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을 내려놓고 일상으로 돌아가자 태극기를 접고 통합의 길로 나아가자
  • 모용복기자
촛불을 내려놓고 일상으로 돌아가자 태극기를 접고 통합의 길로 나아가자
  • 모용복기자
  • 승인 2017.03.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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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핵심판정국이 마침내 끝이 났다.
 지난 석달간 대한민국에 드리웠던 안개가 걷히는 순간이다.
 마치 긴 터널을 지나온 기분이다.
 지난해 9월 최순실이란 이름 석자가 등장한 이후 각종 국정농단 의혹으로 시작된 탄핵드라마는 그 어떤 막장 드라마도 따라갈 수 없는 우리 정치권력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 채 이렇게 막을 내렸다.
 
 △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헌법재판소가 어제 국회가 소추의결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서 재판관 전원 만장일치로 인용을 결정했다.
 이로써 지난 2013년 2월 공식취임한 박 대통령은 4년여의 임기를 끝으로 대통령직에서 완전히 물러나게 됐다.
 비록 국민 다수의 바람대로 탄핵이 인용됐지만 역사 앞에서 우리 모두는 승자(勝者)이자 패자(敗者)이다.
 사법부에 의해 현직 대통령이 자리에서 강제로 쫓겨나는 사상초유의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현재의 이 모든 멍에를 박 대통령 한 개인에게 온전히 돌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진보는 진보대로, 보수는 보수대로 미증유(未曾有)의 이 부끄러운 역사를 함께 써내려간 공범자는 아니었는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한편으로 민주주의를 한층 더 성숙시킬 계기를 마련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지난 수 개월간 주말마다 영하의 눈발 날리는 혹한 속에서도 촛불을 밝히며 광장으로 모여든 분노의 민심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 촛불이 동력이 되어 지금껏 탄핵열차를 달리게 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며 태극기를 들고 삼삼오오 거리로 쏟아져나온 성난 주름살 또한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이 모두가 애국심의 발로(發露)요 ‘민심이 천심(天心)’이라는 민본(民本)사상의 발현이었다.
 
 △ 리더십 부재로 외세(外勢)에 무기력
 하지만 대한민국호가 이렇게 둘로 나뉘어 서로 반목, 질시, 대립하며 수 개월 동안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표류하는 사이 한반도 주변 정세는 마치 쓰나미와도 같이 우리를 압박하고 있었다.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도발로 우리에게 위협을 가해오고 중국은 우리의 대북(對北) 미사일 방어용인 사드배치를 트집잡아 경제·문화·관광 등 전방위적 보복을 자행하는데도 우리는 이렇다할 마땅한 대응수단을 찾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도 우리의 이러한 혼란기를 틈타 위안부 문제 등 역사왜곡과 독도 영유권 야욕을 더욱 노골화하고 있는데도 우리 정부의 대응은 미적지근하다는 비난여론이 높다.
 바로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리더십이 부재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황교안 과도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대처하기엔 사실상 역부족인 상황이다.
 
 △ 미래 위한‘아름다운 승복’을
 이제 박 대통령이 탄핵됨으로써 조기대선이 눈 앞에 닥쳤다.
 오는 5월 9일께 대선이 치러질 것이 유력하다.
 탄핵정국에서 숨 돌릴 틈도 없이 곧바로 대선정국으로 접어들었다.
 2개월 가까이 온 나라가 또 여와 야,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한바탕 혼란을 빚을 것이다.
 국정 리더십 공백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새 대통령이 취임할 때까지 리더십 공백을 메우는 길은 오직 하나 뿐이다.
 국민 모두가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에 깨끗이 승복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맡은 바 소임을 묵묵히 해나갈 때 위기를 슬기롭게 넘길 수 있을 것이다.
 촛불은 일터와 사회의 어두운 곳을 밝히는 빛으로 태극기는 외세(外勢)의 압박에 맞서는 애국심으로 휘날려야 한다.
 굳이 지난 2000년 미국의 대통령선거에서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한 저 유명한 ‘아름다운 승복’ 연설을 들먹일 필요까지 없다.
 바로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때 이명박 후보에게 패한 당시 박근혜 후보가 경선결과에 깨끗이 승복함으로써 그 때까지 승복을 모르던 우리 정치풍토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았지 않았는가.
 우리에게도 이러한 ‘아름다운 승복’ DNA가 존재했던 것이다.
 이제 상심한 이웃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넘어진 사람들을 다시 일으켜 세워 함께 일상으로 돌아가자.
 탄핵정국에서 분출된 뜨거운 에너지를 원동력으로 삼아 주어진 삶을 충실히 살아나가자.
 그리고 오는 5월 벚꽃이 만개할 때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다시 한 번 더 힘을 결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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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2017-03-11 14:20:51
허울좋은 통합이라는 명분으로 부패에 대한 용인과 수용을 외치는 권력자들의 앞잡이 언론들..
부패를 청산하고, 더이상 부패한 시스템이 유지되어서는 안되는것을. 이제 이 정도에서 부패자들과 손잡자는것.
어차피 국민은 착취의 대상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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