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슬로푸드 ‘맛의 방주’ 찾아 울릉에 간다
  • 허영국기자
국제 슬로푸드 ‘맛의 방주’ 찾아 울릉에 간다
  • 허영국기자
  • 승인 2017.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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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5가지 전통음식 등재
▲ 울릉도 농촌 풍광.

[경북도민일보 = 허영국기자] 산과 바다의 무공해 먹거리가 풍요로운 슬로푸드 여행지 교통과 지리적 환경 덕분에 옛 모습을 고스란히 지키고 있는 진짜 섬 울릉도. 천연 식재료, 토박이 할머니들이 만들어 먹던 자연밥상을 만나러 가자.
울릉도에는 지난 2013년부터 ‘맛의 방주(Ark of Taste)’에 등록된 토박이 5가지 전통 음식이 세계적인 맥을 잊고 있다. ‘맛의 방주(Ark of Taste)’란 소멸위기에 처한 종자와 음식을 발굴 보전하는 음식문화유산 프로젝트다. 비영리 국제기구인 슬로푸드 국제본부(이탈리아)150여개국 회원 10만여명이 전통 음식을 지키기 위해 전세계 토속 향토 음식을 발굴해 ‘맛의 방주’에 등록 지정하고 있다.
울릉군은 2013년 생물자원을 보존하는 ‘슬로푸드기본 계획’을 수립한 덕분에 전세계 2630개 품목의 종자와 음식속에 국내 유일하게 섬말나리, 칡소, 옥수수엿청주, 손꽁치, 울릉 홍감자가 ‘맛의 방주’에 등재됐다.

 

▲ 섬말나리 뿌리.

 △ 백합의 조상 ‘섬말나리’
 울릉도는 청동기시대(기원전 1000~300년) 또는 철기시대 전기 (300년~1년)에 최초로 사람이 거주하기 시작한 지석묘, 무문토기, 갈돌, 갈판(현포, 남서, 저동리)이 발견돼 향토사료관이 전시하고 있다.
 섬 개척 역사 기록은 그리 길지 않다. 1882년 개척령 반포후 1883년 고종의 명에 따라 열여섯 가족 54명이 울릉도에 이주한 후 정착을 시작한 것이 개척 135년 째다.
 평지가 별로 없다. 섬의 평균 기울기는 25도에 이른다. 평지는 섬 전체의 4% 대부분 평지는 해안에 몰려있다.
 이 때문에 산비탈을 농경지로 개간하고 농민들은 가파른 경사면에 모노레일을 설치해 이동하며 밭을 가꾼다.
 개척민들은 그나마 섬지역 유일의 평지인 화산분화구인 나리마을에 모여 마을을 형성했다.
 나리란 지명은 이곳에 끝도 없이 펼쳐진 나리꽃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개척 초기 섬말나리의 뿌리를 캐서 주린 배를 달랬다.
 섬말나리 뿌리를 찌면 팍신팍신한 전분이 나오는데 맛이 달달해 먹거리로도 손색이 없다.
 요즘은 생산량이 많은 다른 먹거리에 밀려 단지 희귀한 꽃이 되면서 남획·반출 되고, 농경지를 개간하면서 설 자리를 잃었다.
 현재 울릉군농업기술센터에서 조직 배양에 성공해 종자 보급에 나섰다.
 요즘 지역에서도 섬말나리범벅은 어렵게 맛볼 수 있는 귀한 음식이다.
 
 

▲ 칡소.

 △ 대한민국 한우 칡소
 한우 ‘칡소’는 고구려시대 서기 357년 축조된 고구려 고분벽화 안악 3호분에는 검정소, 누렁소, 얼룩소가 외양간에서 먹이를 먹는 모습이 담겨 있다.
 동요로 널리 알려진 칡소는 박목월의 ‘얼룩송아지’, 정지용의 ‘향수’에도 ‘얼룩빼기 황소’가 등장한다.
 한반도에 여러 품종의 한우가 있었지만 지금까지 남은 품종은 황우와 칡소, 제주흑우, 흑우 총 네 종. 이 가운데 황우를 제외하고 모두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일제강점기부터 오늘날까지 정책적으로 황우만 육성했기 때문이다. 최근 활발한 복원 사업으로 전국에 자라고 있는 칡소는 1500마리. 이 가운데 400여마리가 울릉도에 있다.
 울릉군은 2006년부터 칡소를 지역 특화 품목으로 육성했고, 이런 노력이 칡소의 원산지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다. 칡소는 황우보다 가격이 30.50% 비싸지만, 고기 맛은 뛰어나다.
 울릉도 소는 예전부터 ‘약소’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섬 지역 식물인 독활, 부지깽이 같은 약초를 먹고 자랐다는 뜻이다.
 칡소의 가치는 바로 울릉도 자연에서 나오는 맛이다.
 
 

▲ 옥수수엿청주.

 △ 울릉도의 맛 ‘옥수수엿청주 ’

 ‘울릉도 아리랑’구절이 대변한다. “옥수수 엿청주淸酒에 흑黑염소 고기 꾸어놓고 혼자 먹기 하도심심해서 산山고랑이 처녀處女가 나를 농락籠絡하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소.”
 세계 어디를 가도 술이 없는 나라와 지역은 없다. 술은 그 지역의 생태계와 문화를 반영하는 대표적 맛이다.
 쌀이 귀하던 울릉도에서는 옥수수를 이용해 밥을 지어 먹고 막걸리, 청주까지 담가 먹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만들던 옥수수엿청주를 기억해서 맛의 방주에 신청한 이가 울릉도에 살고 있다.
 나리마을 산마을식당의 한귀숙 대표다. 지금 울릉군 북면 나리분지마을 어디에서나 팔고 있는 ‘씨껍데기술’은 한 대표가 옥수수엿청주를 관광 상품으로 개량한 술이다. 단맛이 느껴지면서도 순하고 부드럽다. 
 
 

▲ 손꽁치.

 △ 울릉 손꽁치 손가락 안에 가득
 ‘울릉 손꽁치’ 꽁치는 산란기가 되면 바다 해초등에 모여 몸을 비비며 산란을 한다. 바로 꽁치의 이런 습성을 이용하는 것이 손꽁치 잡이다.
 바닷속 물풀을 꽁치의 산란장에 띄워놓았다가 꽁치가 산란을 위해 모여들면 사람의 열 손가락을 펼쳐서 담그고 있다가 잡아 올린다.
 즉 물풀속 손가락이 해초라고 착각한 꽁치들이 손가락 사이사이로 모여들면서 몸을 비벼댈 때, 잡아 들어 올리는 것이다.
 사람의 손가락을 어획 도구로 이용하다 보니 상처가 적고 에너지 투입량이 대폭 줄어드는 친환경 어업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맛의 방주에는 종자나 음식뿐 아니라 농어업 작업 방식까지 포함되어 있다.
 현대적 어업 방식 덕분에 우리는 저가의 생선을 소비하고 있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언제까지 구입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미 6년 전에 비해 우리나라의 꽁치 어획량은 94% 줄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아쉽게도 지금 울릉도에서는 봄철 잠깐 만날 수 있는 어족이다. 유자망이나 정치망으로 잡은 꽁치를 물회로 만들어 먹고 있다.
 또 칼로 다져서 만든 완자를 엉겅퀴된장국에 넣어 먹어도 독특하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 홍감자.

 △ 울릉도 홍감자
 울릉도 홍감자는 지난 70년도까지 쌀을 대신해 주민들의 끼니를 해결해준 토종 먹거리다.
 홍감자는 개량 감자보다는 크기가 작고 붉은 빛을띠고 있다 삶으면 입자가 매우 부드럽고 치밀해서 맛이 매우 뛰어나다.
 지역민들은 쌀이나 밀가루 대용으로 감자송편, 감자인절미, 부침, 감자녹말을 반죽한 새알심을 팥죽에 넣어 먹기도 한다.
 지금은 농민들이 감자 심기를 기피해 씨감자 구하기가 어려워 종자보존이 시급한 실정이다.
 울릉도에는 감자 품종이 다양했다. 고무신처럼 생긴 고무신감자, 돼지 주둥이처럼 길쭉한 돼지감자, 색이 자주색인 자주색감자 등 여러 종류의 감자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그 씨앗을 거의 다 잃어버렸다.
 지난 2012년부터 시행된 국제식물신품종보호협약(UPOV)으로 국내 유전자원의 보호가 시급한 현실이다, 식물 종자는 국가 주권확보 차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봄철이면 매년 울릉도 산나물 축제가 열린다. 토속 먹거리를 알리고 섬지역 산나물의 우수성과 청정성 홍보를 위해 4월 중순에서 말일쯤 나리분지 마을에서 더덕 캐기, 산나물채취체험 행사 등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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