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성(性)과 전체를 위한 리더십
  • 모용복기자
여성성(性)과 전체를 위한 리더십
  • 모용복기자
  • 승인 201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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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만약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1㎝만 낮았더라면 세계의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다”라고 중세의 수학자이자 철학자 파스칼은 말했다.
 클레오파트라 7세가 절세(絶世) 미인이었는 지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紛紛)하지만 카이사르, 안토니우스 같은 로마의 걸출한 영웅들을 홀려 세상을 쥐락펴락할 만큼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하지만 클레오파트라는 아름다움만이 전부인 여성은 아니었다. 그는 이집트 여왕으로서 자신의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데 한평생을 바쳤으며 개인보다 나라를 위해 자신의 한 몸을 던질 줄 아는 훌륭한 위정자(爲政者)였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헌번재판소 탄핵 결정으로 삼성동 사저로 돌아온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일체의 외부활동을 하지 않으면서도 매일 아침마다 전속미용사를 불러 1시간여 가량을 머물게한다는 소식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전속 미용사는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당일에도 청와대 관저에서 박 전 대통령 머리를 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돼 국회 청문회 출석요구를 받았으며 특검에서도 비공개 소환조사를 받았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한 2013년부터 올림머리를 손질해주는 미용사로 일해왔으며 동생은 화장을 전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자매가 청와대가 아닌 삼성동 사저에 와서까지도 매일 출근도장을 찍는다는 것은 박 전 대통령이 외부활동은 극도로 자제하면서도 외모, 특히 올림머리는 매일 빠짐없이 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닌가.
 전담 변호사의 말을 빌리면 대통령이기 전에 한 사람의 여성이므로 외모를 가꾸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다.
 헌재는 탄핵 선고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국민 생명 수호에 대한 대통령의 성실의무를 추상적 개념으로 보고 파면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헌재 판결 이전에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그러한 대재난 상황에서 국민의 안위(安危)를 책임지고 있는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관저에서 서면보고만 받았다거나 특히 미용사를 불러들여 머리를 손질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여성 박근혜’가 아닌 ’대통령 박근혜’를 뽑았다.
 여성성(性)은 개인의 차원이고 리더십은 전체의 개념이다.
 재난상황에서 당연히 사적 차원을 배제하고 전체를 위해 리더십을 발휘해 위기를 헤쳐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리더이고 대통령이다.
 지난 10일 헌재의 대통령 탄핵 선고 날 우리는 텔레비전을 통해 참으로 이상한 장면을 목격하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맡은 당시 이정미 재판관이 헤어롤을 감은 채 차에서 내려 출근하는 모습이었다.
 일부 언론에선 ‘롤 가격이 몇 천원이네’, ‘일하는 여성상이네’하며 박 전 대통령 모습과 대비시켜 이 재판관 띄우기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국민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대통령 탄핵 선고를 책임진 재판관이 이런 실수를 했다는 점에서 국민은 눈살을 찌푸리기보다 오히려 잔잔한 감동을 받았다. 외신들도 “자기 일에 헌신하는 여성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면서 극찬했다.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지도 모를 중대한 결정을 앞에 둔 그는 더 이상 여성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다하기 위해 여성이라는 겉옷을 과감히 벗어던질 줄 아는 지도자의 모습에 국민은 가슴 뭉클해지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이 바라는 지도자의 참모습은 진정 이런 것이 아닐까?
 박 전 대통령의 올림머리가 조금만 낮았더라면 대한민국 역사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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