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한국사회
  • 경북도민일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한국사회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17.02.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일문 전 선린대 부총장

[경북도민일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로 프로크루스테스는 아티카의 강도로 교외 언덕위에 집을 짓고 살았다.
집에는 자신만이 아는 침대길이를 조절하는 장치를 만들어 놓고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아 침대에 누이고 키가 침대보다 크면 그 만큼 잘라 죽이고, 키가 작으면 억지로 늘려서 죽였다.
이 악행에 대해 아테네의 영웅 데세우스가 프로크루스테스를 침대에 누이게 해서 같은 방법으로 죽였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현재 우리 사회는 모든 분야(정치, 법, 언론 등)에서 각자 세운 기준에 맞추어 타의 생각을 부정하고, 뜯어 고치려하고, 심지어 서슴없이 해(害)를 끼치면서까지 생각을 굽히지 않고 모든 것을 자신의 잣대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횡포가 만연하다.
프로크루스테스 침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불안하고 걱정이 앞선다.
이 시대, 우리나라엔 진정 데세우스는 나타나지 않는지!
영국의 작가 에드워드 불워 리튼은 일찍이 “펜(언론, 저술, 사상)은 칼(폭력, 권력선동, 억압) 보다 강하다(The pen is mightier than the sword)”고 했다.
이는 물리적인 힘으로 정의를 굴복 시킬 수 없음을 말한다.
즉 언론이 폭력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강조한다.
이는 펜의 정신이 정의롭고 공명정대 할 때를 의미하며 그 정신이 정의롭지 못할 때면 도리어 칼보다 더 무서운 폭력을 가져올 수 있다.
사회전반에서 언론(신문, TV 등) 안보기 운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성(自省)의 기회로 삼고 국민의 소리에 깊이 귀 기울여야 할 때이다.
의사 한 사람 칼의 잘못은 한 사람의 환자를 다치게 할 수 있으나 잘못된 펜의 칼은 수많은 사람은 물론 사회전체의 질서를 혼란으로 가져올 수 있다.
잘못된 펜은 확고한 이성이 없는 군중에게 더 큰 흥분과 불법과 정의인양 행동을 하게 하며 오늘날 우리사회를 보는 느낌이다.
언론이 입법, 행정, 사법과 함께 ‘제4의 권력(fourth power)’으로 불리는 이유이다.
논어에 ‘政(政治)은 正이다’라고 간결하나 너무나 의미 깊은 말이 있다.
이 명제는 목적이 바르면 수단도 똑바라야 한다는 것이다.
즉, 목적의 공정성과 수단의 공정성이 자리하는 사회를 말한다.
현실 사회가 허언(虛言)과 사위(詐僞)와 파렴치인(破廉恥人)이 기승을 부리는, 인비인(人非人)의 사회로 전락하는 느낌이다.
정치 질서는 이미 사라지고 무질서와 폭력이 있는 곳을 개판이라 하지 않고 정치판 또는 국개라는 말을 국민은 서슴없이 한다.

국회의원의 수를 100명으로 혹은 없애자는 소리까지 나오는 지경에 도달한 것에 정치인들은 닫을 수 없는 귀로 듣고, 닫을 수 있는 입은 다물었으면 한다.
국민은 광장민주주의와 선동민주주의로 태극기와 촛불의 집회로 갈라져 국가의 근원을 흔드는 사태로 세력화됐다.
탄핵기각과 승인, 국가안정과 정권교체로 목숨을 건 집회로 규모가 나날이 커가고 있고, 실망과 분노와 거기 따른 보복과 명예회복의 대치상황으로 달려가고 있다.
정치인들은 국민의 이와 같은 집회를 자신들만의 위한 도구로 이용하지 말았으면 한다.
지금은 국정회복과 민심안정, 국가안보, 경제성장의 4박자가 제자리를 찾아 가는 것이 최우선 순위이다.
모 대선예비후보가 “탄핵이 기각되면 그 다음은 혁명밖에 없다”고 한 말은 초헌법적 언행이며 정치인으로서 자질의 검증이 요구된다.
대선출마를 희망하는 자는 국민을 현혹하는 공약에 앞서 이를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보여 주기를 바란다.
대법원 중앙홀에는 ‘정의(법)의 여신상’이 세워져 있다.
한 손에 든 법전은 법을 공명정대하게 지키며 또 한손에 든 저울의 평형은 어떤 권력이나 여론, 금력에도 한쪽으로 편향되지 않고 법을 집행하는 의미로 알고 있다.
외국의 여신상과 다른 점은 눈은 뜨고 있어 항상 현실을 직시하라는 뜻이 아닌가 생각한다.
언론에 판·검사가 구속되는 것을 가끔 보면서 법관이 취임 시 했던 선서(본인은 법관으로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심판하고, 법관 윤리강령을 준수하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마음가짐으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를 잊지는 않았는지 의구심이 든다.
세계사를 통해 가장 불행한 법의 판결은 정의를 바탕으로 한 ‘사랑’으로 구원을 얻고자 일생을 마친 예수와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바르게 사는 것이 중요한 문제다”임을 가르치다 생을 마친 소크라테스의 죽음이다.
이는 올바른 재판이 아니고 불법적인 군중 선동에 의한 잘못 판결된 교훈으로 20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세계사에 남아 있음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헌법재판소는 판결일자에 집착하지 말고 검증이 완벽하게 마무리되면 3월 13일 이전에도 판결을 해야 한다.
검증이 완벽하게 마무리가 되지 않으면 미뤄서라도 불행의 판결사건이 없기를 바라며 편향없는 사실 그대로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헌법재판소는 법의 최후의 보류로서 가장 큰 사명과 이성을 지니고 책임감 있게 국민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답안을 보여줘야 한다.
이는 국제적 관심과 초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 냉정한 이성으로 진정 이 나라를 책임질 수 있는 자가 누구인지를 심오한 관찰력과 판단력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탄핵결과에 승복 아닌 또 다른 집회와 분열이 없어야 하며 태극기는 촛불을 감싸주고 촛불은 태극기를 밝게 비추어 국가의 안정속에 국방, 경제, 사회전반에 걸쳐 한목소리가 나오기를 바란다.
이 시대의 우리가 후손에게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기를 진정 원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