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대선’에 대한 단상(斷想)
  • 손경호기자
‘벚꽃 대선’에 대한 단상(斷想)
  • 손경호기자
  • 승인 2017.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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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경호 편집국 부국장

 [경북도민일보 = 손경호기자]대통령은 옛날로 치면 임금이다.
임금은 주로 용(龍)으로 비유됐다.
그래서 임금의 자리는 용상(龍床), 얼굴은 용안(龍顔)이라고 불렀고, 임금이 입는 정복(正服)을 곤룡포라고 했다.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 크게 출세하게 되는 것을 용문(龍門)에 오른다는 뜻으로 등용문(登龍門)이라고도 했다.
그래서 아직 하늘에 오르지 않고 물속에 숨어 있는 용을 잠룡(潛龍)이라고 한다.
아직 기회를 얻지 못하고 묻혀 있는 영웅을 비유적으로도 이르는 말이 이다.
‘벚꽃대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대권 잠룡들의 움직임도 더욱 분주해지고 있다.
야권은 잠룡들이 넘쳐나고 있지만, 당 내분으로 지리멸렬(支離滅裂)한 여당은 후보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문재인, 이재명, 안철수, 김부겸 등 야권은 인물들이 넘쳐난다.
새누리당은 분당에 가까운 집단탈당 내홍을 겪으며 인물난에 빠졌다.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김관용 경북지사, 이인제 전 의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보수후보로 가세한 형국이다.
이들처럼 잠룡들이 물속에서 숨어 힘을 키워 밖으로 나오면 현룡(見龍)이다.
하늘을 나는 용인 비룡(飛龍)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앞선 인사들이라 할 수 있다. 하늘을 나는 용이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것이 바로 항룡(亢龍)이다.
수많은 잠룡들 가운데 대통령이 되는 인사가 항룡(亢龍)이라고 할 수 있다.

항룡(亢龍)에는 항상 ‘후회한다’는 유회(有悔)가 수식어처럼 따라붙는다.
바로 항룡유회(亢龍有悔)이다.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은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고, 떨어질 일만 남아 눈물을 흘리며 후회한다는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항룡유회’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광화문 집회의 풍자를 보면 도덕경에서 이야기하는 지도자의 제일 낮은 단계인 ‘모지(侮之)’가 떠오른다. 모지는 국민의 신뢰를 잃어 국민들이 깔보는 지도자다.
노자의 도덕경 17장에는 지도자의 4등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으뜸은 지도자가 있다는 것만 겨우 아는 유지(有之)이고, 그 다음이 예지(譽之, 칭찬받는 지도자), 외지(畏之, 국민이 두려워하는 지도자), 모지(侮之, 깔보는 지도자) 순이다.
칭찬받던 정치지도자에서 권력을 남용하며 국민을 두려움에 빠지게 했던 박근혜 정부가 이제는 모욕당하는 것을 보면서 권력무상이라는 한편의 드라마를 보게 된다.
헌법재판소가 23일 추가 증인채택 여부 결정 가능성이 높아 탄핵심판 일정 전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처럼 주 2~3차례 변론을 열고, 한 번에 증인 2~3명을 부르는 속도를 유지할 경우 탄핵심판 결론이 2월 말이나 3월 초 사이에 나올 수 있다는 ‘2말 3초’ 분석도 무리는 아니다.
헌재는 증인신문이 마무리되고 양측 주장이 정리되면 변론을 끝내고 약 2주간 재판관 회의와 평결을 거쳐 의견이 최종 정리되면 결정문 작성에 돌입하게 된다.
만약 탄핵이 기각될 경우 박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하게 되지만, 인용 결정이 내려지면 4월 말이나 5월 초에 대선이 치러지는 ‘벚꽃대선’이 현실화 되게 된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주말 동장군의 맹추위에도 탄핵 찬성 측과 반대 측이 각각 광장에서 집회를 이어갔다. 탄핵 심판이 기각 되든, 인용결정 되든 대한민국의 혼란은 당분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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