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브레이크는 없나
  • 모용복기자
초고령사회 브레이크는 없나
  • 모용복기자
  • 승인 2017.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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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해인청문(駭人聽聞)’
 옛날 중국 수나라 때 역사(歷史)를 편찬하는 일을 담당했던 왕소라는 인물은 여러 역사서를 편찬할 정도로 박식했지만 그가 사용한 문장은 비루하고 속된 점이 있었으며 내용 또한 상궤에 벗어나고 법도에 맞지 않은 곳이 많아서 보는 사람들을 놀라게 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 고사(故事)에서 비롯된 해인청문은 ‘듣는 사람을 놀라게 하다’라는 뜻으로 놀라운 일이나 소문을 비유하는 말이다.
 최근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과 세계보건기구(WHO)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의 기대수명을 분석한 결과 2030년 태어나는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이 90.82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대수명은 새로 태어나는 사람이 몇 년을 더 생존할 수 있을지를 나타내는 추산치다.
 조사 대상국 남녀 중에 기대수명이 90세를 넘는 집단은 한국 여성이 유일했다고 하니 정말 ‘해인청문’할 뉴스가 아닐 수 없다.
 한국에 이어 프랑스 여성(88.55세), 일본 여성(88.41세), 스페인 여성(88.07세), 스위스 여성(87.07세) 등이 뒤를 따랐다.
 사실 연구를 주도한 임페리얼칼리지런던측도 기대수명 90세 돌파는 불가능할 것으로 봤다고 한다.
 남성의 기대수명도 한국이 2030년 84.07로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
 그러나 한국사람들이 10여년 후 선진국 중에서 가장 오래 살 것이라는 전망이 마냥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다. 저출산 구조의 고착화로 세계 최고의 고령국가가 불가피한 때문이다.
 ‘해인청문’할 뉴스는 또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40만6300명으로 1970년 통계작성 이래 최소치를 기록했다. 혼인건수도 2만8400건으로 역대 최저치를 나타냈다.
 반면에 사망자 수는 꾸준히 증가해 역대 최대치로 늘어났다. 사망자는 주로 80세 이상 고령층에서 증가해 고령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요즘은 무슨 발표만 하면 최대·최소란 수식어가 그림자처럼 따라 다녀 크게 놀랄 일이 아닐 지 모르지만 국내·외에서 연이어 나온 이 두 통계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심히 우려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
 통계청 발표에서 여성의 연령별 출산율을 보면 35세 이상에서는 증가하고 그 아래 연령대에서는 감소했다는 점이다.
 여성인구 1000명당 20대 후반(25~29세) 56.4명, 30대 초반(30~34세) 110.1명으로 전년보다 각각 10.6%, 5.7% 줄어들었다. 반면에 30대 후반(35~39세)은 48.7명, 40대 초반(40~44세)은 5.9명으로 각각 0.8%, 5.4% 늘어났다.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아이를 안 낳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이대로 간다면 세계 최악의 고령사회가 될 것임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올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 올해 고령사회로 본격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0년 고령화사회에 들어선 지 17년 만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로 보면 9년 뒤인 2026년에는 노인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된다.
 농어촌은 이미 많은 곳이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동북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인구조사를 보면 경북은 23개 시·군 중 17개 지역에서 65세 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나 초고령사회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1985년과 비교하면 유소년 인구는 55만2000명 감소한 반면 고령인구는 26만1000명이 늘어나 두배 이상 증가했다.
 대구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아서 유소년 인구는 절반가량 줄고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5만명이 늘어났다.
 중구, 서구, 남구, 동구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4%를 넘어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고령사회는 농촌이 앞서가고 도시가 그 뒤를 따르는 형국이다.
 수명이 길어져 노인인구는 갈수록 증가하는데 출산률이 떨어지면 필연적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생산가능인구비율이 올해 66.5%로 고점을 기록한 뒤 20년 이내에 56%까지 급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생산가능인구비율의 감소는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1991년 8%에서 지난해에 2.9%로 급락한 것도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의 저하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면 저성장의 고착화로 실업률이 높아지고 국민경제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한마디로 장기불황의 늪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적극적으로 수립하고 시행해야만 하는 이유다.
 최근 전남의 한 농촌마을 청년회 정기총회에서는 청년회 회원 자격을 65세로 상향하기로 했다고 한다.
 당초에는 59세가 되면 청년회에서 졸업해야 했지만 회원이 부족한 관계로 경로당 문턱을 기웃거려야할 나이의 사람들도 청년이 돼야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늙어가는 우리 농촌의 현실을 보여주는 씁쓸한 단면이다.
 ‘출생률 세계 1위’라는 해인청문할 소식이 들리는 날은 과연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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