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통해 학생들에게 사랑·꿈 전하는 황흥근 교사
  • 이경관기자
예술 통해 학생들에게 사랑·꿈 전하는 황흥근 교사
  • 이경관기자
  • 승인 2017.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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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장관 표창장 수상 화제
▲ 황흥근 교사와 대도중 윈드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공연을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포항 대도중 황흥근 교사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구나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거센 파도를 만난다.
 그 높은 파도를 겪고 일어섰을 때, 비로소 바다를 진정으로 마주할 수 있다.
 사춘기는 우리들이 태어나 처음으로 맞는 높은 파도라 할 수 있다.
 자칫 어긋날 수 있는 그 시기 학생들을 음악을 통해 붙잡아준 스승이 있어 화제다.
 포항 대도중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고 있는 황흥근(61) 수석교사가 그 주인공.
 황 교사는 지난해 말 투철한 교육관과 사명감으로 학교예술교육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교육부장관 표창장을 수상했다.
 최근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이 알려졌다.
 학교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 교육부장관 표창 축하드린다. 소감은.
 어느덧 스승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온지 35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번 표창이 퇴임 전 그 삶에 대한 인정이자 격려인듯해 기쁘다.
 또한 한편으로 해야했을 일을 했을 뿐인데 이렇게 화제가 돼 부끄럽기도 하다.
 나를 스승으로 있을 수 있도록 해준 학생들과 함께 해준 동료 교사들 덕분인 것 같아 감사하다.
 
 - 이번 표창은 사실상 대도중 오케스트라를 잘 이끌어온 것을 인정 받아 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오케스트라 창단 계기가 있나.
 음악을 삶의 일부로 살아온 나는 음악의 힘이 크다는 것을 믿는다.
 학교 현장에서 만나는 오늘의 10대 학생들은 학업 스트레스와 학교 폭력 등에 노출돼 있다.
 나는 음악교사로서 내게 음악을 통해 학생들의 다친 마음을 치유해야하는 그 어떤 사명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던 찰나 대도중학교로 부임했고 2013년 6월 교육부의 예술교육사업의 일환으로 ‘대도중 윈드오케스트라’를 창단하게 됐다.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악기를 다뤄봤거나 또는 배우고 싶은 학생들을 모집했다.
 수석교사인 나를 중심으로 동료 교사들과 강사들이 힘을 합쳐 악보도 볼 줄 모르고 악기를 한 번도 다뤄보지 않은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말이 오케스트라지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오케스트라는 한 사람이 빠지거나 다른 소리를 내도 금세 균형과 조화를 잃어버린다.
 그런데 초기에 학생들은 그것을 몰랐으니 하나의 소리가 아닌 제 각각 소리 내기에 바빴고 툭하면 연습에 빠지기 일쑤였다.
 또 호기심으로 왔다가 나가버리는 학생들도 많았다.
 어렵게 창단된 오케스트라는 많은 진통을 겪었다.
 
 - 그 진통을 어떻게 극복했나.
 결국 해결 방법은 무대였다.
 단원들이 ‘오케스트라’라는 자부심을 갖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급했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소리를 탄생하기까지 무대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창단 연주회를 열기로 했다.
 창단 5개월만의 도전이었다.
 창단 연주회는 오케스트라 합주 뿐 만이 아니라 피아노 독주, 현악 합주, 기타 연주, 합창, 금관 5중주 등 다양하고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무대를 갖는다고 하니 단원들도 긴장이 됐는지 열심히 연습에 매진하는 모습이었다.
 노력한 결과일까 창단 음악회는 성공리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
 부족한 모습도 많았지만 하나의 소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단원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무대에서 내려온 단원들은 연주가 끝난 뒤 끊이지 않았던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를 잊을 수 없다며 상기돼 있었다.
 연습에 제일 게으름을 피웠던 한 단원이 무대에서 내려와 떨리는 목소리로 “선생님 열심히 연습해 다음 공연에서는 더 잘할래요”라고 말했다.
 그 목소리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 창단 연주회 뒤 단원들의 모습이 많이 달라졌나.
 180도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학생들에게 꿈이 생겼고 그 꿈을 향해 달려갈 의미가 생겼던 것 같다.
 정규 연습시간이 아닌 시간에도 자기들끼리 파트별로 모여 연습하기 시작했다.
 음악을 대하는 마음이 바뀌자 태도가 변화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음악의 완성도로 이어졌다.
 창단 연주회는 비단 오케스트라뿐 아니라 대도중학교 자체에 큰 의미가 있었다.
 대도중은 오케스트라 창단 전 해인 2012년 학교폭력피해 사태가 매스컴에 보도될 정도로 심각했다.
 학생과 교사 모두 많은 상처와 아픔을 받기도 했지만 오케스트라 창단으로 교내에 음악소리가 가득해지면서 교내에 따뜻한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 올해 창단 4주년이다. 그동안의 성과가 있다면.
 가장 큰 성과는 그동안 오케스트라를 거쳐간 학생들이 보여준 변화가 아닐까 싶다.
 음악을 접한 학생들은 사춘기 시절 어두운 그늘에서 벗어나 긍정의 세계로 달려왔다.
 숫기가 없어 조용하던 친구가 말을 많이 하기 시작했고 무언가에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했던 아이가 높은 집중력을 보여줬다.
 아이들의 이런 변화는 결국 꿈으로 이어졌다.
 오케스트라를 통해 악기를 처음 배웠던 학생이 그것을 전공으로 살려 예고에 진학했고 올해 음대 입시를 위해 열심히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또한 현재 오케스트라 단원 출신 학생들 중 음악을 전공하는 친구들이 많아 기쁘다.
 학생들의 변화뿐 아니라 오케스트라 자체에도 여러 기쁜 일이 많았다.
 단원들에게 좋은 경험을 주고자 각종 공연과 대회에 참여했다.
 포항시 청소년 대축제에 참가해 지역을 대표하는 청소년 오케스트라로 인정 받았으며 병원 등을 찾아가 아픈 환자들을 위해 무대를 선보이며 음악으로 사랑을 나누는 좋은 경험도 했다.
 창단 이듬해인 2014년부터는 대한민국 관악 경연대회에 매년 참가해 은상과 금상을 수상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두며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청소년 오케스트라로 자리매김했다.
 
 - 대도중 윈드오케스트라는 선생님의 예술교육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듯하다. 이에 대한 생각은.
 나는 흔히 아이들이 하는 말로 노땅 교사다.
 교편을 잡은 35년이 넘는 세월동안 나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그 세월 속에서도 사춘기 시절 아이들에게 드리워진 어둠을 걷어주는 일은 늘 힘겨웠다.
 꿈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어른들과 진정으로 소통하지 못해 헤매이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가 해 줄 일이 없을까 늘 고민했다.
 나는 그 고민 끝에 내 학창시절 속에서 답을 찾았다.
 17살 고등학교 시절 악대부에 발을 담그면서 음악은 내 인생이 됐고 그 때부터 나의 인생은 달라졌다.
 그 뜨거웠던 열정을 아이들에게도 맛보게 하고 싶었다.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후 음악 속에서 뛰어노는 학생들을 보면서 비로소 스승이 된 것 같아 기뻤다.
 
 - 대도중 윈드오케스트라의 올해 계획은.
 단원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활동영역을 확대할 생각이다.
 올해는 전국 대회를 비롯해 기회가 된다면 세계 청소년 음악회를 출전해볼 계획이다.
 또한 지역의 병원과 양로원 등을 찾아 음악을 통해 사랑을 전하고 싶다.
 
 - 교사 황흥근이 아닌, 인간 황흥근의 앞으로의 계획은.
 나는 대한민국 수석교사다.
 퇴직 후에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아이들의 곁에서 음악이 가진 긍정의 힘을 전할 계획이다.
 인간 황흥근 역시 음악과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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