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줘. 다 적어서 유식해질거야”
  • 경북도민일보
“다 줘. 다 적어서 유식해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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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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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혁이반 아이들
▲ 서가숙 작가

 4. 어쩌다 퀴즈 왕

일요일에는 주은이가 도서관에서 책을 보기 때문에 주은을 만나기 위해서는 도서관에서 하루를 보내야만 했습니다.

“오늘 일기는 연극 대사 몇 줄만 적을 거야.”
“그래도 괜찮겠어?”
“안 쓰는 것 보다 두 줄이라도 적는 게 낫거든. 세익스피어의 작품 중에 햄릿이 있는데 이런 게 나와. 죽느냐 사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그게 뭐야?”
“누나가 연극 보러 가자고 해서 같이 본거야. 밥을 먹을까? 빵을 먹을까? 이것이 문제로다.”
“설마 그런 것도 나와? 농담이지? 나는 퀴즈 책을 보려고 해. TV에 나오는 퀴즈인데 내가 읽고 나면 빌려 봐.”

수혁은 주은에게 잘 보이려고 일부러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일기장에는 그날 읽은 책 제목과 깊은 감동의 글 몇 줄을 적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평일에는 매일 똑 같은 날들이라, 일기 재료가 없어서 짜증이 날 때가 많았습니다.

“매일 똑 같은 날인데 왜 일기를 쓰라는 거야?
정말 짜증나. 적을게 없어.”
일기장을 집어 던지며 수혁은 화가 났습니다.
“수혁아, 1:100에 나오는 문제와 답을 적어도 되고 우리말 퀴즈나 골든벨 퀴즈를 적어서 일기 대신 쓰면 되잖아.”
“기다리는 거 싫어. 문제가 빠르고 어려워서 적지도 못해.”
“누나가 적은거 보여줄까? 매일 열 개씩만 적어도 한 달분은 되겠다.
유식하고 똑똑한 수혁을 주은이 눈에는 멋있어 보일거야.”
“다 줘. 다 적어서 유식할거야.”

친구 생일 날, 수혁은 초대를 받았습니다.
“오늘, 우리 형 퀴즈 녹화가 있는데 응원하러 오래. 같이 갈래?”
“방송국 구경시켜 주는 거야?”
처음 와 보는 방송국은 넓고 크고 시원했습니다.
녹화장에는 이미 많은 학생들이 응원하러 나와 있었습니다.
수혁은 친구들과 맨 앞줄에 앉아 시끄럽게 떠들어댔습니다.
“형! 잘해. 우리가 응원할게.”
“잘해. 잘해. 응 ~ 원! 응 ~ 원!”
수혁이 친구들은 장난스럽게 응원하며 몹시 시끄러웠습니다. 그러다가 촬영 준비하는 아저씨에게 조용히 하라는 주의를 여러 번 받았습니다.
“한번만 더 떠들면 퇴장 시킨다.”

녹화 5분전에 출연자 학생 한 명이 너무 긴장했는지 아프다고 했습니다.
“괜 찮 아 쨩!”
감독하던 사람이 더 이상 못 참고 화가 나서 다가왔습니다.

“너, 나와.”
“왜요?”
“너희학교 학생이 한명 모자라니까 니가 대신 자리 채워.”
“저 못해요.”
“녹화 하던지 나가던지 선택해.”
수혁은 얼떨결에 출연자 자리에 섰습니다.
“수혁아, 힘내!”
친구들의 응원에 수혁은 형들 틈에서 어깨를 으쓱거렸습니다.

“첫 번째 문제입니다. 이것은 무엇일까요? 이것은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이며 리어왕, 오셀로, 맥베스 그리고 이것입니다.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로 유명한 ……”
“햄릿입니다.”

수혁이가 대답하자 방청석에서 박수가 터졌습니다.
“두 번째 문제입니다. 이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람의 딸로 만권의 책보다 만리를 여행하는 것이 낫다며 봉사활동을 많이……”
“한비야 입니다.”
“세 번째 문제입니다. 작가 이름을 맞추는 문제입니다. 이 사람의 작품 중에는 강아지 똥과 몽실 언니가……”
“권정생 입니다.”
“네 번째 문제입니다. 요즘 일본이 자기네 땅이라고……”
“독도입니다.”
“이것은 360개의 돌로 만들어져 있으며 12단으로 쌓여있어 1년 12달 360일을 의미하며……”
“첨성대입니다.”
수혁이가 너무 시끄럽게 떠들어서 내쫓으려고 했던 담당이 의외로 수혁이가 퀴즈를 잘 풀자 눈을 크게 동그랗게 떴습니다.
녹화가 끝나자 수혁은 친구들에게 뛰어갔습니다.
“빨리 도망가자. 저 아저씨가 아까부터 우리를 혼내고 싶어 하셨어.”
“먼저 나가서 기다려. 내가 엄마 모시고 갈게.”
담당자들이 수혁에게 시상을 하고 싶어서 찾았지만 없었습니다.
“고놈, 아주 똑똑해서 다음에 또 나오라고 하려 했는데……”
소문이 돌고 돌아 그 소문이 학교에 쫙 퍼졌습니다.
“수혁아, 교장실에 가자.”
“왜요? 저 잘못한 거 없어요.”
“교장 선생님께서 칭찬하고 싶어 하시니까 걱정 말고.”

교장선생님은 상품권이 들어있는 봉투를 주시며
“수혁이가 아주 착하구나. 방송을 통해서 우리 학교를 빛내줘서 고맙다.
방송을 봤는데 대견스럽더구나. 그런데 많이 보던 아이구나. 어디서 봤지?”
“몰라요!”
수혁은 옷을 감춘 일이 들킬까봐 봉투를 던지고 도망갔습니다.
말썽장이 수혁이가 도망가자 담임선생님은 웃음을 참으며
“교장선생님, 아이가 부끄러움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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