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 ‘공화당’해라”
  • 정재모
“고마 ‘공화당’해라”
  • 정재모
  • 승인 2017.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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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여당이 당 이름을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얼마 전부터 논의가 시작된 이래 그동안 여러 가지 후보 당명이 거론됐다.
대표적인 것이 국민제일당, 새빛한국당, 으뜸한국당, 행복한국당, 보수의힘 등 열댓 가지가 넘었다.
당에서는 이 중 국민제일당, 행복한국당, 보수의힘 등 세개로 추렸다고 한다.
들리는 바로는 보수의힘이 유력한 걸로 알려지고 있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직접 제안한 이름이라고 한다.
당은 의견을 널리 구하는 절차를 거쳐 다음 주에 비상대책위와 상임전국위를 열어 공식 확정할 계획이란다.
이로써 2012년 당시 박근혜 대표 때 한나라당이란 이름을 버리고 탄생한 ‘새누리당’은 5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그 당명이 아깝거나 사라진다고 아쉬워할 일이야 손톱만큼도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어딘가 씁쓸해지는 모퉁이는 있다.
세상에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이란 없다. 당명 또한 바뀌지 말란 법이 없다.
야당 대변은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되느냐”고 논평했다지만 정당이 이름 바꾸는 것 가지고 왈가왈부할 일도 아닐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 정당들이 1년이 멀다하게 이름을 바꿔온 역사로 본다면 한 5년 견딘 새누리당은 그나마 꽤 오래 유지된 이름인지라 ‘한 번 바꿀 때도 됐다’는 조롱 비슷한 시각도 없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보수당의 이름 바꾸기를 바라보는 보수층 국민들에게 생각마저 없는 건 아니다.
멀쩡하던 거대 여당이 당 이름을 바꾸려하는 건 국민적 인식이 나빠진 때문이다.
그런 국민적 인식을 씻어내기 위해서는 당명 개정이 우선 필요하다고 본 그 인식을 잘못된 것이라 할 수도 없다.
그런 점에서 당명 개정 추진을 언짢게 바라볼 일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소롭다는 게 지금 세간 민심이다. 
개념을 형상화한 것이 이름일 것이다. 단체나 기구들의 명칭을 붙이면서 무슨 예술작품 제목 붙이듯 상징적이거나 은유적인 말을 갖다 붙이는 건 어리석은 일아다.
정당의 이름 또한 예외일 수는 없다. 정치를 하는 이유와 생각이 같아 함께 하는 무리가 정당이라면 그 정당명에는 당의 지향가치와 이념이 단순명료하게 담겨야 한다.
그리고  그 의미 전달이 직선적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 새누리당의 새 이름으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는 ‘보수의힘’은 일견 긍정적인 면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썩 좋은 작명은 아닐 것 같다.
어법상으로 봐도 ‘~힘’이라는 말이 당의 이름으로 적절한 건지 낯설기 그지없다.
자기네 당 이름을 ‘~힘’이라 하건 ‘~파워’라 짓건 바깥에서 말참견할 일은 아니다.
막된 말로 ‘~잔치판’이라 붙인들 누가 뭐라 하겠는가.
하지만 새누리당이 자타가 말하듯 보수 정당이 맞는다면 당명에 보수의 가치를 담았으면 하는 것이 보수층이 내심으로 바라는 바가 아닐까 한다.
당 이름에 이런저런 뜻을 쑤셔 넣고 싶어서 추상명사 한두 개로는 어림없이 모자라 세개, 네개씩을 겹쳐 붙인 이름도 많았다.
보수를 지향하는 당이라면 그저 옛날 이름대로 공화당이라 하면 되지 않을까.
공화(共和)란 말은 정치가 그리 기피할 낱말이 아니다.
물론 공화당의 정식 명칭은 민주공화당이었지만, 국민들의 뇌리에는 그냥 공화당으로 남아 있다.
그 공화당을 지금껏 유신 및 박정희와 동일시할 이유도 없다고 본다. 공화당 시절에도 좋은 인물, 국가발전에 공이 많은 인물은 많았다.
그것에 연원을 둔 정당이라면 그 이름을 되찾는 것도 ‘보수’ 아닐까 싶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필자는 며칠 전 통술집에서 직장인들이 당명 개정 추진을 전하는 TV뉴스를 들으면서 “고마 공화당이라 캐라”라고 일갈하는 어느 시민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 글도 그런 시중의 말을 전하고자 쓴다. 그리고 그 시중의 말에 동조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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