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에 줄 그으면 수박 되나
  • 손경호기자
호박에 줄 그으면 수박 되나
  • 손경호기자
  • 승인 2017.02.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도민일보 = 손경호기자] 새누리당이 새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결정했다.
지난 2012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교체한 지 5년만이다.
‘새누리’는 한자로 ‘신천지(新天地)’ 또는 ‘신세계(新世界)’가 된다.
이 때문에 한때 ‘새누리=신천지’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으로의 당명 개정은 새누리당의 박근혜대통령 색깔 지우기로 보인다.
최순실 사태 이후 한때 40%를 육박하던 지지율이 10% 초반으로 곤두박질 친 뒤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새누리당 창당의 산파로, 1호 당원인 박 대통령이 자진탈당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이 할 수 있는 고육책(苦肉策)인 셈이다.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개명한다고 그동안 쌓인 부정적 이미지가 해소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름은 이름일 뿐 본질이 변화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새누리당을 망친 암적 존재들이 당내에 그대로 남아있는 상황에서의 개명은 더욱 의미가 없다.

국민이 기대하는 인적 쇄신을 동반하지 않는 개명은 그냥 이름바꾸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 밥에 그 나물일 뿐이다.
더구나 교체 당명에 대해서도 이미 비아냥대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중에서는 ‘자유한국당’의 약칭을 ‘자유당’이라고 비꼬고 있다. 국민들은 이미 ‘사사오입’, 부정선거 등으로 불명예 퇴진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자유당’과 동일시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자유한국당’은 약칭을 ‘한국당’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국민들의 뇌리에서 부정부패(不正腐敗)의 대명사였던 자유당이 떠오른다면 그 개명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이다.
이는 사고뭉치 자식을 훌륭하게 키우겠다며 ‘이완용’ 이나 조폭 두목 이름으로 개명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는 김춘수 시인의 ‘꽃’ 시구(詩句)처럼 사람들이 불러주지 않는 이름은 무의미한 몸짓일 뿐이다.
더구나 부정적이고, 놀림 받는 이름은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하다.
새누리당은 자유당 시절이 무척 그리울 줄 모르나 국민들은 자유당 시절이 전혀 그립지 않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