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권
나는 바람에 순종하고
사선으로 긋는 빗소리에 순종한다
청도 와인터널의 코르크 마개처럼 열려
바람의 바람을 희구하고, 가시보다는
붉은 열매를 품은 호랑가시나무에 환호한다
또한 이웃 마을과 와인전쟁이 터져도
전리품을 얻어낼 생각이 없으므로
늦은 밤 뭇별들은 가슴에만 담는다
오늘 내가 가고 싶은 대로 가고
내가 먹고 싶은 대로 먹고, 그러므로
그러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
작은 강을 감싸는 익숙한 길과 함께
작고 낮은 강마저 무너뜨리는 기계음을
낮은 강도로 툭툭 밀려나는 강을 보며
나와 분리된 채 돌아서는 강을 보며
내 안에서 어떤 시시한 것들이 꿈틀거린다
강의 배경인 작은 나뭇가지 하나 부러질 때
나는 본능적으로 손을 내민다 아니다,
강물에 떨어진 꽃잎처럼 내가 분리될 뿐,
어제도 나무와 나무 사이를 이어본 적이 없다
꽃이 피고 질 때 내가 한 일이 없다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