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잖아. 옷 숨긴 범인”
  • 경북도민일보
“너잖아. 옷 숨긴 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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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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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혁이반 아이들
▲ 서가숙 작가

-어른이 읽는 동화


3. 사라진 옷

“화단에서 옷을 본 사람 있나요?”
“어떤 옷인데요?”
“교장 선생님께서 일하시느라 잠시 위 양복을 벗어 놓으셨는데 없어졌어요. 혹시 보거나 주운 사람이 있나요?”
선생님은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말씀 하시면서 쭉 둘러 보셨습니다.
며칠 전, 우유 당번인 수혁과 동윤은 급식실 앞에 있는 우유 상자를 가져오면서 복도에서 장난치며 뛰었습니다.
마침, 화장실에서 나오시던 교장선생님께 붙잡혔습니다.
“몇 학년 몇 반이야? 우유 상자를 들고 장난치면서 가다가 다치면 어쩌려고? 왜 복도에서 뛰어?”
교장선생님은 두 아이에게 한참동안 설교하셨습니다.
‘팔 아파 죽겠다. 상자를 내려놓으면 더 오래 말씀하시겠지?
이제 좀 보내주면 안되나?’
두 아이가 팔이 아파서 이리 저리 몸을 비비 꼬자
“계속 지켜 볼 테니까 뛰지 말고 장난치지 마.”
운동장에서 줄넘기하다가 교실로 들어가려던 수혁은 교장선생님께서 화분을 화단으로 옮기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위 양복을 한쪽 옆에 벗어두고 교장실에 있는 화분을 화단으로 옮기는 것 같았습니다.
수혁은 왠지 모를 미소를 지으며 눈빛이 반짝 거렸습니다.
“동윤아, 복수의 기회가 왔어.”
“어쩌려고?”
“팔이 아파서 놀지 못했던 날 기억나지? 보답해야지. 교장선생님께서 다리가 좀 아프시도록 슬픈 선물을 해야겠다.”
“어디에 숨기려고?”
장애인 화장실은 각 층마다 다 있지만 3층 화장실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두 아이는 장애인 화장실 세면대 위에 옷을 올려놓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교실로 돌아왔습니다.
예상대로 학교는 몹시 시끄러웠습니다.
벗어놓은 옷을 도깨비가 가져간 것도 아닌데 눈 깜짝 할 사이에 없어졌으니 화가 나신 교장선생님은 방송을 하고 여기저기 찾아 다녔습니다.
체육 시간이었습니다.
운동장에서 공놀이를 하던 수혁은 동윤이와 눈이 마주치자 아침의 일이 생각나서 소리 내어 웃었습니다.
그 때 선생님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수혁아, 나 좀 보자.”
계단에 앉은 수혁은 짐짓 딴청을 부리며 표정관리를 했습니다.

“너지?”
“뭐가요?”
“너잖아. 옷 숨긴 범인.”
“왜 저라고 생각하세요? 학생이 저만 있나요?”

“너 얼굴에 내가 옷을 숨겨놓았어요 라고 씌어 있어.”
“제 책상과 사물함 가방을 다 뒤져 보세요.”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겨뒀겠지.”
“저는 범인이 아니에요. 숨길 이유가 없어요.”
수혁은 아니라고 시치미를 뗐습니다.
“이유가 있을 텐데. 며칠 전에 우유가지고 오다가 혼났다며? 그런데 마침내 오늘 기회가 왔고 너는 옷을 숨겼어.
내가 눈치 백단이다.”
“그 일은 벌써 용서했거든요.”
“용서를 오늘 했겠지. 선수끼리 왜 이래. 어디 숨겼는지 말하면 나도 모른 척 해줄게.”

“정말 몰라요.”
“비밀이라면 그 비밀 나와 거래하자. 거래가 뭔지 공부시간에 배웠지? 주은이 바뀐 전화번호, 그거 내가 수혁이 엄마한테 적어 준거야. 주은이가 예쁘고 착해서 아이들한테 번호 가르쳐주면 좋아서 금방 전화할 텐데. 어때? 거래할만한 가치가 있겠지?”
“아이들한테 가르쳐 주지 마세요.”
“이제 말해봐.”
“3층 남자 장애인 화장실에 있어요.”
“거래 끝. 잠깐 다녀 올 테니 계속 공놀이 하고 있어.”
선생님은 곧장 교장실로 갔습니다.

“교장선생님, 저 번 학교에서 이런 일이 있었는데 그때 사용하지 않은 화장실에서 발견했었습니다. 혹시 화장실을 찾아 보셨습니까?”
“화장실은 아직……”
“같이 한번 찾아보시지요.”
화장실에서 발견된 옷을 보신 교장선생님은 너무 기뻐서, 선생님이 아무리 괜찮다며 거절해도 억지로 사례로 돈 2만원을 주셨습니다.
쉬는 시간에 선생님은 아이스크림을 아이들에게 돌렸습니다.
“이 아이스크림은 수혁이가 한턱 낸 거란다.”
아이들은 모두 맛있게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수혁에게 고맙다고 했습니다.
선생님은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수혁에게 눈을 찡긋거렸습니다.
며 수혁에게 눈을 찡긋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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