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야, 수업 시간에 연필 깎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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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야, 수업 시간에 연필 깎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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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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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혁이반 아이들
▲ 서가숙 작가

[경북도민일보] 7. 현우야, 쫌

현우는 키가 작고 체구도 작아서 누가 보면 1학년 같아 보입니다.
똑바로 서서 1분을 견디지 못하고 이리저리 몸을 비틀고 손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무엇이던지 만지작거립니다.
현우의 별명은 거꾸로 입니다.
시키는 일은 꼭 반대로 하고, 약속은 한 번도 지키지 않고 행동도 느리고 굼떠서 보기에도 답답합니다.
“현우야, 체육시간인데 안 나가니?”
“배가 아파서 체육 못 하겠어요.”
“배 아프면 보건실에 지금 가도록 해.”
체육시간에는 체육 선생님이 따로 계셔서 담임선생님은 아이들 숙제 검사를 하거나 다음 시간 수업 준비를 합니다.
선생님은 현우가 걱정되어 보건실로 갔습니다.
“현우 안 왔어요?”
“오자마자 곧바로 운동장으로 간다고 나갔습니다.”
선생님은 현우를 찾아 운동장에 나갔습니다.
다행히 현우는 운동장에 있었습니다.
안심이 되어 돌아서려다 현우를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체조를 정확하게 하는 사람과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이 나중에 어른이 되었을 때 훌륭한 사람이 됩니다.”
체육 선생님께서 강조하시며 체조를 시작했습니다.
현우는 팔을 드는지 내리는지 엉성하고 다리는 뛰는지 서 있는지 구분이 안 되었습니다.
순서도 아직 모르고 동작도 건성으로 덜렁대기만 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체조를 하면서 똑바로 동작을 정확하게 하지 못하고 마지못해 억지로 하는 것 같아 선생님은 짜증이 났습니다.
그 다음에는 줄넘기 개별 연습시간이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줄넘기 연습을 할 때, 현우는 줄넘기 손잡이를 쥐고 빙빙 돌리다가 놓쳐서 긴 줄이 멀리 날아갑니다.
다시 주워 와서는 줄을 여러 번 매듭지어 풀지 못하도록 꽁꽁 묶어 버립니다.
“저런……”
선생님은 현우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 내려가려다가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지금부터 줄넘기 100개씩 뛴다.”
체육선생님의 말씀이 떨어지자 다른 아이들은 열심히 줄넘기 하는데, 현우는 꽁꽁 묶어 놓은 줄을 푸느라 줄넘기 한 번 넘어보지 못합니다.
잠시 후, 두 팀으로 나눠서 피구를 했습니다.
게임할 때는 두 편을 갈라 빨간티와 파란티를 입어 구분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피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무척 신이 났습니다.
현우는 공 한 번 잡으려는 의도가 없어 보입니다. 상대방이 던지는 공에 피하지 않고 다가가서 일부러 맞아줍니다. 그리고는 선 밖으로 나가 바닥에 앉아 흙장난합니다.
친구들이 즐거운 소리를 질러가며 요리조리 피하고 있을 때, 상대방을 한 명이라도 더 공을 맞히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을 때, 현우는 땅바닥의 흙과 장난하며 옷을 더럽히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게임이 끝나자 그제서야 현우가 손을 털고 일어납니다.
모두가 옷을 벗어 곱게 개어 놓는데 현우는 옷을 개지 못하고 자꾸만 허둥댑니다.

친구들이 모두 교실로 올라갈 때 까지 그때까지 옷을 개지 못하고 현우는 체육선생님 눈치만 살피고 있습니다.
“자, 나 보고 따라해.”
여러 달이 지난 아직도 옷을 개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학 시간입니다.
선생님의 설명이 끝나고 아이들이 익힘책 문제를 풀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눈에 현우만 딴 짓을 하고 있는 게 보여
“현우야, 수학 문제 다 풀고 제출해야 한다.”
이름을 꼭 집어 말씀하셨습니다.
책상위에 연필로 낙서하고 지우개로 지우느라 책을 펴지도 않았습니다.
연필심이 부러지자 뒤에 놓여 있는 사물함 위의 연필깎이로 시끄럽게 연필을 깎습니다.
“현우야, 수업 시간에 연필 깎지 말고 쉬는 시간에 깎아라.”
선생님은 매번 하는 말을 반복하며 주의를 줍니다.
“문제 푼 사람은 각 조별로 책을 거둬서 가져옵니다.”
역시 현우 수학책만 빠졌습니다.
“현우야, 오늘 집에 가서 숙제 꼭 해 와야 한다.”
지키지 못할 약속이지만 오늘은 새끼손가락을 걸어봅니다.
“약속!”
현우에게 약속은 깨어지라고 있나 봅니다.
수업 시간에 올바른 자세로 공부해 본 적이 없던 것 같습니다.
꾸중도, 약속도, 칭찬도 현우에겐 통하지 않았습니다.
미술시간은 연달아 2시간씩 하는데도 그림을 완성해서 제출한 적이 극히 드물었고, 2년 동안 배운 리코더 실력도 전혀 늘지 않아 다른 아이들과 같이 불 때는 흉내만 냈습니다.
현우의 생각은, 그 시간에 꾸중이나 벌을 받으면 된다는 얇은 생각만 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수업 시간에 말은 분명하지 못하고 어눌하여 제 스스로 발표도 거의 하지 않고 대답도 건성건성 알아듣지 못합니다.
남에게 배려하는 마음은 없더라도 피해를 줘서는 안 되는데 친구들에게 매번 폐를 끼쳐서 아이들의 원망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현우는 선생님 말씀에 귀담아 듣지도 관심도 없어 보였습니다.
“숙제 안 해온 사람?”
“조사 안 해온 사람?”
“청소 안 한 사람?”
“준비물 안 가져온 사람?”
그 모두의 주인공 속에는 언제나 현우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1학기 내내 참았지만 지금은 2학기입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현우야,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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