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 타고 오는 超人은 있는가
  • 모용복기자
백마 타고 오는 超人은 있는가
  • 모용복기자
  • 승인 2017.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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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까마득한 날에/하늘이 처음 열리고/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중략)
지금 눈 나리고/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일제강점기 엄혹한 시대상황에서 우리민족을 구원할 독립투사를 기다리는 이육사의 시 ‘광야’다
조금 생뚱맞지만 지금도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새누리당이다.
대선 민심의 분수령으로 예상된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탈당파들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10여명으로 알려진 탈당파들은 최근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탈당 인원, 선언 날짜 등 세부일정을 조율하기로 했다.
작년 12월 27일 1차 탈당에 이은 2차 탈당이 현실화된 것이다.
상황이 이에 이르자 새누리당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황교안 카드를 꺼내들었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31일 비대위 회의에서 “황 권한대행이 10% 남짓한 지지율을 받는다는 것은 결국 국민들이 다시 한 번 보수와 우리당을 향해‘대선에 나서서 책임을 한 번 맡아야 한다’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생각했다”면서 “황 권한대행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우리 당이 대통령 후보를 내도 된다고 허락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야권은 일제히 맹비난하고 나섰다.
국민의당은 “황 권한대행과 새누리당의 대선 조합은 국민에 대한 정치적 테러”라고 비판했다.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도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절차를 밟는 상태에서 대행을 하는 분이 대선에 출마한다는 자체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새누리당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지지율은 민주당에 1위 자리를 내준 지 이미 오래 전 일이며 국민의당과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도토리 키재기’다.
조기대선이 사실상 눈앞에 닥쳤는데도 이렇다할 대권주자가 없다.
그러니 속이 타고 답답한 심정이야 오죽하겠는가.
한 가닥 기대를 걸었던 반기문 전 총장마저 대권 출사표를 던진 지 20일 만에 중도하차하면서 이제 남은 희망은 황 권한대행 뿐이다.

하지만 반 전 총장 뿐 아니라 황 대행도 새누리행을 섣불리 선택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저조한 당 지지율도 그렇지만 자칭 ‘원조 보수’인 새누리당이 진정한 보수로 거듭나려는 노력이 아직 안 보이기 때문이다.
보수의 기반은 ‘안정’이다.
사회가 안정돼야만 보전해야할 바람직한 가치들을 지켜낼 수 있다.
안정은 보수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사회격변기 때마다 변화의 메시지를 제대로 읽지 못해 국민들로부터 외면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 진보좌파정권 10년간 보수가 추락한 경우를 우리는 익히 보아왔다.
MB정권과 박근혜정부의 탄생도 어찌보면 진보세력들의 잇따른 실족으로 인한 결과다.
그런데 보수의 기반인 안정이 지금까지 우리가 보수라고 믿어왔던 사람들에 의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는데도 능동적인 대응은 커녕 기득권을 지키는데 혈안인 형국이다.
뿌리가 썩었다면 차라리 깡그리 갈아엎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것은 자기 희생을 수반하는 일이지만 누구 하나 먼저 자신을 내던지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백마 타고 올 초인(超人)을 맞이하기 위해 매화향기 아득한 광야에서 홀로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릴 생각은 커녕 다 스러진 집이 어떡하면 촛불에 덜 탈까 태극기에 덜 날려갈까 전전긍긍이다.
그런 집에 백마 타고 올 초인이 있을 리 만무하다.
“우리 당이 대통령 후보를 내도 된다고 국민으로부터 허락받은 것”이라는 인 비대위원장의 말이 공허한 메아리로 들리는 것도 그런 연유다.
급하다고 우물에서 숭늉을 찾을 수는 없다.
다시 처음부터 텃밭을 일구고 씨를 뿌려 열매를 맺은 후 진정한 보수의 기치를 짊어지고 올 초인을 기다리는 게 순리다.
陸史는 천고(千古)를 기다리지 않았던가!
기껏해야 5년이다.
이 5년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보수의 명운(命運)이 좌우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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