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들
  • 모용복기자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들
  • 모용복기자
  • 승인 2017.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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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어른’은 대개 ‘다 자란 사람’ ‘결혼한 사람’을 말한다.
 어떤 국어학자는 어른의 어원이 ‘얼다’에서 비롯돼 얼(혼)이 큰 사람을 가리킨다고도 한다.
 어른의 또 다른 의미는 ‘한 집안이나 마을 등의 집단에서 경륜이 많아 존경을 받는 사람’인데 이를 잘 나타내는 운중백학(雲中白鶴 구름속을 나는 두루미)이라는 옛말이 있다.
 세설신어(世說新語) 상예편(賞譽篇)과 삼국지(三國志) 병원전에 등장하는 ‘운중백학’은 고상한 기품을 가진 사람, 즉 어른을 의미한다.
 위에서 알 수 있듯이 어른이란 성인이 된 사람이 그에 따르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를 동시에 함유하고 있다.
 요즘은 어떤 단체 등에서 그저 눈요깃거리로 하고 있는 성인식이지만 옛 사람들은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매우 중요한 통과의례로 여겼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지난 8일 대구에서는 3살 입양 아동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양부가 징역 10년 형을 선고받았다.
 이 양부는 지난해 7월 집에서 입양 전 위탁 단계이던 아이가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손과 도구 등으로 때려 뇌사에 빠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 아동은 인공호흡기로 연명하며 입원 치료를 받다 끝내 3개월여 뒤 숨졌다.
 아동학대를 하는 이러한 어른들은 어른의 ‘어’자도 들먹이기 부끄러운 치사한 어른들이다.
 심리적·육체적으로 발달상태에 있는 미완의 아동이 학대에 의해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이 침해되면 향후 성장과 발달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받게 되는 것은 자명하다.
 아동에 대한 학대는 오래 전부터 여러 가지 형태로 자행돼 왔다.
 우리나라는 2000년도에 들어 아동복지법 개정을 통해 법적, 제도적 토대가 마련되면서부터 비로소 아동학대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그런데 최근 들어 아동학대 수법이 갈수록 폭력적이고 그 결과가 치명적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아동학대 발생 현황’자료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망자수가 2014년 14명에서 2015년 16명, 2016년 10월말 현재 28명으로 급증했다.
 또 아동학대 신고건수도 2015년 1만9214건에서 2016년 10월말 현재 2만4690건으로 2만건을 훌쩍 넘어섰고, 아동학대 판단건수도 2015년 1만1715건에서 2016년 10월말 현재 1만4812건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처벌수위가 강화되는 추세지만 아동학대는 왜 갈수록 늘어나는 걸까?

 그 원인은 외적요인과 내적요인으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외적요인으로는 여러가지를 들 수 있는데 부부간 갈등과 폭력이 대표적이다.
 배우자에게 정신적, 물리적으로 학대를 당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자식에게 아동학대를 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사실은 우리가 여러 사례나 경험들을 통해 익히 알고 있다.
 부모가 어릴 때 학대를 경험했다든지 알코올 중독 마약 등 물질적 문제, 경제적 어려움 등도 아동학대와 관련이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내적요인이다.
 외적요인의 대부분이 이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내적요인으로 사회화 학습의 부재를 꼽을 수 있다.
 사회화는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그 사회의 문화를 배우고 그 사회의 가치를 내면화시키는 과정을 뜻한다.
 사회화 과정을 통해 개인이 타인과 정상적이고 안정적인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존재로 변화하게 되다.
 사회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가정과 학교다.
 사람은 가정이나 학교에서의 지속적인 사회화를 통해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대와 가치를 배우고 내면화하면서 인성을 형성한다.
 가정에서 밥상머리 교육이나 학교에서 사제지간, 또래집단을 통해 배우는 규범교육 등이 그런 사례들이다.
 그런데 현대에 들어 가정이 급속 해체되면서 밥상머리 교육이 사라졌고, 학교에서는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인성교육이 실종됐다.
 가정과 학교 모두 사회화 학습에 손을 놓고 말았다.
 사회화 학습의 부재로 나이가 들어도 정신적으로 미성숙하거나 반사회적인 성격을 지닌 어른들이 급증해 아동학대나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더이상 가정과 학교에만 이른바 ‘어른교육’을 맡겨선 안된다.
 어른을 어른답게 만드는 교육을 위해 국가와 사회가 적극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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