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인간적인 의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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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간적인 의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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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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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한결같은 소원이라면 가족들의 건강이고 또 자신도 건강해 소중한 가족을 곁에서 더 지켜 주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건강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와는 반대로 우리 사회에서 시민들이 병원을 가기도 건강을 지키기도 힘들어 지고 있다.
 소중한 가족을 병으로 잃어버린 사람들, 치료를 받고 싶지만 치료를 받지 못하고 병원 문을 나서야 했던 사람들은 ‘가장 인간적인 의료’라는 말에 별 다른 감흥을 갖지 못할 것이다. 더 나아가 ‘가장 인간적인 의료’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며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예전에 환자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존경을 한 몸에 받았던 의사나 한의사가 적지 않았는데 지금은 이런 의료인들을 찾기 쉽지 않다고들 한다.
 하이테크 기술을 동원한 첨단 의학이 발전해 가고 있는데 왜 사람들은 병원에서 그러한 기술들이 자기와는 상관없다고 느낄까?
 병원의 시설은 점점 커져 가는데 사람들은 거꾸로 소외되었다고 느끼고 기존의 의료체계에 반감과 분노를 보이는 것일까?
 1%가 부를 독점하는 현실 속에서 99%의 상실감과 박탈감을 드러내놓고 울분을 토하자 공감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서민들은 이제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구하기도 쉽지 않으며 사회보장의 울타리 밖에서 비정규직으로 힘들게 일해도 미래는 불확실하고 그때그때 먹고 살기조차도 쉽지 않게 되었다.
 금융기관과 시장의 탐욕에 시민들이 저항하는 것은 이제 세계적인 현상이 되었다.
 미래의 불확실성 속에서 세계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필자는 최근 붐이 일고 있는 협동조합 가운데 보건의료와 관련된 1994년 우리나라 최초의 의료생활협동조합(이후 의료생협)인 안성의료생협 얘기를 하고자 한다.

 창립 후 그간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의료생협의 이야기와 안성의료생협 전신인 1987년 안성주말진료회, 인천평화의료생협의 전신인 1989년 인천평화의원 설립까지 거슬러 각 지역에서 25년간 지역주민들과 의료인들이 꿈꾸며 실천해 왔던 일들을 몇차례에 나누어 소개할까 한다.
 의료생협 초기에는 의사나 간호사가 환자들을 직접 왕진하거나 방문간호를 해도 의료수가가 책정되어 있지 않았다.
 지역주민들을 위한 예방활동을 하기조차도 어려웠다. 의원이라고 해도 치료를 중심으로 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예방과 주치의 서비스를 근간으로 한 일차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새로운 의료를 향한 걸음을 멈출 순 없었다.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 지역 왕진을 나가 독거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건강 돌봄에 몸을 사리지 않았다.
 욕창을 치료하며 어르신들이 끼니를 거르는 일이 많다는 것을 알고선 지역주민들과 도시락 배달을 시작했다.
 왕진 갔다가 쥐가 나오는 환경에 놀라 지역주민들과 함께 당번을 정해 집안 청소를 시작했다.
 한글을 모르는 어르신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한글은 가르쳐 건강 관리하는 일을 교육했다.
 ‘자식도 못하는 일을 했다’면서 의료진들의 손을 잡고 하염없는 눈물을 보이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일반병원에서는 정말 보기 어려운 의료생협에서만 목격되는 광경이다.
 환자들이 직접 만든 수공예품들과 감자, 고구마, 옥수수, 딸기 같은 농산물을 들고 와 의료생협 직원들을 격려하는 모습은 의료생협의 일상풍경이 되었다.
 서민들의 아픔을 알고 보듬어 주며 그 눈물을 닦아 주는 곳, 이곳이 바로 가장 인간적인 의료의 현장이다.

안상구 포항의료나눔 봉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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