하버드대학 마이크 센델 교수는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정의’를 합목적적으로 정의했다. ‘작은 정의’를 실현하려다 ‘더 큰 정의’를 허무는 행위를 “정의라 볼 수 없다”고 했다. 박영수 특검의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에서 우리는 ‘참 정의’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케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한 미르·K스포츠재단에는 삼성 등 내로라 하는 재벌들이 빠짐없이 출연금을 냈다. 수십억 원에서부터 수백억 원이다. 모두 774억 원이다. 그 가운데 삼성이 낸 돈은 204억원으로 가장 많다. 특검은 이걸 ‘이재용 경영권 승계’에 찍어 붙여 ‘뇌물죄’로 엮었다. 그러나 법원은 “대가관계·부정한 청탁 소명 정도 등 비춰 현 단계 구속 인정 어려워”라며 영장을 기각했다. 특검의 큰 망신이다.
삼성이 가장 많은 출연금을 낸 것은 삼성이 우리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으로 봤을 때 많은 비용이 아니다. 삼성은 우리 경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 경제의 사실상 전부다. 삼성주식의 가치는 증시의 시총 대비 30%다. 그런 삼성의 출연금이 가장 많다는 이유로 ‘뇌물죄’를 단박에 옭아맨 것은 무리다.

특검에 앞서 검찰 역시 이 부회장의 출연금과 ‘경영권 승계’가 직결됐다고 보고 파고 들었다. 그러나 검찰 수사의 결과는 ‘삼성도 피해자’라는 것으로 결론을 모았다. 돈이 직접 박 대통령에게 들어간 게 아니고,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 독대도 출연금 이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검은 이 부회장 구속에 전적으로 매달렸다. 마치 ‘박근혜 탄핵’을 특검이 완성했다는 소리를 들으려고 작정한 것처럼 보였다.
검찰은 매사가 ‘처벌’ 위주다. ‘처벌’과 ‘인신구속’에서 존재 이유를 찾고 존재 가치를 확인한다. ‘관용’과 ‘너그러운 정의’ 실천에는 무관심하다. 촛불이 들고 일어나자마자 박 대통령을 ‘기소’한 검찰이 그렇고, ‘피해자’에 가까운 삼성을 구속부터 하겠다고 나선 특검이 그렇다.
특검은 지금 이른바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김기춘·조윤선 두 사람을 구속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블랙리스트’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해치는 문화예술, 연예인들을 분류해 정부 사업에 가급적 참여시키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 종류의 블랙리스트는 역대 정권이 모두 활용해온 폐습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불이익 받은 연예인은 수두룩하다. 반면 큰 특혜를 받은 연예인 또한 한두 사람이 아니다.
설령 블랙리스트가 있다 해도 특검이 수사해 처벌해야 하는 사안이냐에 대한 시비가 많다. 굳이 구속영장까지 청구할 사안인가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특검은 이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맡은 바 소임에만 충실해야 한다. 뭔가 트로피를 따겠다고 모든 걸 뒤집어 엎는 수사는 곤란하다. ‘큰 정의’ 실현에 나서기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