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명만 바꿀게 아니라 환부부터 도려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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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명만 바꿀게 아니라 환부부터 도려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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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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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세계에는 역사가 오래된 정당이 제법 있다. 1792년에 창당된 미국의 민주당은 무려 200년이 넘고 1854년에 창당된 공화당도 16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영국노동당(1906년)은 1세기가 넘었다. 러시아공산당(1918년), 중국국민당(1919년)과 1920년에 창당(중공은 1921년이라고 주장)된 중국공산당은 곧 100주년이 된다. 일본의 자민당(1955년)도 역사가 짧지 않다. 이 정당들이 이렇게 오랜 세월 당명 변경 없는 존속이 가능했던  비결이 무엇일까? 단적으로 정치 이전에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아는 이성과 합리성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창당 혹은 당명 개명 전 영욕과 부침이 있었지만 체제를 갖추고 난 뒤부터는 어떤 난관이 있어도 당명을 바꾸거나 새 당을 만들지 않고 위기 발생시마다 진정성 있는 쇄신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면서 국민의 신뢰회복과 지지를 얻는데 최선을 다한 결과다.
 우리에게는 50년은커녕 20년 이상 존속된 정당 하나 없다. 단명의 정당들뿐이다. 가장 길게 존속한 게 5·16군사쿠데타 세력이 1963년에 만든 공화당인데 17년으로 끝났다. 한국의 정당사가 누더기라는 사실은 한국정치의 파당성, 분열성, 비정책성, 정치공학성을 웅변한다. 전국적인 대중정당도 아니요 인기인을 뽑는 듯한 선거에서 표 많이 얻는 인기인을 중심으로 이뤄진 명사정당이다보니 정책으로 경쟁하기보다 계파간의 연합으로 권력쟁취에 목숨 거는 이합집산을 반복하고 있다. 지금도 공공선의 증진과 국민권익은 안중에 없고 오직 대권을 위해 정략을 펼쳐 정권을 잡고 나면 권력방어와 권력 갈라먹기 정쟁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주 새누리당이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의 여파로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으로 갈라섬에 따라 한국정당사에 누더기 한 겹을 더 댔다. ‘차떼기뇌물사건’의 위기에 직면해 14년 3개월간 써온 한나라당간판을 내리고 새누리당으로 개명한 게 불과 5년 전 일이다. 뱀처럼 허물은 놔두고 몸체만 빠져나간 셈이다. 명분이야 이번에도 국민 신뢰회복이라고 내걸었지만 건물이 무너져 내리려는데 건물기초와 내부는 전면 고치지 않고 옥호만 바꾼다고 본질이 달라지겠는가? 자유한국당은 비상대책이랍시고 단 3명의 의원에게 3년 간(1명은 1년) 당원 자격정지를 내렸을 뿐인데다 이를 ‘희생’으로 평가한다. 또 당지지도가 16%로 조사된 것을 두고는 국민지지가 되살아난 것이라고 자화자찬한다. 이러니 반성과 쇄신은 시늉만 하는 듯하고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당명만 바꾸고 당 구성원들의 후안무치한 생각과 의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쇄신은 하나마나다. 정말 국민신뢰를 회복하고 지지를 얻고자 한다면 책임지는 자세로 썩은 호박에 수박 줄을 긋기보다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환부를 과감하게 도려내야 한다. 반성이 진정성 있는 것이라면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것을 겸허하게 받들고 행할 일이다. 쇄신의 폭을 엄혹하게 확대해 과오가 재발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게 중요한데 그런 노력은 부족하다.
 한국의 정당들이 걸핏하면 당명을 바꾸거나 당을 해체하면서 헤쳐모여식의 정치공학적으로 새 당을 만드는 이유는 정도를 걷지 않고 이미지를 조작해 일시적으로 위기를 모면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정치의 천박성을 드러내고 정치혐오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는데 노력하기보다 위기를 조장하거나 방조해 위기 때마다 타개책으로 집권당 소속 대통령과 결별하는 꼼수로 넘어간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구리고 추한 데를 감추고 국민의 눈귀를 막는 것에 초점을 맞춰 결국 시간이 지나 사안에 내재된 본질을 놓치고 되는 것을 노린다. 정말 국민이 병적인 감성의 늪에서 헤어나 이성적인 표로 심판하지 못하면 구태의 도태는 요원하다. 사반세기라도 지속되는 당은 언제쯤이나 볼 수 있을까?

서상문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본보 2월 7일자 19면 ‘정유년 새해 정초에 권하는 智談’ 제하의 칼럼 저자가 고려대학교 교수로 게재됐으나 저자가 고려대학교 연구교수임을 알려와 이를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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